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정부, 물·식량 정책 추진 시 미래 기후영향 반영 안 해”

정부가 미래의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물·식량 관련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22일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I (물·식량 분야) 주요 감사 결과’에 담긴 내용입니다.

앞서 감사원은 정부의 기후대응 실태를 우선 점검하기로 하면서, 기후문제로 인한 파급력 등을 감안해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물·식량 분야를 선정해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감사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16일까지 진행됐습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국토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행정안전부(행안부) ▲해양수산부(해수부) 등 총 5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부처 모두 관련 정책 수립 시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중장기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이들 5개 부처는 감사원 지적에 동의하며 향후 정책 수립 시 기후변화 위험을 반영할 것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이번 감사에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있어 부처별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감사원 “IPCC ‘RCP 시나리오’ 기반으로 물관리 정책 감사 진행” 📝

감사원은 미래 위험요인에 대비하는 감사에 집중하기 위해 2021년 12월 ‘미래 위험요인 대응중장기 감사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그중 발생 시 파급력 등을 감안해 정부의 기후대응 실태를 우선 점검된 것입니다.

감사원은 “현재의 정부의 기후 기후적응 대책이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부족하단 비판이 있었다”며 “(이번 감사는)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미래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감사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했습니다.

이른바 ‘대표농도경로(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시나리오가 사용된 것입니다.

 

▲ 2022년 8월 폭우로 불어난 강물로 인해 한강 인공섬 세빛둥둥섬 주변이 폐쇄된 모습. ©Sungwoo Lee, Greenpeace

RCP 시나리오는 2014년 IPCC의 ‘제5차 종합보고서(AR5)’에서 처음 사용된 미래 기후 예측 시나리오입니다.

RCP 시나리오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에 따라 ①RCP 2.6 ②RCP 4.5 ③RCP 6.0 ④RCP 8.5 등 4가지로 나뉩니다.

여기서 RCP 2.6은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반면, RCP 8.5는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를 그대로 배출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감사원은 RCP 시나리오를 전문기관의 분석모형에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물 분야에서는 크게 ▲물수급 예측체계 ▲물 수요 관련 계획(산업단지 지정) ▲가뭄 대비 사업 등에서 감사가 진행됐습니다.

미래 기후변화가 물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예측체계를 갖췄는지, 나아가 물부족 예측 전망을 토대로 가뭄 대비 사업 등을 추진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 감사원 RCP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전국 160개 지역 중 99개 지역이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대비 물부족량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제공, greenium 편집

1️⃣ 물수급 예측: “환경부, 과거 기상패턴 기반해 물부족량 예측” 💧

🔹환경부 현행: 1966~2018년 기상패턴 분석 결과, 2030년 물부족량 약 2억 5,700만 톤.

🔸감사원 결과: IPCC RCP 시나리오로 재분석 결과, 전국 160개 지역 중 99개 지역서 물부족량 ↑

 

감사 결과, 환경부의 물수급 예측은 과거 기상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2021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하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 수립 시 1966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상패턴이 재현된단 가정에 기반해 물수급을 예측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IPCC의 RCP 시나리오를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에 사용된 ‘물수급 분석 모형(MODSIM)’에 반영해, 미래 물수급량을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그 결과, 향후 약 70년간(2031~2100년) 생활·농업·공업용수 부족량이 5억 8,000만 톤(RCP 2.6)로 예측됐습니다. 최악의 경우 물부족량은 6억 2,600만 톤(RCP 8.5)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환경부가 예측한 물부족량에 약 2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에서 환경부는 2030년 최대 물부족량을 2억 5,700만 톤 수준으로 계산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RCP 8.5 기준) 전국 160개 지역 중 99개 지역에서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 대비 물부족량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중 충남 보령시를 비롯한 31개 지역은 기존에는 물부족 문제가 없다고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물부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부 예측보다) 미래 우리나라의 전체 생활·농업·공업용수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며 “물부족량의 지역별 편차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감사원은 덧붙였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환경부에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한 국가물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중장기 물수급 예측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2021년 6월 ‘물관리기본법’ 제27조에 따라 심의·의결된 계획으로 10년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립하는 수량·수질·수재해를 아우르는 물분야 최상위 계획.

