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침입종 유입으로 인한 문제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이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연간 4,230억 달러(약 56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외래침입종 보고서’를 지난 4일(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IPBES는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와 같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유엔 산하 기구입니다.
보고서는 IPBES에 가입된 143개 회원국에 의해 승인돼 발표됐습니다.
IPBES “기존 생태계·사회에 피해 끼치는 ‘외래침입종’ 확산 속도 ↑” 📈
IPBES는 ①토지·해양 이용 ②유기체 착취 ③환경오염 ④기후변화와 함께 외래침입종 유입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작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나온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도 외래침입종 유입을 감소해야 한단 목표가 담긴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49개국 86명의 전문가가 4년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선박이나 비행기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3만 7,000종 이상의 외래종이 확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중 3,500종은 ‘외래침입종(Invasive Species)’으로 분류됐습니다.
외래침입종은 원래 서식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결과, 기존 생태계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생물종을 말합니다.
세부적으로 ▲무척추동물 1,852종 ▲식물 1,061종 ▲척추동물 461종 ▲미생물 141종 등이 외래침입종으로 분류됐습니다.
문제는 외래침입종의 국가 간 확산이 더 빨라지고 있단 점입니다.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영국 생태수문학센터(UKCHE)의 헬렌 로이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외래종의 수가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다”며 “매년 약 200종의 신규 외래종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 한국 내 외래칩입종 수는? 🤔
한국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래칩입종을 ‘위해우려종’과 ‘유입주의 생물’로 구분해 정의합니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외래종은 유입방지 모니터링 대상이 될뿐더러, 반입과 유통 모두 금지됩니다. 2023년 2월 기준 국내 유입주의 생물로는 총 557종이 지정됐습니다.

외래침입종으로 인한 손실 약 564조…“이탈리아 ‘꽃게 전쟁’이 대표 사례” 🦀
보고서에 의하면, 외래침입종은 전 세계 동식물 멸종의 약 16%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간접적인 영향까지 보면 동식물 멸종에 약 60%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외래침입종은 섬과 같이 고립된 생태계일수록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례로 남태평양에 위치한 고프섬에는 멸종위기종인 트리스탄 앨버트로스 등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무역선을 통해 쥐가 섬으로 유입됐고, 앨버트로스 같은 바닷새알을 빠른 속도로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무역량 증가와 함께 외래종 유입이 가속화됐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같은 외래침입종이 세계 경제와 식량안보 더 나아가 공중보건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세계 외래침입종 처리 비용은 1970년 이후 10년마다 4배씩 증가하고 있고, 2019년 기준 연간 4,230억 달러(약 564조원) 이상이 지출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례로 한국 등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장수말벌이 미국으로 건너가 양봉업계에 큰 피해를 입히는 상황입니다.
이에 2021년 미 농무부는 장수말벌 제거 연구에 약 94만 달러(약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또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푸른꽃게(청색꽃게)가 확산하자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꽃게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푸른꽃게가 이탈리아 연안에서 조개와 홍합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이탈리아 양식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달 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정부는 푸른꽃게 확산을 막기 위해 290만 유로(약 41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바다멍게가 한국 양식업과 어업에 침입해 피해를 입혔고, 카리브해 홍합이 인도에 유입돼 주요 어장에 손실을 입혔단 점을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기후변화로 기존 유입 외래종 확산 속도 ↑”…감염병 위협 가속화 💉
외래침입종은 에너지나 물과 같은 자원 이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 오대호 일대에 유입된 얼룩무늬 홍합은 인근 발전소 수로에 붙어 발전량을 떨어뜨리거나, 여러 상수도를 막기도 합니다. 이 홍합으로 상수도가 오염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물 사용 제한령이 떨어진 바 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신규 외래종 유입을 막더라도 기존에 확산된 외래종이 서식지를 넓혀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외래침입종의 위협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푸른꽃게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입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해 외래모기종의 개체수가 증가함에 따라 말라리아나 지카바이러스 같은 모기매개 감염병 확산이 더 빨라질 수 있단 점을 경고했습니다.

외래침입종 방지 위한 최선책은? 검역 등 외래종 유입 예방 및 감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가 내에 외래침입종 유입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83% 국가에 외래침입종 유입 방지를 위한 별도 제도나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연구진은 외래침입종 증가에 맞서 싸우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예방과 감시’를 꼽았습니다. 선박이나 비행기가 운항 전에 생물보안 검사, 즉 검역 활동을 채택하는 것이 좋은 예로 소개됐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국제 검역활동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나 정보공유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특정 외래종 수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규제종 목록을 채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습니다.
로이 박사는 “외래침입종이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예방과 감시가 최선”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보고서 공동저자 중 한 명인 피터 스토엣 IPBES 평가보고서 공동의장 또한 “지속적인 투자와 헌신이 있다면 (외래침입종은) 관리가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아킴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현지지식 등을 조합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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