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거(CDR)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장기 격리가 가능한 CDR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15일(현지시각) 공개된 ‘탄소제거가 다가왔다(The Time for Carbon Removal Has Come)’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BCG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고품질의 CDR이 탄소중립 달성에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고품질의 CDR 중에서도 장기 격리가 가능해 탄소제거 효과가 반전될 염려가 적은 ‘내구성 있는’ CDR이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BCG는 분석했습니다.
탄소중립 달성 위한 게임체인저, CDR이란? 🤔
탄소중립이란 인위적인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산림 등 탄소흡수원을 늘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산업화 이전 300ppm에 불과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2022년 기준 417ppm을 넘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산림·토양 등 기존 탄소흡수원을 늘리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토지가 필요하단 것.
더욱이 국가 및 기업이 단계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당장의 기술이나 여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없는 시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단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잔여배출량을 해결할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CDR입니다.
CDR이란 여러 생물학적·공학적 방법으로 CO₂를 포집해 제거하는 기술을 통칭합니다. CDR을 활용한다면 탄소중립을 넘어 배출량보다 제거량이 많은 ‘탄소네거티브(Carbon Negative)’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CDR 구매기업 77% “고품질, 특히 영구성·내구성 주목 중!” 👀
BCG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CDR 판매량의 연평균 성장률은 800%에 달합니다.
BCG는 CDR 시장이 고도화됨에 따라 고품질의 CDR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여기서 고품질이란 탄소제거 효과가 장기적이고(영구성·내구성) 검증이 가능한 동시에 추가성**이 있는 사업을 말합니다.
BCG는 그중에서도 영구성·내구성이 높은 CDR의 수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7월 BCG가 CDR 배출권을 구매한 1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기업 중 약 77%가 배출권의 양보다 품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품질 기준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기업 중 78%는 품질 기준 중에서 CDR의 영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한다고 밝혔습니다.
BCG는 올해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JP모건·넥스트젠 등 선도적인 기업들이 내구성이 높은 CDR 배출권에 적극적인 투자를 나서고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DAC(직접공기포집)와 해양알칼리 강화(OAE), 탄소광물화 등에 대한 사전구매 약속을 통해 시장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 내구성 높은 CDR? 탄소격리 기간으로 분류 가능! ⌛
1️⃣ 저내구성 CDR: 100년 미만의 기간 동안 탄소를 격리하는 CDR 방식. 조림, 토양 격리 등 생물학적 흡수원을 이용해 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이 주로 포함된다.
2️⃣ 중간 내구성 CDR: 100~1,000년 동안 탄소를 격리하는 CDR 방식. 바이오차가 대표적이다.
3️⃣ 고내구성 CDR: 1,000년 이상 탄소를 격리하는 CDR 방식. ▲DAC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해양알칼리 강화 ▲탄소광물화 등이 속한다.
*추가성: 탄소제거 프로젝트를 통해 추가적으로 탄소가 제거됐다는 뜻. 즉, 해당 탄소제거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탄소제거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증명해야 한다.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농업폐기물 등 바이오매스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
2022년 역대 최대 투자 기록했지만 “수요 대비 여전히 부족!” 💸
클라임웍스, 에어룸처럼 탄소를 장기 격리하는 CDR에 대한 투자가 2022년 한해 10억 9,600만 달러(약 1조 4,65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2.8배 증가한 액수입니다.
같은기간 민간투자는 3.6배 늘어 증가폭이 더 컸습니다.
그럼에도 BCG는 보고서에서 CDR 투자가 다른 기후투자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단 점을 지적합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다른 탈탄소화 기술 투자액은 1,700억 달러(약 227조원)였습니다. 당시 CDR의 경우 4,000만 달러(약 534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내구성이 높은 CDR의 경우 방법론 대다수가 파일럿(실증)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기 투자가 절실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내구성 만큼 가격도 높은 CDR, ‘200 달러’ 선이 수요 급증 이끌 것 📈
한편, 보고서는 2030년이나 2040년 무렵 영구성·내구성 있는 CDR의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규제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VCM)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CDR 배출권에 대한 자발적 수요와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 그린워싱(환경위장주의)에 대한 대중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탄소시장의 품질 기준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영구성·내구성 있는 CDR의 높은 비용은 확산의 장애물로 꼽힙니다.
현재 내구성 있는 CDR 배출권의 톤당 평균 가격은 350달러(약 47만원)입니다. 반면, 100년 미만 격리되는 CDR 배출권은 톤당 8~50달러(약 1만~6만 7,000원)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에 따라 내구성 있는 CDR 배출권의 가격 하락폭이 향후 시장 수요의 증가세를 결정할 것으로 BCG는 내다봤습니다.
보고서는 2030년경 내구성 있는 CDR의 톤당 가격이 200달러(약 26만원) 미만까지 하락할 경우, 그간 고품질 배출권에 지불 의향이 낮았던 제조업 등도 참여하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여기에는 소비재 부문, 정유화학, 철강 등 배출집약도가 높은 산업군이 포함됩니다.
또 내구성 있는 CDR 수요는 자발적 탄소시장 시장을 중심으로 증가해, 탄소세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시장으로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 BCG는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내구성 CDR로 창출되는 시장은 2030년 최대 400억 달러(약 54조원)로 예상됩니다. 2040년에는 200억 달러(27조원)에서 최대1,350억 달러(181조원)에 달할 것으로 BCG는 추산했습니다.
한편, BCG는 내구성 있는 CDR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방법론 등 표준화 등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