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선도해온 EU, 정치·산업계 반발로 흔들…“ESRS 완화·연기 논란 계속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선도해온 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성 공시를 둘러싼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각) 유럽의회에서는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표결됐습니다. 같은날 결의안은 찬성 261·기권 11·반대 359로 부결됐습니다.

ESRS는 EU의 ESG 공시안인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준수하기 위한 보고 기준입니다.

CSRD가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규정이라면, ESRS는 기업이 CSRD를 따르기 위해 요구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 내 ESG 공시의 완화·유예 시도가 계속되면서 ESRS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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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ESRS ‘7월 최종안’ 완화 결의안 상정…“채택 부결”⚖️

지난 7월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ESRS의 첫 번째 세트(First Set)의 최종안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세트는 ESRS 중에서도 일반 적용 사항, 즉 모든 산업군을 다룹니다.

당시에도 최종안은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의 초안보다 완화됐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의무공시 대상이 축소되고, 기업의 공시 자율성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유럽의회 부결된 결의안은 기업 공시 의무화 자체를 폐기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결의안은 중도우파인 유럽인민당그룹(EPP) 소속 의원 40여명이 공동 발의했습니다.

이밖에도 스코프3 배출 보고 의무를 자발적으로 변경하고, 적용 대상도 현행 기준 직원 수 500인 이상에서 1,500인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스코프 3 배출 보고 의무화가 기업들이 에너지가격 급등과 금리 상승, 물가상승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관리 부담을 증대한 만큼 부담을 줄여야 한단 것이 결의안이 나온 배경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해당 결의안은 유럽의회에서 부결됐습니다.

 

EU 집행위, ESRS 세트2 최종안 공개 2년 연기 ⌛

그러나 EU 내 ESG 공시 반대파의 공격은 다른 곳에선 이미 일부 성공했습니다.

유럽의회 표결 하루 전인 지난 17일(현지시각) EU 집행위는 산업별 ESG 공시기준 도입을 2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집행위 업무계획’에 따르면, 이번에 연기되는 대상은 지난 7월 최종안에 담기지 않은 산업별 공시기준입니다. 적용 대상은 ①석유·가스 ②석탄 등 광업 ③도로·운송 ④농어업 ⑤자동차 ⑥에너지·유틸리티 ⑦식품 ⑧패션 등 8개 산업입니다.

산업별 공시기준은 당초 2024년 6월 도입 예정이었습니다. 허나, EU 집행위가 2년 연기함에 따라 2026년 6월 도입될 예정입니다.

EU 집행위는 “중소기업에 불균형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연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기업에게 새로운 보고 사항을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EU 집행위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ESRS 중 EU 역외 기업*에 적용되는 공시기준 도입 또한 2년 연기됩니다.

이에 따라 EU 역외 기업의 CSRD 적용 시점 또한 당초 회계연도(FY) 2028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될 전망입니다. EU 집행위는 그 사이 ESRS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EU 역외 기업들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적용 기준: EU역내 연간 총매출 1억 5,000만 유로(약 2,100억원) 초과 비EU기업

 

▲ 지난 6월 엠마뉴엘 파베르 ISSB 의장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S1 및 S2를 발표하는 모습. ©IFRS

늦장대는 EU·美 vs 발빠른 ISSB·캘리포니아…“ESG 공시의 미래는?” 🤔

한편, EU 내 다른 ESG 정책들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단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계를 필두로 기업들이 ESG 보고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EU 집행위가 관련 의견을 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EU 집행위는 ESG 투자 규칙인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을 재검토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와의 협력 및 모든 제안에서 정책 목표를 유지하되 공시 부담 감소 필요성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SG 공시 의무화를 둘러싼 내홍은 비단 EU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당초 2022년 연말까지 기후공시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1년 이상 지연되고 있습니다. 주요 외신에 의하면, 현재 예상되는 발표 기한은 이번 10월이나 반대 여파로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가 연기되면서, 우리 금융당국 또한 ESG 공시 도입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오는 2024년 유럽의회 선거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치뤄지는만큼, ESG 공시 강화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ESG 공시 기조가 꺾일 것이란 기대는 아직 섣부르단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6월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산하 기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최종안 확정으로 ESG 공시기준의 시금석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강제성은 없지만, 국제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최초로 기업의 탄소배출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정됐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더욱이 캘리포니아주의 기후공시가 SEC의 기후공시 기준을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지난 9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캘리포니아주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SEC의 공시 대상도 더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이미 기후리스크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SEC의 기후공시로 인한 기업들의 추가 부담은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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