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부추긴 해안침식 막는 ‘굴 껍데기 방파제’…“생물다양성 회복은 덤!”

볼보 협업해 '살아있는 방파제' 공개

기후변화로 전 세계 해안가 지역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침식을 겪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은 해양 대기에 영향을 미쳐 태풍과 파도를 더 강화하는 효과를 냅니다. 강해진 태풍과 파도는 해안 침식을 가속화하는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순환디자인으로 해안 침식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물을 개발한 곳이 있습니다.

굴 껍데기 등 폐기물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독특한 모양의 방파제를 선보인 호주 디자인 스튜디오 ‘리프 디자인 랩(Reef Design Lab)’입니다.

 

▲ 호주 빅토리아주 인근의 포트필립 만에 설치된 ‘침식완화장치’의 모습. ©Reef Design Lab

2014년 설립된 리프 디자인 랩은 해안 및 해양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공학 인프라(기반시설)를 설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지난 9월 호주의 유명 디자인상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지속가능성 부문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해당 수상작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파도의 높이와 강도를 줄여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침식완화장치(EMU·Erosion Mitigation Unit)’입니다.

EMU는 2m 너비에 개당 무게는 약 1,800㎏입니다. 모래에 고정돼 설치됩니다.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에 닿기 전에 EMU를 지나가면서 자잘한 파도로 부서지도록 설계됐는데요.

인공 암초 또는 방파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EMU는 친환경 콘크리트에 굴 껍데기 등 순환자원을 함께 사용해 폐기물을 감축할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에게 더 이상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Reef Design Lab

스튜디오가 개발한 EMU는 일반 방파제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 파도를 막는 역할이 주된 방파제와 달리 EMU는 굴·홍합·산호 등 해양생물의 서식지의 기능을 강조합니다. 해양 생물다양성 회복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EMU는 친환경 콘크리트와 함께 현지에서 배출된 굴 껍데기 등의 순환자원을 원료로 사용합니다. 고탄소자재인 콘크리트 사용을 줄이면서 폐기물도 줄인 것.

굴 껍데기를 사용한 덕분에 EMU 표면이 표면에 부착해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에게 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멘트를 절약하기 위해 제작 방식에도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디지털 분석을 사용해 재사용 가능 금형틀을 개발한 것인데요.

덕분에 기존 3D 콘크리트 프린팅 방식보다 상당한 양의 시멘트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스튜디오는 설명했습니다.

 

▲ 스튜디오는 기하학적 설계로 해양 생물에게 최적의 조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재료 사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다. ©Reef Design Lab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독특한 디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방파제는 직선의 매끈한 형태로 설계되며, 절반쯤 수면 위로 노출된 형태입니다.

반면, EMU는 기하학적 형태에 연근 뿌리처럼 무수한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구조물 상당수가 해수면 아래에 잠겨 있도록 기획됐다는 점도 다릅니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는 해양생물 서식에 최적의 조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재료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기적인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일례로 수많은 곡선으로 형성된 터널과 동굴은 물고기와 문어, 갑각류들을 포식자로부터 보호합니다. 또 산호가 좋아하는 그늘을 제공합니다.

스튜디오는 지난해 10월, 호주 빅토리아주 앞바다인 포트필립 만(灣)에 46개의 EMU를 설치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빅토리아주 그레이터질롱시의회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 EMU가 포트필립 만에 설치되는 모습과 설치 이후 주변 물고기들이 서식하는 모습. ©Reef Design Lab

지난 13일(현지시각) 스튜디오 측은 포트필립 만에 설치 약 1년이 지난 EMU의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EMU에 여러 조개와 해면동물, 산호 등이 서식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설치된 EMU는 향후 5년간 멜버른대학 내 국립해안기후센터에서 모니터링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국립해안기후센터는 EMU가 멸종위기에 처한 납작굴과 함께 산호초 등 온대 해양생물의 서식지로 기능하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 우려를 표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파도를 가르는 스포츠,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입니다.

호주는 전 세계적인 서핑 명소로 유명한 국가인데요. EMU 설치 소식에 일부 서퍼들이 서핑을 방해하거나 서퍼가 다칠 수 있을 것 같단 우려를 제기한 것.

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디자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스튜디오는 해양 및 해안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구조물을 선보였다. 위 사진은 2019년 설치된 살아있는 방파제의 모습이며 아래의 사진은 2018년 인도양 몰디브에 설치된 ‘모듈식 인공 암초 구조물’의 2018년과 2023년 모습. ©Reef Design Lab

스튜디오가 방파제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선보인 구조물은 EMU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스튜디오는 시드니해양과학연구소, 완성차기업 볼보와 협업해 개발한 ‘살아있는 방파제(Living Seawalls)’를 공개했습니다.

너무 평평해서 해양 생물이 서식하기 어려운 방파제의 표면에 울퉁불퉁한 타일을 붙여 서식지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그에 앞서 2018년에는 인도양 몰디브에 220여개의 3D 프린팅 인공 암초를 설치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산호초 복원을 돕기 위한 ‘모듈식 인공 암초 구조물(MARS)’입니다. 조립식이기 때문에 중장비 없이도 쉽게 설치가 가능합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에는 설치 5년이 지난 MARS의 현재 모습이 공개됐는데요. 마찬가지로 다양한 산호초와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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