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의 실효성이 계속해서 미비하다면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밝힌 말입니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개선 방향과 과제는’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12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2030 NDC 목표 기간과 연동된 제4차 ETS(2026~2030년)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ETS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22년 기준 69개 업종·713개 업체 ETS 참여 ☁️
ETS는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해 정해진 양만 배출하도록 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다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시장 기반 온실가스 감축 정책입니다.
국내에선 2015년 최초 도입된 이래 현재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진행 중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양한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국내 ETS는 1·2차 계획기간을 거쳐 3차 계획기간에 들어와 핵심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할당대상 업종 및 업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이러한 평가를 입증합니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23개 업종·524개 업체가 참여한 반면, 지난해에는 69개 업종·713개 업체가 ETS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ETS는 ▲유상·배출효율기준(BM) 할당 확대 ▲기업인식 개선 ▲배출권 거래량 증가 등을 통해 국가 총배출량 감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단 것이 양 과장의 설명입니다.
韓, ETS 안착 성공…“제4차 계획서 유상할당·제3자 참여 ↑ 등 개선 필요” 📝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 과장은 ETS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피력했습니다.
비교적 낮은 유상할당 비율, 느슨한 총량 설정, 소규모 중심 감축 사업 지원 등으로 국내 ETS가 기업의 선도적·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배출권을 유상으로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비율이 3차계획기간 내 10%에 불과합니다. 주요 다배출업종에는 할당량의 90%가 무상으로 할당됩니다.
반면, 세계 환경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전환(발전) 부문은 100% 유상할당 비율을 적용 중입니다. 산업 부문의 경우 업종별로 최대 70%까지 차등 적용 중입니다.
양 과장은 ETS 개선을 위한 핵심 추진 과제로 ▲유상·BM 할당 비율 확대 ▲정부 개입 최소화 및 예측가능한 배출권 시장 형성 ▲부문별 배출허용총량 설정 ▲재정·금융지원 지속 확대 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양 과장은 배출권 시장의 자율성을 제고하고자 거래 참여자를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국내 ETS 시장은 기업은행 등 시장조성자와 증권사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총거래량이 1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이에 양 과장은 “시장참여자가 적극적으로 ETS 시장에 참가하고 거래 상품을 다변화해 자율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양 과장이 말한 핵심 추진과제는 토론회에서 도출된 의견과 함께 연내 수립될 제4차 ETS 계획에 반영됩니다.
경제적 실정 고려해 유상할당 업체 선정…“일부 산업은 무상할당 유지” 💰
ETS 개선 과제로 제시된 ‘유상할당 확대’를 두고 활발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4차 ETS 기본계획에서 유상할당 비중이 증가한다면 유·무상 할당 업체를 구분하는 문제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상할당은 기업의 재무성과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제적 실정을 고려해 유·무상 할당 업체가 선정돼야 한단 것이 윤 연구위원의 의견입니다.
유상할당의 경우, EU처럼 부문별로 차별화해 접근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단 의견도 나왔습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전환 부문은 빠르게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산업 부문은 국제 경쟁에 민감하고 비용 부담이 높은 업종은 기존(무상할당) 방식을 유지하면서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탄소차액계약제도(CCfDs) 등 탈탄소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보조제도 도입 논의에 앞서 무상할당 업종에 대한 유상할당 도입을 추진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습니다.
제3자 시장 참여, ETS 대상 기업 부담 ↑ 🔍
한편, 환경부가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제3자 거래 역할 확대’를 두곤 반발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손인성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연구위원은 제3자 시장 참여 확대가 합리적 탄소가격 설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손 연구위원은 “배출량 감축 의무가 없는 제3자는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윤을 얻기 위해 ETS 시장에 참여한다”며 “이러한 투기적 수요는 배출권 가격을 오르게 하고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들에 큰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또한 ETS 대상 기업이 증권사와 같은 제3자에 비해 정보 비대칭성이 높고 전문성이 낮은 점을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배출권 거래 주체 확대는 거래 경로를 다양화할 뿐, 시장기능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 본부장은 전망했습니다.
시장기능 활성화에서는 거래 물량의 확대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소규모 물량을 대상으로 가격의 변동성만 높여 투기자산화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제3자와 같은 이질적인 참여자가 있어야만 ETS 시장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단 의견도 나왔습니다.
ETS 간접배출 제외 고려…“배출권 가격 상승 우려 등 신중히 접근해야” 📈
기업의 전기 사용을 온실가스 간접배출로 간주하는 ETS 제도가 개편돼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는 EU나 미국과 달리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을 모두 규제 범위에 포함합니다. ETS 대상 기업은 전기요금 인상과 RE100 선언 등 이중고에 부담이 가중된 상황.
이날 발표를 맡은 김진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력시장의 유연성 확대 등을 감안해 간접배출 제외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간접배출 규제 개편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교수는 “간접배출 제외 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친환경 전력을 단기적으로 늘릴 수 없는 만큼 석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 ETS 대상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단 것이 안 교수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