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면, 기후테크 산업 나아가 인류는 이를 어떻게 해야 다뤄야 할까?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제주도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주최·주관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논의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이번 행사는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했고, 2050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가 협력기관으로 함께했습니다.
‘기후기술과 인공지능(AI for fighting against the Climate Crisis)’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빅테크 기업과 기후테크 스타트업 관계자, 투자자, 정책 전문가 등 총 120명이 참여해 깊이있는 논의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니엄이 4편으로 나누어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기후위기·전쟁·고령화, 3중 위기 타파 위한 협력 필요 🤝
“기후위기, 전쟁, 고령화. 세계를 덮친 3중 위기, 우리는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이는 생명의 문제다. (절대빈곤, 공정성, 세대갈등 등 경제적 문제와 달리) 훨씬 더 절박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죽는단 것이 깔려 있다. 이전과 다른 시대 속에 위기에 처해 있다.”
이원재 시민참여인공지능포럼(AICE) 운영위원장이 지난 19일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 1일차 키노트 세션 기조발표에서 남긴 말입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3중 위기를 타파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은 환영사에서 “사람들이 기후재난에 무뎌지고 있다”며 “위기의식이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육 사무총장은 카카오 기부 플랫폼 ‘카카오 같이가치’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연간 1~2회 긴급구호 모금이 열렸는데 올해 기후재난과 관련해 긴급구호 모금함이 5번 열렀다”며 “(대중의 관심에 따라) 모금액이 수십억 원에서 수억 원이 왔다갔다”한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 또한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인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를 넘어서 함께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녹색보호무역주의’ 시대 도래…프랑스판 IRA ‘녹색산업법’ 도입 🤔
그렇다면 현재 기후테크를 포함한 국제사회 기후정책은 어느 단계에 머물고 있을까요?
탄소중립 및 기후공약을 점검하는 국제이니셔티브 넷제로트래커(Net Zero Tracker)에 따르면, 10월 23일 기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151개국 260개 도시 985개 기업입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모두 기후대응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며 “다자주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녹색보호무역주의와 기술패권 경쟁 시대가 도래했단 것.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그리고 중국 쌍탄소(双碳) 정책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소장은 여기에 최근 프랑스에서 나온 ‘녹색산업법(Loi sur l’industrie verte)’을 소개했습니다. 2024년 시행 예정인 이 법은 프랑스 역내 녹색산업 투자 확대 및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IRA처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탄소배출량 고려한 환경점수로 보조금 지급…“나비효과처럼 확산될 것” 🚗
지난 9월 확정된 프랑스 녹색산업법 속 저공해차량 보조금 개편안에 의하면, 전기차·수소차 제조부터 운송까지 모든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환경점수’를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철강·알루미늄 등 부문별 그리고 국가별 탄소배출계수가 설정돼 있습니다.
일례로 알루미늄의 경우 유럽과 북미에서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8.6㎏*과 8.5㎏입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각각 18.5㎏와 20㎏로 계산됐습니다. 일본도 12.6㎏입니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철강·전력·배터리·물류 과정에서 나온 탄소발자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향방을 결정 짓습니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접수가 신청되고 있으며, 오는 12월 지급 대상이 결정됩니다.
한국 전기차만 놓고 보면 약 5,000대 정도가 보조금 대상입니다. IRA만큼 파급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 정책이 유럽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단 점에서 우려가 나옵니다. 이 소장 또한 “나비효과처럼 확산될 것”이라며 “프랑스 이후 수많은 버전이 유럽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작년 6월 미국이 청정경제법(CCA)이란 탄소국경세 법안이 발의된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이 소장은 덧붙였습니다.
*본문 속 단위 모두 CO2eq/㎏
“탄소중립 위한 사회적 논의 사라져…‘백캐스팅’ 방식 필요해” 📢
기후대응 과정 속에서 주요국의 녹색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됐으나 한국은 여전히 대비가 미흡하단 것이 이 소장의 지적입니다.
탈탄소화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백래시(반동)에 대한 질문에 이 소장은 “(한국 사회에선)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사라졌다”며 “이를 지금 논쟁해야 관련 지원 제도와 규제가 나온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소장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기후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경제와 산업에 엄청난 손실을 야기한단 것을 인식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와 공급망 실사 등이 금융계에 안착할 예정인 만큼, 탄소중립 기조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 소장은 피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소장은 한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백캐스팅(Back-cast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만들고 싶은 미래를 정하고 현재 시점에서 그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거꾸로 일을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1969년 ‘달 착륙 프로젝트(문샷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방식으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한국 경제 핵심 축인 제조업, 기후위기로 존립 자체 위협 📉
한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현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이사)은 기후테크가 새로운 산업으로 대두됐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서밋 이틀째인 지난 20일 ‘기후위기와 AI, 대격변의 시대의 정책을 말하다’란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전 차관은 “미래 새로운 기술로 기후대응 해법을 찾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며 “이를 전략산업으로 키워보자는 관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의제가 한국 사회 담론으로 떠오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김 전 차관도 궤를 같이 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한) 외부 충격이 다가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널리 소구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은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을 키우며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제조업인 만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제조업이 기후문제로 인해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싱크탱크 SGI(지속가능이니셔티브) 분석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면 한국 사회는 3,090조 원의 피해 비용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고금리·고임금·고유가 등으로 인해 주요국의 기후대응 정책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김 전 차관은 덧붙였습니다.
[2023 클라이밋테크 서밋 모아보기]
①: 에너지·물소비량 높은 AI가 기후대응에 정말 도움되나?
②: 탄소중립 속 녹색보호무역주의 시대 도래, 한국은?
③: 韓 기후테크 업계, AI 기후문제 해결 도움…“분산된 데이터 통합 필요”
④: 국내 기후 전문 투자자들이 바라본 기후테크 속 AI 현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