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축장 된 세계 배터리 기술 전쟁, 산업 고유의 불확실성이 ‘재활용 딜레마’ 불러

“시스템 변화 필요”

전기자동차 전환의 가속화와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탈피 정책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투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시리즈 D 투자에서 5억 4,200만 달러(약 7,231억원)를 조달한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가 대표적입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카타르 투자청(QIA) 등이 투자를 주도했습니다. 이는 2023년 9월 기준 민간 부문에서는 북미 최대 규모의 기후테크 투자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 재활용에 올해만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몰린 가운데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더 확장되기 위해서는 산업 고유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레드우드머티리얼즈는 미국 IRA 법안의 가장 큰 수혜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Red Wood Materials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2023년에만 수십억 달러 조달 💰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부터 연평균 33%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574억 달러(약 76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단연 미국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의 수혜 분야로 배터리 재활용이 꼽히기 때문입니다.

IRA가 발효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올해까지 많은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이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혜 기업은 전(前) 테슬라(TESLA)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설립한 레드우드머티리얼즈(Red Wood Materials)입니다.

이 기업은 작년 12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35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올해 2월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원)의 조건부 자금 대출도 승인받았습니다.

지난 8월에는 시리즈 D 투자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가치가 50억 달러(약 6조원)를 기록한 상태입니다.

싱가포르 배터리 재활용 기업 그린라이온(Green Li-ion) 또한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 재활용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그린라이온은 올해 3월 2,050만 달러(약 273억원) 규모의 사전 시리즈 B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기업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도 유럽과 미국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 포스코·두산·영풍 등 한국 대기업도 배터리 재활용 뛰어들어

 

▲ 비야디가 선보인 블레이드 배터리 얇은 칼날처럼 얇고 긴 모양의 셀을 조립해 만들어 모듈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팩을 만드는 셀투팩 기술이 적용됐다. ©BYD, 트위터

“각축장 된 배터리 기술 전쟁, 재활용 딜레마 불러”! 💥

그러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내재된 불확실성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기술 경쟁 현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NCM 배터리’ 또는 ‘삼원계 배터리’라 불리는 리튬니켈망간코발트(LNCMO) 배터리입니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SK이노베이션(SK이노)·삼성SDI 등은 모두 LNCMO 배터리를 생산합니다.

반면, 비야디와 CATL 등 중국 업계는 생산비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합니다.

독일·미국 등의 완성차 기업은 LNCMO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나, 중국 전기차 생산 기업은 LFP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 테슬라는 중국에 판매되는 일부 모델에 BYD의 LFP 배터리를 도입했다. ©Paul Barron Network,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그런데 최근 테슬라 등 일부 글로벌 완성차업체도 LFP 배터리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고려 중입니다.

이에 따라 주류 배터리가 LFP 배터리로 바뀔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2020년 비야디가 모듈화 과정을 제거하는 기술혁신으로 기존의 배터리 용량을 대폭 개선하는데 성공하면서 LFP 배터리가 급부상했습니다.

배터리 재활용의 불확실성이란 이처럼 배터리 기술부터가 여전히 혁신 중이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앞으로 필요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양극재로 공기를 사용하는 금속공기 등 차세대 배터리가 여러 기업에서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 생산·재활용 기업 리튬오스트레일리아(Lithium Australia) 최고경영자(CEO)인 의 사이먼 린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업계가 지금까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 토로했습니다.

린지 CEO는 “오늘날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사람이 5~10년 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주류 플레이어(참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5개 기업(중국 브룬프·거린메이·화유코발트·한국 성일하이텍· 벨기에 유미코아)이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꼽히나, 이 상황이 바뀔 수 있단 것이 린지 CEO의 설명입니다.

 

▲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재활용 공정에는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스크랩이 사용된다. ©Audi AG

현재 배터리 재활용 체계 ‘생산 공정 스크랩’ 중심 🔋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 배출이 2025년 이후 본격화되면서 생산 공정 스크랩 중심의 재활용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을 수거해 재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스크랩이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는 배터리 스크랩이 2030년까지 배터리 재활용의 주요 공급원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등 전기차 채택이 급속했던 국가를 제외하면 당분간은 국가에서 사용후 배터리보다 스크랩으로 발생하는 폐배터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배터리 생산 기업과 재활용 기업이 합작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습니다.

LG엔솔과 북미 최대 재활용기업 라이사이클(Li-Cycle), 한국 SK이노와 어센드엘리먼츠 간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크랩(scrap): 생산 공정에서 남은 잉여·자투리.

 

▲ 맥킨지는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이 2030년을 기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McKinsey

2025년 본격화될 폐배터리 배출…“시스템 변화 필요할 것” ♻️

사용후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시스템은 이제 막 구축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사용후 배터리를 누가 어떻게 수집해 재활용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즉, 배터리의 역물류가 문제란 것. 배터리의 소유권을 누가 갖는지부터가 기업별 모델 및 각국의 정책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례로 베트남 빈패스트(Vinpast)의 시도처럼 전기차 생산기업이 배터리 소유권을 갖고 임대할 경우, 조금 더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가능해집니다. 배터리 생산 기업이나 제3의 기업이 해당 모델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맥킨지는 배터리 재활용 가치사슬이 점점 더 통합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크게 ①수직통합 ②교차 가치사슬 파트너십 구축 ③합작기업 설립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 수직통합: 배터리 역물류부터 회수·소재·생산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를 한 기업이 포괄하는 방식.
  • 교차 가치사슬 파트너십 구축: 이와 달리 물류·생산·재활용 기업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식
  • 합작기업 설립: 완성차업체가 재활용 기업과 합작하는 방식.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을 포함해 전기차 원료·생산·재활용을 아우르는 클로즈드루프(Closed loop)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

 

한편, 맥킨지는 현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위한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크게 ▲공급 원료 확보 ▲가치사슬 확장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 ▲배터리 설계 동향 및 기술 투자 등 입니다. 일례로 배터리 설계 동향 중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설계’의 경우, 파트너십과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맥킨지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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