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대나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친환경? 벨기에 연구진 “독성 화학물질, PFAS 검출”

韓 산업계 “종이 빨대 생산 시 PFAS 물질 사용 안 해”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등 다른 재질로 만든 빨대보다 인체나 환경 모두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빨대에 사용한 방수 코팅이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이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식품첨가물과 오염물질(Food Additives and Contaminants)’에 지난 25일(현지시각) 게재했습니다.

연구진은 벨기에 내 식료품점과 약국 등에서 사용 중인 39개 브랜드의 빨대를 대상으로 과불화합물(PFAS) 함유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69%에 해당하는 27개 브랜드에서 PFAS가 검출됐습니다.

 

벨기에 연구진 “종이·대나무 등 여러 재질 빨대서 ‘영원한 화학물질’ 검출” 🥤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 열과 부식에 강해 반도체·배터리·항공기·섬유·의료장비·식품포장재·화장품·방수 의류 등 광범위한 제품에 사용됩니다.

문제는 PFAS는 잘 분해되지 않을뿐더러, 인체와 동식물 그리고 환경에게 유해하단 것. PFAS에 장기간 노출되면 저체중이나 면역체계 약화 나아가 신장암 및 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앞다퉈 PFAS 규제를 추진 중입니다. 2021년 미국 백악관은 성명PFAS 규제 강화에 나설 것을 밝힌 바 있고, 미 환경보호청(EPA)이 단계적 규제를 추진 중입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화학물질청(CHA) 또한 PFAS 금지를 아예 법으로 검토 중입니다. 지난해 2월 유엔은 PFAS 같은 고독성·생물농축성·잔류성 물질의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각국이 규제를 추진 중인 PFAS가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재질의 빨대에서도 발견된 것.

재질별로 PFAS가 검출된 빈도를 보면 종이 빨대가 90%(18개)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대나무 빨대 80%(4개), 플라스틱 빨대 75%(3개), 유리 빨대 40%(2개) 등 순으로 높았습니다.

유일하게 스테인리스 재질 빨대에서만 PFAS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검출된 PFAS 종류 또한 종이 빨대가 다른 재질의 빨대보다 다양했습니다. 종이 빨대에서는 총 18종류의 PFA가 확인됐습니다.

그중 이번 연구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PFAS인 과불화옥탄산(PFOA)은 이미 2020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 벨기에 앤트워프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 종이 빨대가 다른 재질보다 다양한 종류의 PFAS가 검출됐다. ©Food Additives and Contaminants 제공, greenium 번역

“PFAS 검출 농도 미비…지속 노출 시 건강 해칠 수 있어” 😮

종이·플라스틱·유리 등 여러 재질의 빨대에서 다양한 PFAS가 검출된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제품을 코팅하는 과정에서 PFAS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빨대가 물에 의해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조 과정서 사용됐단 것.

땅에서 자란 대나무 등에 미량의 PFAS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조사 대상 39개 브랜드 중 PFAS가 검출된 27개 빨대 모두 PFAS 농도는 미비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들 빨대는 1g당 2ng(나노그램·1ng은 10억 분의 1g) 이하로 검출됐습니다. 또 PFAS가 음료에 녹아 나오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PFAS의 체내 축적 정도가 낮고 대체로 빨대 사용 빈도가 낮은 만큼 이들 빨대의 인체 유해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연구에서 검출된 트리플루오르아세트산(TFA)이나 트리플루오르메탄설폰산(TFMS) 같은 물질들은 수용성이 높아 음료로 침출될 위험이 있는 PFAS입니다.

논문 주저자인 티모 그로펜 앤트워트대 박사후연구원은 “(그럼에도) 적은 양의 PFAR라도 이미 체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에 따른 부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로펜 박사후연구원은 “종이나 대나무 등 식물 기반 재료로 만든 빨대는 종종 플라스틱 빨대보다 지속가능하거나 친환경적으로 알려져 있다”며 “PFAS가 검출된단 점에서 이러한 광고는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습니다.

빨대 내 PFAS 함유 관련 연구는 유럽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것입니다.

 

韓 제지업체 “종이 빨대 생산 시 PFAS 물질 사용 안 해” 📦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노트르담대 화학과의 그레이엄 피슬리 교수는 “빨대 제조업체들이 자사제품에 화학물질을 실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피슬리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PFAS가 체내에 축적되는 만큼 가능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PFAS는 소량으로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축적될 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앤트워프대 연구진의 이번 실험결과가 국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자 국내 제지업체들은 종이 빨대 생산 시 PFAS를 사용하지 않는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로부터 생분해 인증을 받아 출시하기 위해선 PFAS와 폴리에틸렌(PE) 코팅을 할 수 없단 것이 제지업계의 설명입니다.

일례로 국내 1위 제지 기업인 한솔제지는 지난 30일 입장문을 통해 “수년전부터 PFAS에 대한 우려를 인지했다”며 “자사에서 생산하는 일반 종이, 식품용 종이, 종이 빨대 등의 제조 공정에 PFAS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솔제지는 지난 5월 종이 빨대 등의 제품에 적용하는 수성 코팅액에서 PFAS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공인기관의 시험성적 결과를 받았단 사실을 덧붙였습니다.

국내 2위 제지 기업인 무림 또한 자사의 제품이 정부 인증을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으로부터 안정성을 입증받았단 점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환경영향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등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제지업계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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