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기후테크 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세계 기후테크 산업 지형이 최근 변화하고 있단 분석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기후테크 산업은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나 7개국(캐나다·중국·인도·호주·영국·프랑스·독일)의 시장 점유율도 두드러질뿐더러, 최근 이들 국가 이외에서도 기후테크 기업 설립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테크 지형도(The geography of climate tech)’ 보고서를 지난 2일(현지시각) 발간했습니다.
딜로이트는 기후테크 산업 전반을 분석하기 위해 세계 2,600여개 이상의 기후테크 기업의 데이터를 사용했고, 투자데이터는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서 가져왔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들 데이터는 딜로이트 내 그린스페이스테크(Greenspace Tech) 팀이 편집했습니다. 그린스페이스는 급변하고 있는 기후테크 시장을 탐색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딜로이트, 美 5개주에 기후테크 기업 3분의 1 이상 몰려 😮
먼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주·콜로라도주·매사추세츠주·뉴욕주·텍사스주 등 5개 주에 미국 내 기후테크 기업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 가장 많은 기후테크 기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명 대학 및 연구소와의 연계 덕에 이 지역에 인재가 많단 것이 딜로이트의 진단입니다.
딜로이트는 또한 “2013년 설립된 캘리포니아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중 하나가 기후행동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발전 및 기타 산업체가 배출권으로 구매해 기후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단 것이 딜로이트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매사추세츠주와 콜로라도주가 기후테크 산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단 것이 딜로이트의 분석입니다. 이들 주에서 기후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이후 11~12%로 증가했습니다.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기후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이 다수 몰려 있고, 콜로라도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업 친화적 조세 제도를 갖추고 있단 것이 딜로이트의 말입니다.
8개국 내 기후테크 기업 점유율 ↑…“50여개국 내 점유율 24%로 증가” 📈
딜로이트는 “지난 20년간 미국이 기후테크 기업과 투자의 중심지였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추세가 앞으로 계속되지 않을 것을 것으로 딜로이트는 내다봤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전반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단 것이 딜로이트의 진단입니다.
예컨대 2004년 이전만 해도 미국 소재 기업이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의 76%를 차지했으나, 2020년 이후 이 비율이 49%로 감소했습니다.
같은기간 기후테크 중국 기업의 투자 비중은 6%에서 22%로 늘었습니다.
기후테크 기업 설립 수에서 미국 내 비중은 2000~2004년 36%에서 2020~2023년 35%로 감소했습니다. 같은기간 독일은 2%에서 7%, 호주도 4%에서 8%로 증가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8개국(캐나다·중국·인도·호주·영국·프랑스·독일)의 기후테크 기업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약 77%를 차지했습니다.
8개국 이외에도 50여개국에 포진된 기후테크 기업이 기존 15%에서 24%까지 증가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딜로이트는 밝혔습니다. 이들 국가에서의 투자 비중 역시 기존 3%에서 15%로 5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딜로이트는 이같은 추세가 다른 산업에서 발견됐던 “후발주자들의 부흥(The Rise of the Rest)과 일맥상통한다”며 “이는 현지 상황에 맞게 기후테크가 개발되거나 조정될 수 있단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8개국 기후테크 상위 5개 전문 기술, 살펴본 결과는? 🤔
한편, 딜로이트는 앞서 살펴본 8개국의 상위 5개 기후테크 기술을 각각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미국과 호주는 상위 5개 기술이 전체 기술의 50% 미만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기후테크가 그만큼 다각화됐단 뜻입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80% 이상이 상위 5개 기술에 편중돼 있었습니다. 전기자동차나 단기에너지저장(SDES)와 같은 기술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8개국 중에서는 중국과 인도만이 태양광 기술을 상위에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풍부한 임업·농업 자원을 바탕으로 바이오에너지에 특화된 기후테크가 우위를 보였습니다. 2018년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국가 수소계획을 채택한 프랑스는 수소 생산 기술에서 전문성을 보였습니다.
2021년 이후 기후테크 시장서 ‘메가딜’ 3분의 2 이상 차지 📊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기후테크 시장에 모인 투자금은 약 1,480억 달러(약 195조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의 여파로 투자 시장 전반이 얼어붙었으나, 기후테크 시장 내 투자는 둔화하지 않았단 것이 딜로이트의 평가입니다.
특히, 2021년 이후 기후테크 시장에서 1억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메가딜(mega deal)’이 3분의 2 이상이 됐단 점을 기관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기업 간 규모가 매우 큰 거래를 뜻합니다.
2021년 이전 기후테크 시장 내 메가딜은 12개국 기업에서 이뤄졌습니다. 이후 2021년과 2023년 사이에는 19개국으로 확대됐습니다. 여기에는 크로아티아·인도네시아·스웨덴 등이 포함됩니다.
딜로이트는 “메가딜은 기술과 시장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이후 기후테크 시장 내 메가딜이 이뤄진 분야는 ▲전기차 등 운송수단 탈탄소화 ▲원자력 에너지 ▲단기에너지저장(SDSE) ▲수직농장 등 스마트팜 ▲온실가스 저배출 농업 기술개발 순으로 많았습니다.
딜로이트는 “기후테크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각 산업의 비교우위가 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딜로이트는 “탄소세와 같은 지역별 기후정책도 (기후테크 생태계 판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