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자사 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DAC(직접공기포집) 설비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람코 같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DAC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아람코는 에너지 기업 지멘스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같은 사실을 전했습니다. 양사 협력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열린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기후주간’에 맞춰 발표됐습니다.
양사는 사우디 석유산업 중심지인 다란시에 연간 최대 12톤을 포집할 수 있는 DAC 실증 설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2024년 완공될 계획이며, 실험 결과를 거쳐 연간 최대 1,250톤을 포집할 수 있는 상업용 DAC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아람코 측은 밝혔습니다.
지멘스에너지 측은 “2024년 실증 장치 구축 후 실험을 통해 상업적 확장 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람코, KAUST와 협력해 포집한 탄소 광물화도 성공 🧪
같은날 아람코는 사우디 서남부 도시 자잔시에 포집한 탄소를 광물화하는 작업에도 성공했단 사실을 밝혔습니다. 포집한 탄소를 물과 용해한 후 화산암에 주입해 광물화한 것.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교(KAUST)가 탄소광물화 작업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기술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DAC 시설 ‘오르카(Orca)’의 경우 포집한 탄소를 액체 형태로 저장한 후 지하 탄산염에 주입합니다. 이 경우 탄산염이 수년에 걸쳐 암석으로 변환돼 영구 격리됩니다.
IEA, 27개 DAC 시설 가동…“화석연료 업계 투자에 우려 나와” 🤔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DAC 시설은 27개입니다. 이들 시설이 포집하는 탄소는 연간 1만 톤 정도입니다.
이중 4,000톤은 앞서 언급한 오르카에 의해 포집됩니다. IEA 집계 결과, 최소 130개 이상의 DAC 시설이 개발 또는 계획 중인 상황입니다.
DAC는 여전히 극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단 것이 IEA의 진단입니다.
현재 주요국의 기후대응 정책 지원 및 자발적 탄소시장(VCM) 성장에 맞춰 DAC 산업이 2030년까지 크게 성장한단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DAC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산하 기후변화·환경 전문 연구소 에멧(Emmet)의 소장 겸 법학과 교수인 카라 호로비츠 교수는 CNBC에 화석연료 기업들이 DAC에 개발하는 것이 우려된단 점을 밝혔습니다.
호르비츠 교수는 “화석연료 기업들은 비용효율적인 DAC 개발을 통해 배출량을 상쇄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생산을 통해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비용효율적인 DAC가 개발되지 않더라도 관련 산업에 계속 투자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할 여지가 생긴다”고 우려했습니다.
“DAC, 산업 유지·석유 시추에 도움될 기술”…옥시덴탈 CEO 발언에 논란 📢
지난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또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화석연료 업계의 DAC 투자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화석연료 업계의 DAC 투자가 되려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해야 한단 명분을 줄 수 있단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일례로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이하 옥시덴탈)은 지난 8월 DAC 개발 스타트업 카본엔지니어링(Cargon Engineering)을 11억 달러(약 1조 4,7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옥시덴탈은 카본엔지니어링의 기술을 바탕으로 미 텍사스주에 연간 최대 50만 톤을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 DAC 설비 ‘스트라토스(Stratos)’를 건설 중입니다.
옥시덴탈은 2024년 하반기부터 DAC 방식으로 넷제로(탄소중립) 원유를 생산한단 목표를 설정한 상태입니다.
이와 별개로 지난 4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기업 애드녹(ADNOC)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간 100만 톤 규모 DAC 시설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셰브론 또한 카본엔지니어링에 지분 투자 중입니다. 엑손모빌의 경우 미 DAC 스타트업 글로벌서모스탯(Global Thermostat)과 협력해 DAC 개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마크 제이콥슨 미 스탠퍼드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DAC에 투자하는 것보다) 석유화학 시설에서 배출을 중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더욱이 올해 초 석유·가스 관련 콘퍼런스에서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인 비키 홀럽이 “(석유업계는) DAC가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산업을 유지하고 더 많은 석유를 시추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연간 50억 톤 탄소제거 위해선 투자 ↑…클라임웍스 CEO “감축이 우선” 💰
이같은 화석연료 업계의 DAC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 싱크탱크 록키마운틴연구소(RMI)의 탄소제거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맷 컬리는 재앙적인 상황을 위해선 DAC 규모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금 확대가 시작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IEA가 내놓은 ‘2023년 넷제로 로드맵’에 의하면, 금세기 말까지 연간 50억 톤 이상의 탄소가 대기에서 제거돼야 합니다.
스위스 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공동 CEO인 크리스토프 게발트는 로이터에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지점을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라임웍스는 세계 최대 DAC 설비 오르카를 운영 중인 곳이며, 미 에너지부로터 지원받아 연간 100만 톤 규모 탄소포집이 가능한 DAC 건설에 나섰습니다.
게발트 공동 CEO는 “탄소포집, 운송 및 영구 격리를 위해 화석연료 업계와 일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클라임웍스는 최대한 이들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DAC 같은 탄소제거가 아닌 배출량 감축이 우선순위에 둬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게발트 공동 CEO는 “인류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CO2) 환산 기준 500억 톤”이라며 “DAC는 모든 배출량을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설명합니다.
DAC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돼 톤당 포집 비용이 최대 1,000달러(약 135만원)에 이릅니다.
투자 및 기술개발을 통해 톤당 포집 비용이 250달러(약 33만원)까지 떨어지더라도 화석연료에서 나온 배출량 상쇄 비용에만 12조 5,000억 달러(약 1경 6,700조원)가 필요하단 것이 게발트 공동 CEO의 말입니다.
그는 “(화석연료 업계에서 나오는) 배출량 90%를 감소하고, 나머지 10%를 DAC를 통해 제거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1조 2,500억 달러(약 1,676조원)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