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어룸카본테크놀로지스(이하 에어룸)가 상업용 DAC(직접공기포집) 시설 가동을 시작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주 트레이시에 위치한 이 시설은 약 40피트(약 12m) 높이로 수백 개의 은색 선반이 달린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 선반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포집을 위한 하얀 밀가루처럼 보이는 산화칼슘이 뿌려져 있습니다.
시설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은 PG&E(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로부터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는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에어룸의 첫 상업용 DAC 시설은 소재한 지역의 이름을 따 ‘트레이시 시설’로 불립니다.
에어룸은 트레이시 시설이 몇 개월 이내 완전 가동할 시 연간 1,000톤가량의 탄소를 포집해 제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차량 200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이날 시설 가동식에 참석한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DAC는 산업혁명 이후 대기에 쌓여가는 탄소오염을 제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석회석으로 탄소제거 나선 에어룸, 설립 3년만에 DAC 시설 가동 😮
2020년 설립된 에어룸이 불과 3년만에 상업용 DAC 시설까지 가동한 만큼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에어룸이 빠르게 DAC 시설을 가동할 수 있던 배경에는 혁신적인 기술과 연구가 뒷받침합니다.
에어룸은 석회석, 정확히는 탄산칼슘을 이용해 대기 중에서 CO₂를 포집해 제거한단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이른바 ‘탄소광물화(Caron Mineralization)’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책임연구원인 노아 맥퀸 박사는 이같은 연구를 2020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구상에 흔한 탄산칼슘은 높은 온도로 가열 시 산화칼슘과 CO₂로 분리됩니다. 분리된 CO₂는 포집해 지하에 영구 격리하거나, 자원으로 재활용됩니다. 남은 산화칼슘은 대기 중 CO₂와 반응하여 다시 석회석이 됩니다.
자연 속에서 수백년이 걸리는 이 과정을 에어룸은 대폭 단축한 기술을 개발한 것이 핵심입니다.
석회석 활용한 에어룸 DAC 시설, 작동 원리는? 🤔
에어룸의 DAC 첫 시설, 트레이시 시설은 어떻게 작동될까요?
탄산칼슘(CaCO3)을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가마에서 1,600℃까지 가열합니다. 이때 탄산칼슘에서 CO₂가 분리됩니다. 분리된 CO₂는 포집돼 저장설비로 보내집니다. 하얀 밀가루처럼 남은 산화칼슘(CaO)은 물과 섞어 반죽해 커다란 선반에 펼쳐놓습니다.
산화칼슘은 층층이 높게 쌓인 선반에서 3일간 공기에 노출돼 CO₂를 흡수하고, 다시 탄산칼슘으로 변합니다. 저장설비에 있던 CO₂는 콘크리트에 섞어 광물화돼 영구 격리됩니다.
현재 캐나다 카본큐어(CarbonCure)가 콘크리트 제조 시 에어룸이 포집한 액상 CO₂를 주입해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샤산크 사말라 에어룸 최고경영자(CEO)는 “(에어룸은) 연간 수백만 톤을 처리하고 싶다”며 “(해당 시설이) 기후변화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기에 지구상에서 타임머신에 가장 가까운 시설”이라고 밝혔습니다.
“규모 경제 및 부품 대량생산 통해 포집 톤당 100달러 목표” 📉
에어룸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과 경제성입니다.
탄소제거를 위한 핵심재료인 석회석은 지구상에서 흔하고 비교적 저렴한 물질입니다. 다른 DAC 설비와 달리 특별한 화학물질이나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없단 것도 장점입니다.
다만, 2021년 파일럿 시설(시범공장)에서 포집했을 당시 톤당 포집 비용이 최대 2,000달러(약 264만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DAC에 따른 톤당 포집 비용이 600~1000달러(약 79만~132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에어룸은 규모의 경제와 부품 대량생산을 통해 톤당 100달러(약 13만원)까지 비용을 줄인단 계획입니다.
톤당 100달러는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DAC 비용이기도 합니다.
에어룸 최대 고객은 MS, 탄소제거크레딧 10년 장기 계약 체결 💰
DAC 톤당 포집 비용이 여전히 비싸더라도 일부 기업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단 계획입니다.
현재 에어룸의 가장 큰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MS는 올해 9월 에어룸과 31만 5,000톤 규모의 탄소제거크레딧을 사전 구매하는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지난 8월 미 에너지부가 최대 6억 달러(약 8,000억원) 규모의 연방자금에 대한 에어룸의 DAC 허브 신청에 따른 것입니다.
에어룸은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와 함께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100만 톤 규모의 탄소제거가 가능한 DAC 허브를 건설 중입니다.
아울러 비영리단체 로키마운틴연구소(RMI)와 협업해 미 북서부 일대 신규 DAC 허브 구축 타당성 평가도 진행 중입니다.
MS 에너지·탄소 담당 수석이사인 브라이언 마스는 뉴욕타임스(NYT)에 “(DAC를 통한) 탄소제거는 탄소상쇄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수 있지만 기후영향 측면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에어룸은 또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5,300만 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에어룸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지 않을 것” 😮
에어룸과 관련해 눈여겨볼 지점 중 하나는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지난 10월 에어룸은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화석연료 생산에 자사의 기술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최근 옥시덴탈·아람코 등 석유기업들이 앞다퉈 DAC 설비 기술개발과 인수합병(M&A)을 나선 가운데 나온 선언이라 더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초 석유·가스 관련 콘퍼런스에서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인 비키 홀럽이 “(석유업계는) DAC가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산업을 유지하고 더 많은 석유를 시추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옥시덴탈은 DAC 스타트업 카본엔지니어링(Cargon Engineering)을 11억 달러(약 1조 4,700억원)에 인수하고, 미 텍사스주에 DAC 허브 건설 중입니다.
한편, 에어룸은 2035년까지 대기 중에서 CO₂를 약 10억 톤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2050년까지 연간 필요한 탄소제거량의 약 10%에 해당하며, 미국 연간 배출량의 20%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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