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을 최소 10개 이상 창출해 이들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이끌 수 있게 하겠다.”
홍수경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과장이 지난 16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주최한 ‘2023 기후테크 포럼’에서 밝힌 말입니다.
이번 포럼은 기후테크 관련 투자와 시장을 확대하고 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도 주관 단체로 참여했습니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민관 협력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후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육성하겠단 의지를 다졌습니다.
韓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아직 없어…“145조 투입해 유니콘 기업 배출” 🦄
기후테크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는 모든 혁신 기술을 의미합니다.
기후테크에 대한 정의와 분류는 국가와 기관별로 상이하나 탄녹위는 이를 크게 5가지(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로 구분합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의하면, 2021년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537억 달러(약 72조 6,900억원)였습니다. 2016년 66억 달러(8조 9,300억원)에 비해 약 8배 증가한 규모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또한 2050년까지 기후테크 산업의 세계 누적 시장 규모가 최대 60조 달러(약 8경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후대응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세계 기후테크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단 것이 탄녹위의 설명입니다. 그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후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것.
이날 개회사에서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145조 원을 투자해 국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을 10개 이상 배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테크 산업 육성전략’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피치북(Pitchbook) 자료를 그리니엄이 자체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1,348개 중 기후테크 기업은 55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여기에 속한 한국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韓 기후테크 산업, 낮은 기술 수준 등으로 시장 진출 난항 📝
따라서 이번 포럼에서는 정부의 기후테크 육성 방안이 집중적으로 소개됐습니다.
발표를 맡은 홍수경 산자부 과장은 “정부는 탄녹위를 중심으로 ▲산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해양수산부 등 약 7개 부처가 협의해 기후테크 육성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설명에 앞서 홍 과장은 국내 기후테크 산업 현황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정부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기후테크 기업은 1만 65개 입니다. 그중 90.8%가 에너지와 관련된 클린·카본테크 기업입니다.
시장 측면에서 살펴볼 경우, 2021년 기준 국내 기후테크 산업 매출액은 약 200조 원으로 최근 3년간 17.8%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기후테크 산업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단 것이 홍 과정의 설명입니다. 국내 기후테크 산업의 기술 수준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선도국 대비 70~80%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홍 과장은 구체적으로 ▲낮은 기술 수준 ▲투자성과 미흡 ▲시장진출 난항 ▲정책 기반 미비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기후테크 산업이 집중된 에너지 분야는 투자에 대한 수익이 바로 나오지 않아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도가 떨어진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육성 위한 정부 방안은? 🤔
정부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크게 ▲투자 ▲시장 ▲산업기반 등으로 나눠 전략을 추진한단 계획입니다.
분야별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투자: 기후테크 지원하는 4000억 이상 정책펀드 조성 💰
정부는 산업기술혁신펀드 내 전문펀드와 초격차펀드를 신설해 4,000억원이 넘는 정책펀드를 조성한단 계획입니다. 산업기술혁신펀드는 첨단 제조업과 유망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의 확장과 해외 진출 지원에 중점적으로 투자되는 기금입니다.
전문펀드는 기후테크 산업과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에 투자하는 2,500억원 규모의 펀드입니다. 초격차펀드는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펀드로 2,000억원가량을 투자합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또한 기후테크에 135조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2️⃣ 시장: 초기 시장 선점 위한 지원 마련 🧪
기후테크 산업은 세계 각국의 투자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초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정부 차원의 조달 사업과 연계해 시장에 제품 및 서비스가 빨리 진입하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기후테크 산업을 특구 및 산단과 연계해 실증·사업화 부문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전망입니다.
3️⃣ 산업기반: 기후테크 인재 양성 위해 500억원 투자 🧑🔬
홍 과장은 “기후테크는 기후, 소프트웨어,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복합 인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에 따라 정부 또한 ‘인재 양성’에 집중해 육성 방안을 구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후테크 인재를 길러내고자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지원을 투자한단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융복합대학원 및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집니다.
이외에도 정부는 기후테크 분류체계를 포함해 각종 인증 표준 및 지침을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2022년 세계 기후테크 VC 투자액 700억 육박…“韓 투자 늘려야” 💸
포럼에서는 정부의 지원과 동시에 국내 민간 업계 또한 세계적 흐름에 따라 기후테크 기업을 지원해야 한단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에 따르면, 세계 기후테크 VC 투자액은 2020년 226억 달러(약 30조 5,800억원)에서 지난해 701억 달러(약 94조 8,600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단, 세계적인 경제침체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1~6월) 투자금이 4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국내에선 ‘위험 요인이 얼마나 적은가’를 중심으로 기후테크에 대한 VC 투자가 이뤄져 다소 소극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팩트투자사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제현주 대표는 “위험 요인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큰 수요가 창출되는 분야에 자본이 흘러가게끔 정책적인 투자 설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제 대표는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면서 기후테크 산업이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선 관련 기업들도 실증 이력을 쌓아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속성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 기후테크 데스밸리 극복 지원 🤝
한편, 이날 포럼에선 대한상의의 탄소감축인증센터와 기후테크 산업 간의 연계성에 대한 논의도 오갔습니다.
지난 1월 출범한 탄소감축인증센터는 기업의 탄소중립을 지원하고자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평가해 감축성과를 인증하는 조직입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민관이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의 VCM 인증센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다”며 출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센터장은 이러한 인증센터가 기후테크 산업과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최근 한 기후테크 기업이 국내 기관투자자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기업과 기관의 구체적인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김 센터장은 “이번 투자는 기후테크 기업이 향후 7년간 탄소감축 사업을 통해 발생한 VCM 배출권을 투자자에 일정 부문(퍼센트) 넘겨주는 조건으로 체결됐다”며 “현재 이 기업은 투자금을 기반으로 공장을 신설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후테크 분야 또한 VCM 아래에서 투자가 진행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기후테크 산업도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단 것.
아울러 김 센터장은 “기후테크 기업이 친환경 탄소감축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상용화를 앞두곤 언제든 데스밸리(Death Valley)*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인증센터가 데스밸리를 극복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피력했습니다.
*데스밸리: 창업 3~5년차 기업이 겪는 경영난으로, 아이디어·기술 사업화에는 성공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상용화에 실패하는 상황에 놓인 기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