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뉴욕시 건물주, ‘탄소세’ 내야…WSJ “중산층 중심으로 비용 부담 호소”

미국 뉴욕시가 내년부터 일정량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건물을 단속하고 세금을 부과할 계획입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 건물주들이 시정부의 탄소배출량 규제를 앞두고 ‘탄소세 납부’와 ‘건물 에너지 환경 개선’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탄소세 대안으로 제시된 건물 에너지 효율화 공사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건물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건물 공실률과 고금리까지 겹치며 건물주들의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공실률·고금리에 탄소세까지 부담해야 할 건물주들이 비용 문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건물주들은 건물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포집 장비를 설치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찾아가며 탄소세 부과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리니엄이 뉴욕시의 탄소세 부과와 이에 대한 건물주들의 대응 현황을 2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뉴욕시 건물주, 2024년부터 일정량 이상 탄소 배출 시 ‘탄소세’ 내야 💰

오는 2024년 1월 1일부터 뉴욕시에서 시행되는 건물 부문 탄소세.

뉴욕시 당국에 의하면, 뉴욕시에 있는 약 2만 5,000ft²(제곱피트) 이상의 건물이 일정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면 건물주는 톤당 최대 268달러(약 35만 7,300원)의 탄소세를 내야 합니다.

관련해 배출량 상한선은 건물 크기 및 유형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

세부적으로 2024년 기준 다세대 주택 배출량 상한선은 약 1ft²(제곱피트) 당 6.75㎏으로 제한됩니다. 같은기간 동일 면적의 경우, 사무실은 7.58㎏, 슈퍼마켓은 23.81㎏으로 설정됐습니다.

 

▲ 2017년 뉴욕시의 2만 5,000ft² 이상의 건물별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나타낸 지도로 색깔이 짙어질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음을 의미한다. ©New York City Council

더불어 뉴욕시는 총 5개 구간(▲2024~2029년 ▲2030~2034년 ▲2035~2039년 ▲2040~2049년 ▲2050년 이후)으로 구분해 배출량 허용 범위를 축소한단 계획입니다. 구간이 넘어갈 때마다 배출량 허용 범위가 줄어듭니다.

궁극적으로는 2050년 이후 배출량 상한선을 0㎏로 규정하겠단 것이 시정부의 목표입니다.

다세대 주택·사무실·병원 등 뉴욕시 내 4만여개 주거·상업용 건물이 탄소세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뉴욕시는 전망합니다.

 

 

뉴욕시 배출량 약 70%, 건물서 나와…“2050년 건물 배출량 80% 감축” 🏨

건물별 탄소세는 2019년 11월 발효된 ‘로컬법 97호(Local Law 97)’에 따라 시행되는 조치입니다.

로컬법 97호는 같은해 4월 뉴욕시 의회를 통과한 ‘기후동원법(CMA·Climate Mobilization Act)’의 하위 법령입니다.

CMA는 뉴욕시 내 건물의 배출량 감축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골자로, 이를 위한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건물별 탄소세인 것.

이외에도 CMA는 신축 건물 공사 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자 옥상정원 및 태양광 패널을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하위법령도 갖추고 있습니다.

뉴욕시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에 집중 대응하는 까닭, 바로 고층빌딩이 즐비한 뉴욕에서는 배출량 상당수가 자동차나 발전소가 아닌 건물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니엄이 뉴욕시 감사원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10년간(2011~2021) 뉴욕시 건물은 교통이나 폐기물 등 다른 부문보다 더 많은 배출량을 뿜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뉴욕시 감사원장 브래드 랜더(현 최고재무책임자)는 “뉴욕시의 가장 큰 배출원은 건물·차량·폐기물”이라며 “2021년 기준, 건물 부문에서 약 3,600만 톤의 배출량이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해 교통과 폐기물 부문 배출량이 각각 약 1,400만 톤과 약 200만 톤이었던 것과 대비됩니다.

 

▲ 2만 5,000ft² 이상의 뉴욕시 건물들은 오는 2024년 1월 1일부터 탄소세가 부과된다. ©Urban Green Council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냉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에서 온실가스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뉴욕시는 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건물이 71%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뉴욕시는 로컬법 97호의 핵심 목표를 ‘시내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이 뿜어내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뉴욕시 건물들은 탄소세 등을 통해 2030년까지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줄여야 합니다. 2050년에는 80%까지 감축해야 합니다.

