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섬유 스타트업 리뉴셀, CEO 전격 해임한 까닭? “패션산업 밸류체인 복잡성에 고전”

세계 곳곳에서 순환패션의 상용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나 업계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웨덴 순환패션 스타트업 리뉴셀(Renewcell)이 매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패트릭 룬드스트롬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한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리뉴셀(Renewcell)은 낡은 청바지 등 폐의류를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룬드스트롬 CEO는 2019년부터 리뉴셀의 CEO직을 맡아왔습니다. 그는 2019년 공장 건설부터 2020년 주식시장 상장, 2021년 제품 양산 등 주요한 기점을 이끌어왔습니다.

리뉴셀 이사회는 올해 예상 매출보다 부진한 성적에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을 해임 사유로 들었습니다.

 

리뉴셀, 갑작스러운 CEO 해임 발표…매출 부진·주가 폭락 때문 📉

리뉴셀은 2020년 11월 나스닥 산하 북유럽 증권거래소 ‘나스닥 노르딕(Nasdaq Nordic)’에 상장된 북유럽 순환패션의 대표주자 중 한 곳입니다. 상장 당시 17억 달러(약2조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기업이 개발한 재생섬유인 ‘서큘로오스(Circulose)’는 레티시아 로카솔라노 스페인 왕비의 드레스에 사용돼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리뉴셀은 2022년 11월 스웨덴 순스발에 첫 상용화 규모의 공장 ‘리뉴셀1’ 건설을 완공하며 12월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올해 말까지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지난 12일 리뉴셀의 3분기 예상 실적이 선공개 된 후 다음날인 13일 주가는 74%가량 급락했다. ©Yahoo! finance

그러나 약 4개월만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리뉴셀은 3분기(Q3) 예상 실적을 선공개하면서 “판매 확대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기존에 체결된 구매 계약에 따른 판매량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서큘로오스 생산량은 예상대로 증가하고 있으나 판매 부진으로 당초 목표로 했던 연내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렵단 것이 리뉴셀의 설명입니다. 올해 판매된 서큘로오스는 9월말 기준 1만 4,400톤입니다.

발표 다음날(13일), 충격은 고스란히 주식시장에 반영되며 리뉴셀 주가는 전날 대비 74% 이상 급락했습니다. 매도 물량은 당일 587만으로 전일 16.9만 보다 3,473% 급증했습니다.

나흘 뒤(16일) 리뉴셀의 이사회는 “심각한 문제로 룬드스트롬 CEO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합니다. 이사회가 지적한 심각한 문제가 바로 리뉴셀의 매출 부진입니다.

 

▲ 지난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리뉴셀은 생산량 및 매출 모두 상승세를 이어왔다. ©Renewcell

‘북유럽 순환패션’ 대표주자 꼽히던 리뉴셀, 어떤 상황이길래? 🤔

리뉴셀의 매출 부진과 CEO 해임이 급작스러운 이유, 지난 2분기까지 경영 상황이 꾸준히 개선되어왔기 때문입니다.

리뉴셀은 공장 가동 직후 2023년 서큘로오스 생산능력을 연간 6만 톤으로 시작해 이듬해 12만 톤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실제 공장 생산 직후 지난해 12월 셀룰로오스 기반 섬유업계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갖는 렌징그룹과 5년간 8~10만 톤을 구입하는 다년계약을 맺었습니다. 렌징그룹은 목재 기반 지속가능한 섬유의 대표격인 ‘텐셀(Tencel)’ 등을 생산하는 섬유기업입니다.

지난 3월에는 일본 및 인도 섬유기업들과도 구매의향서를 체결하며 순항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Q2)까지 리뉴셀은 서큘로오스 생산량과 매출 모두에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2022년 12월 650톤이었던 월간 생산량은 올해 7월 3,100톤으로 470% 이상 급증했습니다. 불량률은 54%에서 3%대로 감소합니다.

