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가격 하락 속 ‘기후대응기금’ 재원 마련 난항…“운용구조·지원방식 개편 필요성 ↑”

"산업 부문 탈탄소화 지원 필요"

“우리나라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하락으로 당초 계획보다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남긴 말입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오는 10월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후대응기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또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수입을 재원으로 합니다.

문제는 기후대응기금 주요 재원인 탄소배출권 유상할당(경매)으로 인한 수입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단 것.

여기에 기금 운용방식이 불투명하거나 사업관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예산 낭비 사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를 통해 지적된 상황입니다.

일례로 천연기념물 329호인 반달가슴곰 주요 서식지에 추진되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에 기후대응기금에서 7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산악벽지용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이란 명목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16개 부처 152개 사업 지원 중인 ‘기후대응기금’ ⚖️

기후대응기금 운용방식의 문제점을 알기 위해선, 기금 설립배경을 먼저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 탄소중립 예산은 크게 일반예산과 기후대응기금으로 이원화돼 있습니다.

일반예산은 부처별로 관리되는 반면, 기후대응기금은 기획재정부가 사업방향과 편성을 총괄합니다.

사업 집행은 환경부·국토교통부 등 부처별로 수행하나, 기금 운용은 한국환경공단이 수탁해 운영합니다.

2020년 12월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를 기점으로 기후대응기금의 필요성이 대두됐단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입니다.

당시 정부 여러 부처에서 진행 중이던 유사 사업들을 우선 통폐합해 기금 사업으로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추진전략이 나온 이듬해인 2021년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관련 법이 마련됐습니다.

실제 운용은 2022년부터 시작됐고, 올해로 기금 운용 2년차입니다. 2023년 기준 16개 정부 부처에서 152개 기금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기후대응기금, 4대 핵심 분야 맞춰 2조 4800억 운용 중 💰

기후대응기금은 크게 4대 핵심 분야에 맞춰 지원됩니다. ①온실가스 감축 ②공정한 전환 ③신(新)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④탄소중립 관련 제도 및 기반 구축 등입니다.

  • 🏭 온실가스 감축: 산업·도시·국토 저탄소화, 탄소 흡수기반 구축 등
  • 공정한 전환: 기후취약계층 노동 이동 지원, 기후적응 및 국민인식 제고 등
  • 🗃️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유망기업 및 인력육성, 녹색금융 지원 확대 등
  • 💰 탄소중립 관련 제도 및 기반 구축: 탄소중립 미래기술 연구개발(R&D), 제도 운영 등

 

앞서 말한대로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경매) 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합니다. 2023년 기준 약 2조 4,867억 원이 운용 중입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는 2조 4,158억 원으로 올해 대비 709억 원이 줄었습니다.

 

▲ 지난 14일 국회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기획재정부의 윤정주 기후대응전략과장이 발표를 하는 모습. ©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대응기금, 배출권 가격 하락에 기금 수입 2년 연속 흔들려 💸

문제는 기후대응기금 주요 재원인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 수입이 당초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단 것.

2023년 기후대응기금 배출권 관련 수입계획은 총 4,008억 9,600만 원이나 지난 7월까지 매각 누적수입은 500억 원에 불과합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7,020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배출권 시장 하락 원인으로는 정부의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69조에 따라 기후대응기금 내 자금부족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금융기관이나 다른 기금 등으로부터 재원을 차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금 자체의 수입이 불안정해진 것에 우려가 나오는 상황.

 

 

이에 대해 윤정주 기재부 기후대응전략과장은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자체 (기금) 수입인 경매 수익도 불안정하다”며 “기금 수익 결손 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배출권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윤 과장은 장기적으로 “기금 취지에 맞게 효율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한정된 재원으로 여러 사업을 지원하는 만큼 현재 운용 사업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가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캡처

국회예산정책처 “2024년에는 더 줄어들 것”…배출권 시장 안정화 필요 ↑ 🤔

기후대응기금 안정화를 위해선 배출권거래제를 안정화 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기후대응기금 속 유상할당 수입액은 약 4,000억 원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진익 경제분석과장은 토론회에서 “탄소배출권이 (현재) 올라갈 만한 동력이 없는 것 같다”며 “2024년에도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습니다.

진 과장은 “올해보다 내년 수익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기재부와 국회가 예산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유의 깊게 봐줄 것”을 제언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경제학을 연구해온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또한 “기후대응기금이 시기별 수요에 따라 기금의 내역별 배분 조정이 가능한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기금의 목적이 불분명한 것은 문제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개편을 통해 판매 수익을 확실히 얻고, 이를 제조업 등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에 적극 지원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 유럽연합에는 크게 3가지 기후대응기금이 있다. 그중 혁신기금은 저탄소 기술 조기 상용화를 목적으로 산업 부문을 지원한다. ©EU

오 교수 “기후대응기금, 산업 부문 탈탄소화 지원해야”…EU·일본은? 🧪

한편, 오 교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사례를 예시로 국내 기후대응기금이 개편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EU의 경우 역내 배출권거래제(EU-ESTS)에서 얻은 수익으로 3가지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운영 중입니다.

▲혁신기금(Innovation Fund) ▲현대화기금(Modernization Fund) ▲소셜클라이밋기금(Social Climate Fund) 등입니다. 현대화기금과 소셜클라이밋기금은 각각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저소득층의 정의로운 전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면, 혁신기금은 저탄소 기술 조기 상용화를 목적으로 제조업 등 산업 부문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U의 혁신기금은 산업 부문 탈탄소화를 목적으로 타 기금과 다른 지원체계로 설계된 반면, 기후대응기금은 기존 지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단 것이 오 교수의 설명입니다.

일본의 ‘녹색혁신기금’이 에너지 다소비 부문과 발전 부문의 저탄소 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입니다.

이로 인해 기후대응기금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실효성이 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오 교수는 밝혔습니다.

 

재원 규모·기금 운용구조서도 개선 필요성 제기돼 🏛️

또 EU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혁신 기술이나 실증화 단계에 있는 기술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오 교수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지원하는) R&D 사업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다른 국가 R&D 사업과 차별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재원은 기후대응에 있어 부족한 금액이라고 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기금 운용구조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오 교수는 “기후대응기금 총괄부처는 기재부이나 실제 집행부서는 환경부·산자부 등 13개 기관”이라며 “이는 기후대응기금의 모든 사업의 성과관리를 비대상사업으로 지정하면서 관리 소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기금 관련 거버넌스가 확립되지 않으면 관련 문제점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투명하고 신속한 지원체계 구축 등 타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금 운용구조가 개편돼야 한다고 오 교수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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