또 로컬법 97호는 법 시행 1년 후인 2025년부터 규제 대상 건물주를 대상으로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같은해 배출 한도를 초과한 건물주는 해당 사실을 보고서에 포함해 제출해야 합니다.

뉴욕시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매달 50센트(약 600원)의 벌금과 처벌을 부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시행 첫 5년간 600여억원 탄소세 발생…“건물주 부담 가중될 것” 📈

당장 내년부터 탄소세가 본격 시행되는 상황에 뉴욕시 건물주들은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산하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의 전략가인 앨런 토드는 WSJ에 “늘어난 공실로 현금 흐름이 부족한 건물주라면 탄소세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WSJ는 탄소세 시행 후 발생하는 비용을 토대로 건물주들이 겪을 부담을 살펴봤습니다. WSJ 분석 결과, 탄소세 시행 첫 5년간 뉴욕시 128채 건물에서 약 5,000만 달러(약 668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나아가 WSJ는 매년 강화되는 배출량 상한선을 건물주가 지키지 못한다면 2030~2040년에는 최대 2억 1,400만 달러(약 2,860억원)의 탄소세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구입된 건물만을 계산한 결과로, 실제로 발생하는 탄소세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것이 WSJ의 설명입니다.

WSJ는 탄소세 이행 초기에는 그 영향이 적더라도, 건물 운영 시 발생하는 기존 비용에 탄소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만큼 해가 흐를수록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입점한 51층짜리 초고층건물 ‘277 파크 애비뉴’의 모습. ©Stahl Organization

“뉴욕시 탄소세, 중산층 건물주 부담 높인 정책이란 비판도” ⚖️

일례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등이 다수 입점한 51층 건물 '277 파크 애비뉴'에만 약 130만 달러(약 17억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소유주인 부동산 기업 스탈오거나이제이션(Stahl Organization)이 지난해 임대료 등으로 벌어들인 건물 수익 1억 2,900만 달러(약 1,720억원)에서 약 1%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부담이 적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해당 건물 공실률은 2014년 2%에서 올해 25%로 뛰었습니다. JP모건체이스의 임대차 계약도 2026년 종료 예정이라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건물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뉴욕시에 건물을 소유한 중산층 사이에선 탄소세가 ‘건물주 죽이기’에 앞장선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뉴욕시에서 80만 채 이상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중산층 협동조합과 리조트 건물주들은 탄소세가 시행되면 건물 관리 및 유지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합니다.

이들이 소유한 1만 2,000채 건물 중 약 절반인 5,540채가 탄소세 적용 대상 건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시 퀸스에서 활동하는 ‘베이테라스 주택협동조합(Bay Terrace Cooperative)’의 워랜 슈라이버 회장 또한 “지난 25년간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탄소세와 같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문제는 없었다”며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 걱정된다”고 전했습니다.

 

▲ 지난해 2월 비키 팔라디노 뉴욕시 공화당 의원은 중산층 협동조합 및 리조트 건물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로컬법 97호를 7년간 연기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Vickie Paladino, 인스타그램

보스턴·덴버 등 美 12개 지역서 건물 탄소세 법안 시행 앞둬 🗺️

이에 뉴욕시 곳곳에선 로컬법 97호의 시행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년 2월 공화당 소속 비키 팔라디노 뉴욕시 의원은 로컬법 97호의 집행을 향후 7년간 연기하는 법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법안은 현재 뉴욕시의회 의원들에게 서명을 받는 절차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주거용 부동산 건물주 협동조합은 법 시행을 막고자 뉴욕대법원에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소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달리 뉴욕시 환경단체들은 탄소세 도입을 환영한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탄소세가 뉴욕시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탄소회계 기업 앤제로(nZero)에 따르면, 건물 배출량을 규제하는 법안이 이미 미국 내 12개 이상 지역에서 발효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보스턴·덴버·세인트루이스 등 미국 내 대도시 상당수가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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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건물 탄소세 모아보기]
① 2024년부터 뉴욕시 건물주, ‘탄소세’ 내야
② 탄소포집, 뉴욕시 탄소세 대비책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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