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가뭄으로 올리브유 가격 급증…“올리브유 쓰는 국내 치킨업체 원가 부담 호소”

전 세계 올리브유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올리브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올리브 생산이 급격히 줄어든 탓입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스페인 뉴스통신사 ETF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식료품점 상당수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리터당 10유로(약 1만 4,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기간 약 4유로(약 5,700원)에 팔리던 것과 비교해 약 2.5배 이상 가격이 오른 것입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스페인 가뭄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올해 5월, 26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상태입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 상승 추세가 장기화할 조짐이 커지자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한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뭄으로 스페인 농지 60% 말라…“올리브유 생산량 절반 이상 급감” 📉

올리브가 자라기 위해선 나무에 꽃이 피는 봄에 일정량의 비가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올해 봄부터 이어진 가뭄과 함께 올여름 40℃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올리브 나무 상당수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스페인 올리브 생산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22~2023년 스페인 올리브 생산량은 약 66만 톤입니다.

이는 2020~2021년 생산량 150만 톤과 비교해 절반 넘게 급감한 수치입니다.

 

▲ 왼쪽부터 2022년과 2023년의 5월 스페인 모습.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식물들이 말라 갈색으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NASA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현재 스페인 농가들은 올가을에 강수량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올리브를 평년 수확량의 약 10%만 수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농업용수를 조달하던 전국 저수지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으로 물이 줄어들어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스페인 농민연합(COAG)은 “전국 농지의 60%가 강수량이 부족해 버썩 말랐다”며 “350만㏊(헥타르) 이상의 농지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농식품 시장조사기관 민텍(Mintec)의 카일 홀랜드 연구원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튀르키예,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 급등에 자국 내 수출 금지 발표 🇹🇷
스페인 가뭄으로 인한 올리브유 가격 급등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주요 올리브유 생산국 중 하나인 튀르키예(터키)는 지난달부터 오는 11월 1일(현시기각)까지 3개월간 올리브유 수출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올리브유 급등이 지속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며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튀르키예의 올리브유 수출 금지는 이번이 3번째입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물가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을 막고자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시행된 바 있습니다.

 

 

올리브유 가격 상승에 치킨 원가 급상승…“국내 치킨 가격 인상될까” 🍗

스페인 가뭄, 튀르키예 올리브유 수출 금지 등으로 국제 올리브유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당장 국내에선 올리브유를 원료로 쓰는 일부 치킨업체를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리브유를 전량 전량 스페인산을 사용하는 BBQ가 대표적입니다.

BBQ는 2016~2018년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톤당 평균 2,500유로(약 356만원)에 조달했으나, 현재는 약 8,000유로(약 1,140만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국내에선 올여름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닭들이 집단 폐사하며 육계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점도 치킨업계에는 부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육계 공급량은 6,728만 마리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한 것으로 공급 감소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201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치킨용 10호 닭의 ㎏(킬로그램) 당 도매가격이 처음으로 4,000원대를 넘었습니다. 평년(3,225원) 대비 약 25% 인상된 것.

이같은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가맹점주에게는 큰 부담으로 떠안게 된단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치킨업계는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단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 인상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지난 4월 가격 인상에 불매운동이 일어나며 매출 하락을 겪은 교촌치킨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 8일 농축산부는 교촌치킨·bhc·BBQ 등 국내 대표 치킨브랜드 3사를 비롯한 식품기업 22곳을 소집해 물가 안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이들 3사는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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