순매출 또한 올해 1분기(Q1) 약 3,000만 크로나(약 37억원)에서 2분기에는 8,500만 크로나(약 104억원)로 훌쩍 뛰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리뉴셀이 오는 11월 7일(현지시각) 예정된 3분기 보고를 앞두고 매출 부진을 선언하자 충격이 더욱 컸던 것. 이 소식으로 향후 몇년간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에 주주들의 대량 매도로 이어졌습니다. 19일(현지시각) 현재까지도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리뉴셀의 폐섬유로 만든 재생섬유 서큘로오스의 모습. ©Renewcell

매출 부진 이유는? 리뉴셀 “공급망 복잡성 때문” ⛓️

리뉴셀 설명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판매된 서큘로오스는 약 1만 4,400톤입니다.

그중 3분의 1만이 섬유생산 기업에 판매됐고, 나머지는 판매대리점에 판매됐습니다.

리뉴셀은 판매대리점이 구입한 물량의 경우 대금의 70%만 받았고, 나머지 30%는 최종 판매 시 지급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리뉴셀뿐만 아니라, 상용화 단계에서 신규 기술기업 대부분이 겪고 있습니다. 신기술로 주목을 받고 상용화에 매진해 시장 출시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시장에서의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뉴셀은 패션산업의 경우 기존 섬유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더욱 복잡하단 점을 강조합니다. 기존 패션산업의 공급망이 길고 복잡해 새로운 소재의 도입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패션산업은 공급망이 전 세계에 복잡하게 걸쳐 있습니다. 생산량이 적으면 원가 부담이 커지는 반면, 재고가 발생할 경우 비용 부담이 증가합니다. 이에 많은 패션기업들은 공급망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는 곧 공급업체를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패션산업에 새로운 소재나 기술 혁신이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리뉴셀의 ‘서큘로오스 공급업체 네트워크’ 소속 기업이 리뉴셀1 공장을 견학하고 있는 모습. ©Renewcell

순환패션 확장 가로막는 공급망 복잡성, ‘네트워크’로 해결 가능할까? 🌐

그간 리뉴셀 또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힘써왔습니다.

일례로 지난 7월에는 서큘로오스 채택을 가속화 하기 위해 ‘서큘로오스 공급업체 네트워크(CSN)’를 구성한 것. 서큘로오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초기 수용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협력과 교육 등을 제공합니다.

리뉴셀은 CSN 출범 당시 12개국 47개 기업에서 15개국 116개 기업으로 참여 기업이 증가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각) 밝힌 바 있습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순환패션 스타트업 간의 협업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입니다.

지난 9월 리뉴셀은 핀란드 재생섬유 스타트업 스피노바(Spinnova)와 협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스피노바는 인피니티드파이버(Infinited Fiber)와 함께 핀란드의 대표 재생섬유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최근 스피노바는 운영 확대와 인건비 증가로 단기적으로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뉴셀과 손을 잡은 것.

양사는 2025년을 목표로 폐섬유 기반 재생원사(原絲)를 상용화한단 계획입니다.

리뉴셀은 재생섬유(펄프)를 생산하고, 스피노바는 목재섬유로 실(원사)를 생산합니다. 밸류체인 내 양사의 위치가 명확한 동시에 연결돼 있단 점에서 원활한 협력이 가능했습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리뉴셀은 원사 생산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스피노바는 섬유 원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 리뉴셀 이사회는 매출 부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식으로 후임을 맡을 CEO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Renewcell

리뉴셀의 앞날은? “새로운 리더십 찾고 있어” 👑

물론 스타트업 간 네트워크 방식이 리뉴셀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더욱이 해당 전략을 추진하던 룬드스트롬 CEO가 해임된 상황에서 해당 전략이 계속될 지도 의문입니다.

사측에 따르면, 당분간 마그누스 호칸손 전(前) 미디어마켓 스웨덴(Mediamarkt sweden) CEO가 임시 리뉴셀 CEO를 맡을 예정입니다. 미디어마켓은 독일 소재 다국적 전자제품 유통기업입니다.

리뉴셀 이사회는 매출 부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식으로 후임을 맡을 CEO를 찾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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