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유리의 배신? ‘폐유리 업사이클링’ 나선 이탈리아 순환디자인 스타트업 리허브

신기술 덕 유리 재활용 에너지 30% ↓

종이와 함께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알려진 유리. 그런데 유리 중에서도 재활용이 어려워 버려지는 경우가 많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유리 또한 색상과 특성에 맞춰 여러 첨가제가 들어갑니다. 문제는 이를 따로 분리해내기 어렵단 것.

일례로 투명·갈색·녹색 등 표준화된 색상의 유리는 분류돼 다시 해당 색상의 유리로 재활용됩니다. 반면, 와인병처럼 표준 외 색상의 유리는 재활용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이탈리아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베니스) 무라노 지역 출신 디자이너들이 설립한 리허브(Rehub)의 이야기입니다.

 

▲ 무라노 지역은 13세기부터 이어진 유리세공으로 유명하다. 리허브는 유리공장에서 나온 유리 스크랩들을 색상 별로 모아 새로운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한다. ©iStock, Rehub

2022년 설립된 이탈리아 순환디자인 스타트업 리허브.

베네치아 건축대학 출신, 마르타 도나마테오 실버리오 부부가 설립한 곳입니다. 이들 부부는 베네치아 무라노 지역의 유리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하게 됐습니다.

리허브가 주목한 소재는 유리 폐기물 중에서도 재활용이 어려운 유리입니다. 주로 무라노의 유리공장에서 나오는 유리 스크랩(자투리)을 사용합니다.

공장에서 나온 유리 스크랩이 착색에 사용된 화학성분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고 리허브는 설명합니다. 무라노에서만 재활용이 어려운 유리 폐기물이 연간 약 1,000톤가량 배출됩니다.

유럽으로 넓히면 연간 800만 톤에 달하는 유리 폐기물이 재활용이 어려워 버려지고 있다고 리허브는 강조했습니다.

리허브란 이름에도 ‘재활원(Rehab·rehabilitation center)’을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데요. 중독자에게 2번째 기회를 제공하는 재활원처럼, 폐기물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겠단 것이 이들 부부의 설명입니다.

 

▲ 리허브는 유리 폐기물을 잘게 분쇄하고 천연결합제와 혼합해 반죽 상태로 만든다. 이후 3D프린터를 사용해 다양한 소품으로 생산한다. ©Rehub

현재 리허브는 재활용 표준에 부합하지 않아 버려지는 유리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과정이 지속가능할 뿐더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야 한단 기조도 깔려 있습니다.

여러 실험 끝에 리허브는 유리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냅니다.

먼저 유리 폐기물을 잘게 분쇄하고 천연결합제와 혼합해 점토 농도의 반죽 상태로 바꿉니다. 유리가 어떻게 반죽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리허브는 현재 특허 출원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유리 반죽은 실온에서 성형 과정을 거쳐 원하는 모양으로 만듭니다. 이후 건조를 거쳐 전기가마에 넣어 굽습니다.

유리 폐기물 각각이 가진 화학적·물리적 특성을 유지돼 일반 유리와 달리 불투명한 특성을 띄는데요. 리허브는 일반 유리와 구별되는 재생유리만이 가진 차별점이라고 강조합니다.

 

▲ 리허브는 자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실온에서 유리 성형이 가능하고, 600~700℃가량의 저온에서 굽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Rehub

새로운 기술 덕분에 유리 재활용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30%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리허브는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1,0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성형됩니다.

이와 달리 리허브의 기술은 실온에서 유리 성형이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3D 프린팅을 이용하지만 손으로도 직접 성형할 수도 있는 온도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굽는 작업도 일반 유리 생산보다 낮은 약 600~700℃에서 이뤄집니다. 가정용 전기가마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리허브는 해당 기술을 전 세계에 확장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루 1톤의 유리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 중이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누구든 현지에서 배출되는 유리 폐기물을 손쉽고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게 돕겠단 것이 리허브의 설명입니다.

 

▲ 왼쪽부터 리허브 공동설립자인 마르타 도나와 마테오 실버리오 부부의 모습. ©Rehub

사실 리허브가 유리 재활용 과정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공동설립자인 도나와 실버리오 부부가 베네치아 건축대학에서 무라노로 돌아왔을 때의 일입니다.

무라노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7개 섬을 아우르는 지역입니다. 13세기부터 이어진 유리세공으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도나의 가족도 무라노에서 유리 샹들리에 공방을 운영해왔습니다. 결혼 이후 무라노에서 유리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부부는 이 지역이 고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단 것을 발견합니다.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 세대는 유리 기술을 이어받지 않으면서 무라노 일대 유리장인이 줄어들고 있단 것.

리허브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가 찾은 답이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문화유산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문화유산을 육성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디자인 박람회가 열린 가운데 리허브는 자사 기술로 제작한 최신 재생 유리 제품을 공개했다. ©Rehub

현재 리허브는 패션·가구 회사와 협력해 장식품이나 컬렉션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소매기업과 일반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서 생산 용량도 늘릴 계획입니다. 지금은 한 달에 50㎏의 유리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지만, 향후 20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리허브는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현지시각) 열린 디자인 박람회 ‘에딧 나폴리(EDIT Napoli)’에 참여했습니다. 리허브는 박람회에서 최신 실험 결과물을 공개했고 특별상도 수상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9월부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건축계획학교(MIT SA+P)에서 주도하는 ‘MIT디자인X베니스(MDXV)’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업 모델 고도화에 주력하는 상황입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순환디자인, 산업

상식에 도전한 日 100% 목재 업사이클링 ‘포레스트 크레용’…“나무는 모두 갈색이다?”

순환디자인, 스타트업

오렌지 껍질·호박 조각으로 반지·목걸이 만든다? 홍콩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웨이아웃 홍콩’

순환디자인, 문화

英 대표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서 2년 연속 지속가능한 건축물 선보인 까닭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