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中 전기차 보조금 조사 착수…“中 ‘보호무역주의’ 강력 반발”

유럽연합(EU)이 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자동차를 대상으로 보조금 조사에 나설 방침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례 정책연설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대대적인 ‘반(反)보조금 조사’를 벌이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시장가격을 낮춘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으로 대거 유입돼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있단 것이 EU 집행위의 판단입니다.

이에 중국 정부도 보복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 EU와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EU, 中 전기차 확산 견제…“보조금 조사 통해 자국 기업 보호” 🇪🇺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저가 중국산 자동차가 넘쳐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며 조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업계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영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지난 7년간(2016~2022년) 중국 정부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에 총 570억 달러(약 76조원)를 보조금으로 투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중국 전기차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역내 전기차 시장을 더욱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EU 집행위는 내다봤습니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자토다이나믹스(JATO Dynamics)에 의하면, 2020년 중국산 전기차·하이브리드차의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은 약 1%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약 5.6%까지 올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EU 집행위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EU) 역내로 한정할 경우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이미 8%를 넘은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전기차보다 약 20% 저렴해 2025년에는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역내 시장의 15%를 장악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자토다이나믹스에 따르면 EU에 수출된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등의 영향으로 다른 차량들보다 저렴한 편이다. ©JATO Dynamics 제공, greenium 편집

EU, 中 전기차에 추가 관세 부과…“테슬라 등 역외 기업에도 적용 가능” 💰

자토다이나믹스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EU 역내에 판매된 중국산 전기차의 평균가격은 4만 8,581유로(약 6,922만원)이었습니다. 반면, 한국·일본 등 비(非) 중국산 전기차 평균가격은 6만 7,607유로(약 9,634만원)였습니다.

중국산 전기차가 다른 국가 브랜드에 비해 3,300만원가량 저렴한 것.

따라서 이번보조금 조사를 통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불공정 경쟁을 방지한단 것이 EU 집행위의 구상입니다.

EU 집행위는 구체적인 보조금 조사 방식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EU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불공정 관행’으로 인식하는 만큼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쉽게 말해 조사 결과, 중국 정부 보조금으로 역내 전기차 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결론 날 경우 10~15%가량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단 것입니다.

현재 EU는 역내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상계관세까지 더해진다면 미국이 현재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인 최대 27.5%에 육박합니다. 이 경우 중국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이 무의미해집니다.

상계관세 부과 여부는 EU 보조금 금지 규정에 따라 13개월 이내로 결정될 예정입니다.

더불어 이번 조사 대상에는 테슬라 등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아 전기차를 생산하는 비(非)EU 자동차업체도 포함돼, 이들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상계관세: 국제무역에서 차별관세의 일종으로, 수출국이 특정 수출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경우 수입국이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 부과하는 관세.

 

▲ EU 집행위가 보조금 조사를 벌이기로 밝힌 이튿날인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EU의 보조금 조사를 보호무역주의라며, 중국 전기차 성장은 보조금이 아닌 기술혁신 등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BYD Global, 트위터

中, 보호무역주의 반발…“전기차 성장세, 보조금과는 상관없어” 📈

중국 정부는 EU의 보조금 조사 계획이 발표되자 ‘보호무역주의’라 지적하며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발표 이튿날(14일)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EU의 이번 조치는 ‘공정 경쟁’이라는 명목 아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최근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따른 결과이지, 보조금과는 상관없는 성장세”라고 피력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EU의 보호주의 경향과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겠단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전기차 이슈가 EU·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 속, EU와 중국 모두 원활한 소통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입니다.

 

中 의존도 큰 독일 자동차업계, 보복 조치 우려…“韓 기업엔 기회” 🚗

한편, 유럽에서도 이번 조치를 두고 반응이 엇갈립니다.

대부분의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는 보조금 조사를 환영하고 있지만, 독일의 경우 중국과의 이해관계로 인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르노·재규어·랜드로버 등 유럽 완성차업체를 대변하는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유럽 현지매체 유랙티브(Euractive)에 “이번 조사는 EU 집행위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가 받는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다소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주요 완성차업체는 중국에 막대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중국의 보복 조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지난 8월 기준 중국 시장 점유율의 약 17%에 이릅니다. 그런데 EU 집행위의 이번 조사를 기점으로 중국 내 반(反) 유럽 정서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 독일 자동차업계는 중국에 막대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EU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따른 중국 정부의 반격을 우려하고 있다. ©Volkswagen

이 가운데 국내에선 자동차·배터리업계를 중심으로 EU의 보조금 조사가 기회란 반응이 나옵니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대부분 중국 배터리가 탑재돼 현재로선 이번 조사가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배터리가 탑재되는 비(非)중국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이 오를 수도 있단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 상황.

그러나 이번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 기업을 육성·보호하려는 목적인 만큼, 국내 기업은 EU의 향후 추가 조치에 주시해야 한단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EU 중국산 수출품 보조금 조사,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
앞서 EU는 약 10년 전에도 비슷한 조사를 통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수입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2012년 당시 EU 집행위는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저가의 태양광 패널이 넘쳐나 유럽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EU 집행위는 2011년에만 210억 유로(약 29조 8,000억원) 상당의 중국산 패널이 역내로 들어왔다고 추정했습니다.

이에 EU는 2013년부터 최저 가격 및 판매 할당량을 지키지 않은 중국 기업에 27~65%의 관세, 정부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은 제조업체에 3~11%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습니다.

조치는 약 5년간 시행된 후 2018년 9월 종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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