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미국 일리노이주가 시카고시 당국과 함께 차세대 먹거리로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주요 내연기관차 공장이 몰려 있던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와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경제개발기관 ‘월드 비즈니스 시카고(WBC)’가 개최한 시카고 벤처 서밋 행사에서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 당국은 ‘시카고랜드 기후투자연합(Chicagoland Climate Investment Alliance·이하 연합)’이란 조직을 결성했습니다.

 

일리노이주 주지사 “시카고랜드 기후투자연합, 美서 중추적 역할 할 것” 🤝

연합은 이름 그대로 일리노이주 내 기후테크 산업을 지원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기후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관합동조직입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연합에 대해 “일리노이주가 청정에너지 등 기후테크 산업에 있어 미국 내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자동차, 양자컴퓨팅 등 혁신 기술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일리노이주와 녹색경제활동이 활발한 시카고에서 기후테크 혁신이 창출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나아가 연합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일리노이주를 중심으로 미 중서부 지역을 기후테크 거점으로 변모한단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 시카고랜드 기후 투자 연합은 러스트 벨트에 해당하는 시카고 등 중서부 지역을 기후테크 중심지로 성장시키고자 출범했다 ©Al GierynaCraft Beer

일리노이주 등 美 러스트벨트 → 기후테크 거점 거듭나고자 연합 결성 🤝

러스트 벨트는 미국 내 쇠락한 공업지역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미 동부 뉴욕·펜실베이니아주를 포함해 일리노이·오하이오·미시간·위스콘신주 등 중서부와 중북부 주를 일컫습니다.

이들 지역은 1870년대부터 약 100년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를 주도해왔습니다. 이때 성장한 대표적인 도시가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미국 내 제조업 부진과 동시에 이들 도시 또한 쇠퇴의 길로 들어서면서 러스트 벨트로 불리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시작됨에 따라 러스트벨트 일대에 머물던 기존 완성차업체들도 운영비나 전기료가 더 저렴한 미 남부로 대거 이동하는 상황입니다.

러스트벨트 지역 내 산업 기반 붕괴와 함께 인구 유출이 시작되자,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이 급감하며 이들 지역은 그간 불황을 겪어왔습니다.

이번 연합은 지역경제 부흥 차원에서 러스트벨트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일리노이주·시카고시 당국과 연합을 결성한 경제개발기관 ‘월드 비즈니스 시카고’의 마이클 파스나흐트 최고경영자(CEO)는 러스트벨트 도시 중에서도 시카고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 이유로 파스나흐트 CEO는 “시카고는 다양한 산업, 저명한 대학 및 연구소, 대규모 농업생산지 등을 갖추고 있어 기후테크 산업이 발달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피력했습니다.

 

▲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시카고랜드 기후 투자 연합에 대해 미국 중서부 지역이 기후변화에 있어 탄력적이고 공평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WBC 트위터

시카고랜드 기후투자연합, 탈(脫)러스트벨트 위한 과제는? 🤔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연합은 중서부 지역의 탈(脫)러스트 벨트를 위해 공공, 민간기관이 합동으로 구성해 출범했습니다.

존슨 시카고 시장은 연합의 활동에 묻는 질문에 “일리노이주와 시카고를 넘어 중서부 전체가 기후변화에 있어 더욱 탄력적이고 공평한 미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리노이주·시카고시 당국·WBC와 함께 시카고 전력기업 인베너지·커먼웰스 에디슨,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 등이 창립기관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출범에 앞서 이들 기관은 연합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00만 달러(약 27억원)의 초기 자금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초기 자금을 기반으로 연합은 중서부 지역을 기후테크 혁신 및 경제 발전의 중심지로 전환하고자 총 5가지의 과제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호연결된 기후혁신 생태계 구축: 청정에너지, 애그테크, 수자원, 식품, 재활용 등 역내 전반적인 산업에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 지원을 우선시한다.

2️⃣ 기후테크 투자: 시카고와 중서부 지역의 일자리 창출 및 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기후테크에 투자한다. 특히, 건물 탈탄소화 및 재료과학 분야에 혁신을 이루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3️⃣ 스타트업 성장 가속화: 시카고 전체에서 개발된 혁신적인 친환경적 기술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

4️⃣ 안정적인 연방정부 지원 유치: 기후대응 기술을 중심으로 중서부 지역 내 녹색 이니셔티브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과 투자를 모색한다.

5️⃣ 기후대응 협력 강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경제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서부의 기술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고자 국가·지역·이해관계자와 협력한다.

 

▲ 시카고랜드 기후 투자 연합은 첫 사업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이 주관하는 청정 지역사회 투자 액셀러레이터 공모에 참여한다 ©EPA

첫 사업으로 美 CCIA 공모 나서…“중서부 기후혁신 도시로 거듭날 것” 🇺🇸

연합은 가장 먼저 미 환경보호청(EPA)이 주관하는 ‘청정 지역사회 투자 액셀러레이터(CCIA)’ 공모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 EPA가 발표한 CCIA는 지역사회 비영리조직의 청정기술 프로젝트 진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CCIA는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 및 기후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약 6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지원 자금이 편성됐습니다.

CCIA는 저소득 지역사회에 속한 대출기관이 청정기술 자금 조달 역량을 확보하도록 보조금 및 기술 지원을 간접적으로 제공합니다. 대출기관에 투자하는 2~7개 비영리조직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들 조직들이 기관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방식입니다.

연합 또한 CCIA에 지원하기 위해 시카고에 소재한 비영리 사모펀드 ‘국립 지역사회 투자기금(NCIF)’을 축으로 비영리조직을 구축했습니다.

연합은 ‘러스트벨트에서 그린벨트 이니셔티브로(Rust Belt to Green Belt Initiative)’라는 제목으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CCIA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상태입니다.

현재 신청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합에 따르면 중서부 지역이 러스트 벨트에서 지속가능한 기후혁신 거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원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CCIA 보조금 신청은 오는 12일(현지시각)까지입니다. EPA는 내년 3월 지원 대상을 확정해 같은해 7월부터 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뉴욕부터 LA까지…美 전역서 기후테크 산업 육성 경쟁 치열 🗺️

한편, 일리노이주처럼 미국 내 전역에서 기후테크를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러스트벨트 지역처럼 쇠락한 지역경제를 살리겠단 목표를 가진 곳도 있는 반면, 실리콘밸리나 맨해튼처럼 ‘혁신 기술’을 상징하는 도시 이미지를 더 강화하겠단 곳도 있습니다.

일례로 뉴욕주의 경우 조선소를 기후테크 산업단지로 탈바꿈한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BNY)’를 운영 중입니다. BNY에서는 여러 민관조직들의 기술 실증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동부 버지니아주는 기후스마트농업 허브 육성에 나섰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버지니아공과대학(VT)에 따르면, 대학 측은 기후스마트농업 육성을 위해 미 농무부(USDA)로부터 5,700만 달러(약 760억원) 보조금을 수령했습니다.

주정부와 대학 측은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4개 주(버지니아·아칸소·노스다코타·미네소타주) 농가와 협력해 기후스마트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3년간 실증 실험을 거쳐 나온 기후스마트농업 프로그램을 미 전역에 출시한단 것이 주정부의 목표입니다.

미 매사추세츠주와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텍사스주 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인재 유치를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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