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화석연료를 퇴출해도 남극 빙하의 소실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 바다로 밀려오는 것을 막는 대형 빙붕(Ice shelf)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남극연구소(BAS)와 노섬브리아대학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지난 23일(현지시각) 게재했습니다.
연구진은 국제사회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하로 유지하는 것에 성공해도, 서남극 빙상(WAIS)의 소실 속도는 지난 세기에 비해 금세기 3배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남극 빙상은 지구 환경의 균형이 급속히 깨져 더는 돌아오기 힘든 ‘티핑포인트(임계점)’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됩니다.
쉽게 말해 이번 연구는 서남극 빙붕이 녹는 것을 막을 티핑포인트가 이미 지났단 것입니다. 이곳은 가장 큰 폭의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수 있어 ‘둠스데이 빙하’란 별명으로 불립니다.
+ 잠깐! 빙상, 빙붕, 빙산의 차이를 알고 간다면? 🤔
●빙상 🇦🇶: 땅을 넓게 덮고 있는 얼음덩어리.
●빙붕 🧊: 빙상이 길게 바다까지 이어져 있는 부분으로 일부는 물에 잠겨 있음.
●빙산 🌊: 빙상과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떠다니는 얼음덩어리.
금세기말 서남극 빙상 소멸로 전 세계 해수면 평균 5.3m 상승 🌊
결론부터 말하면 연구진은 서남극 빙상 소멸에 따라 세계 해수면이 평균 5.3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안으로부터 100㎞ 일대 모든 지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서남극빙상의 온난화 영향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일이 중요하나, 그간 아문센해 온난화 데이터가 제한적이었고 해당 해역의 수온 상승이 빙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도 부족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슈퍼컴퓨터에 4가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아문센해 수온 상승과 빙상의 소멸 속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4가지 시나리오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①1.5℃ 억제 ②2℃ 제한 ③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시행된 RCP 4.5 시나리오 ④온실가스 저감이 전혀 없는 RCP 8.5 시나리오 순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아문센해에서 온난화가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빙상이 녹는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지구 평균기온을 1.5℃·2℃ 이하로 제한하는 시나리오들과 RCP 4.5 시나리오에서는 아문센해 온난화와 빙상이 녹는 현상이 거의 동일한 경로로 진행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쉽게 말해 지구 평균기온을 1.5℃ 이하로 막거나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이 상당한 RCP 4.5 시나리오 모두 서남극 빙상 소실을 막을 수 있단 뜻입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저감 정책으로는 빙상 소멸로 이어질 해양온난화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또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 방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RCP 8.5)는 다른 시나리오보다 빙상이 더 많이 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차이는 2045년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英 연구진 “해안방벽 등 기후적응서 해수면 상승 최우선순위로 고려돼야” 🤔
다만, 연구팀은 해당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추가 연구와 모델 개발이 필요하단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 연구는 빙하 및 해양 모델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 기후모델을 기반으로 연구됐습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이 기후적응 분야에서 최우선순위가 돼야 한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를 이끈 케이틀린 노턴 남극연구소 박사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이대로면) 빙상이 녹는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며 “일부 해안 지역사회는 (해안방벽 등) 방어시설을 구축하거나 버려질 가능성이 높단 것을 뜻한다”고 밝혔습니다.
노턴 박사는 “이 연구는 이같은 상황을 미리 인지해 전 세계가 다가올 해수면 상승에 적응할 시간을 더 갖자는 것”이라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무의미한 것 아냐, 기후대응 가속화 필요 🚨
연구진은 또 온실가스 감축이 무의미하단 것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물리해양학과 교수인 알베르토 나베이라 가라바토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탄소배출량을 지금부터라도 줄인다면, 남극의 나머지 부분이라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턴 박사 또한 “해수면 상승이 피할 수 없단 이유로 기후대응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피력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수학통계학부의 타이무어 소하일 교수는 연구와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빙상 소실을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후변화가 해수면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