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보다 적은 토지와 자원을 사용해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는 곤충.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식품화는 아직 더딘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식품이 아닌 식품 원료로 곤충단백질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축산가공 기업 타이슨푸드(Tyson Foods)가 네덜란드의 곤충단백질 기업 프로틱스(Protix)에 투자했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단, 프로틱스는 기존 투자자와 타이슨푸드로부터 총 5,500만 유로(약 786억원)를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사는 이를 통해 미국에 세계 최대 곤충 사육시설을 건설한단 계획입니다.

곤충단백질? 식품폐기물 업사이클링으로 저탄소 단백질 공급 🐛
2009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프로틱스.
곡물·과일·채소 등에서 나온 부산물을 곤충에게 먹이고, 곤충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얻는 순환형 식품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식품폐기물을 원료로 파리목 곤충인 동애등에를 사육하고, 사육된 곤충은 닭이나 새우 등의 사료 원료로 공급됩니다.
앞서 프로틱스는 2019년 네덜란드에 1만 4,000톤 규모의 세계 최대 곤충 사육시설을 설립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곤충은 가축보다 성장이 빠르고, 식품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해 효율성과 순환성이 높습니다.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가치도 높습니다.
프로틱스는 동애등에가 ‘자연에서 가장 효율적인 퇴비화 기계’라고 강조합니다. 20㎡ 공간에서 불과 14일만에 1톤 규모의 동애등에를 길러낼 수 있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적은 공간에서 현지의 식품폐기물로 키워낼 수 있어 수요지 근처에서 생산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운송으로 인한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단 것이 프로틱스의 설명입니다.

프로틱스 “곤충 사료, 기존 대비 탄소배출량 24배· 물소비량 330배 ↓” 📉
프로틱스는 동애등에를 축산·양식업, 반려동물 사료로 공급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또한 2013년 곤충이 가축 사료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곤충에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이 기존 가축 사료에 사용되던 대두박과 어분을 대체할 수 있단 것이 FAO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11월 프로틱스는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곤충이 가축 사료 대체 시 환경영향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닭고기 1㎏당 탄소배출량은 10.33㎏CO2e*에서 0.439㎏CO2e로 약 1/23.5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대두(콩) 사료 대비 물소비량은 330분의 1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로틱스는 이밖에도 곤충 사료의 다양한 이점을 강조했습니다.
곤충의 탈피각이나 배설물 등 부산물은 기존 화석연료 비료 대신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현지에서 사료 자급이 가능해지면서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된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CO2e: 이산화탄소환산량

“축산업 지속가능성↑ 위해 프로틱스와 손잡은 타이슨푸드 🤝”
타이슨푸드가 프로틱스에 투자한 이유도 사료원으로써 곤충의 지속가능성을 눈여겨 봤기 때문입니다.
타이슨푸드는 세계 3대 축산기업이자 세계 최대 가금류 생산기업입니다.
타이슨푸드가 내놓은 ‘2022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슨의 스코프 1·2 배출량은 576만 톤에 달합니다.
다만 스코프3 배출량은 2020년 이후부터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스코프 3에는 사료 재배 및 가축 사육, 분뇨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해당됩니다. 타이슨푸드는 비공개 사유에 대해 배출량 산정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위해 개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비영리 싱크탱크 농업무역정책연구소(IATP)는 “타이슨의 메탄배출량은 러시아의 연간 축산 부문이 내뿜는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2021년 타이슨푸드는 스코프1·2·3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즉, 프로틱스 투자는 축산업의 배출량 줄이기 위한 타이슨푸드 노력의 일환인 것입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타이슨푸드는 프로틱스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양사가 합작해 미국 내 곤충 사육시설을 건설·운영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공장 위치나 건설 기간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단, 해당 시설이 기존 네덜란드 공장 생산량의 3~4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프로틱스는 밝혔습니다. 현재 프로틱스 네덜란드 시설에서는 1만 4000톤 규모의 곤충이 사육됩니다.
합작공장에서는 곤충 기반 단백질과 지방을 생산하고 이를 타이슨푸드의 축산시설 사료로 공급한단 것이 양사의 구상입니다.
양사는 이를 통해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탄소배출량과 환경영향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축산업 순환고리 연결할 것…“부가가치 창출은 덤” ♾️
타이슨푸드는 프로틱스와의 협력을 통해 축산업 밸류체인 내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시스템을 구축하겠단 전략입니다.
축산가공 과정에서는 동물 지방·가죽·비(非)식용 단백질 등 여러 축산 부산물이 발생합니다. 타이슨푸드는 그간 이 부산물들을 폐기하거나 반려동물 사료용으로 저렴하게 판매해왔습니다.
타이슨푸드는 이러한 축산 부산물을 곤충의 먹이로 공급한단 계획입니다. 가축이 곤충을 먹고, 가축 부산물로 곤충을 먹여 축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폐쇄형 시스템을 구축한단 것.
기존 처리 방식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단 점에서, 폐기물 처리 비용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됐단 의미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존 타이슨 타이슨 푸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프로틱스와의 협력은 타이슨푸드의 비즈니스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획기적인 솔루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높은 에너지소비량 우려 여전…“폐열 재활용 등 보완 필요해” ♻️
곤충단백질 생산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곤충 사육을 위해 시설이 항상 높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 소비량이 높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곤충단백질 스타트업 이노바피드(InnovaFeed)의 사례를 참고할만합니다. 이노바피드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식품기업 ADM과 협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ADM의 옥수수가공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폐열을 곤충 사육에 재활용하는 협업을 골자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