 

▲ 2023년 초 남부 지방에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전남 순천시 주안댐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이 물부족으로 인해 공업용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국수자원공사

2️⃣ 산업단지 지정: “국토부, 물부족량 고려치 않고 산업단지 조성 중” 🏭

🔹국토부 현행: 산업단지 조성 시 계획단계서 물부족 위험 고려 X

🔸감사원 감사: 207개 산업단지 분석한 결과, 물부족 우려 지역에 44개 산업단지 조성 예정

 

정부가 물수급을 제대로 전망하지 못할 경우 감사원은 공장들이 위치한 산업단지들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에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이 이어져 주요 산업단지가 공업용수난을 겪었습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형 석유화학업체와 협력업체 등 200여개 기업이 입주한 전남 여수·광양 산업단지는 공업용수 수요를 줄이고자 한때 공장 가동을 축소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산업단지 조성 시 안정적인 용수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용수 공급을 위한 수원 확보 및 수도 시설 확충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계획단계에서부터 용수 공급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2022년 광주·전남 지역 가뭄 이후 올해 2월 전남 순천시 댐 유역을 초소형영상레이더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2021년 2월 대비 가뭄으로 물이 말라 황금색 부분의 바닥이 드러났다. ©감사원

그러나 현재 산업단지 조성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토부는 ‘계획 단계’에서 물부족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뿐더러 ‘지정·개발 과정’에서도 적정 용수 공급방안에 대한 총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3년간(2020~2022년) 산업단지지정계획에 포함된 총 207개 산업단지를 향후 생활·공업용수 부족 지역과 연계해 분석한 결과, 물부족이 우려되는 충남 서산시 등 21개 지역에 44개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물부족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시·도지사 등이 산업입지수급계획 등을 수립할 때 물부족 위험을 고려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했습니다.

 

▲ 감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용수개발사업지구 선정 시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 위치한 구들장논의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3️⃣ 가뭄 대비 사업: “농식품부·행안부, 미래 가뭄 위험 반영하지 않아” 🚨

🔹농식품부·행안부 현행: 농촌용수개발지구, 상급가뭄재해지구 지정 시 기후변화 고려 X

🔸감사원 감사: 농업용수 부족 지역 전국 112개, 농업용수 부족 사태 불가피

 

농촌용수개발사업지구를 선정하는 농식품부와 상습가뭄재해지구 지정을 담당하는 행안부 역시 가뭄 대비 사업 추진 시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단 지적을 받았습니다.

먼저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효율 ▲농업진흥지역 비율 ▲주민호응도 ▲시·도 의견 등을 종합해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지를 선정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감사원의 물수급 시뮬레이션 결과, 농업용수 부족 예측 지역은 충남 당진시를 포함해 총 112개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중 54개 지역은 최근 10년간(2013~2022년)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 지역에 선정되지 않았단 것.

이에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농촌용수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총괄 부처로서 대상 지역 선정 기준에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위험요인을 반영”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 2100년까지 거의 매년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기 이천시·용인시·연천군의 경우 저수지 신설 등 가뭄 대책사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한편, 감사원은 행안부가 미래 가뭄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 이력만을 잣대로 상습가뭄재해지구를 지정하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상습가뭄피해지구란 매년 심화되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지역 선정 시 지방자치단체는 국비 지원을 통해 지하수댐이나 저수지 등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허나, 농업용수 부족 예측 지역 112개 중 전북 고창군 등 16개 지역만이 재해지구로 지정됐습니다.

달리 말하면 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96개 지역은 향후 농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란 것.

그중 2100년까지 거의 매년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기 이천시·용인시·연천군의 경우 저수지 신설 등 대책사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감사원은 행안부에 “미래 가뭄 위험이 반영된 상습가뭄재해지구 지정기준을 마련하라”며 “저수지, 양수장, 배수로 등 방재시설 역시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해 설계기준 등을 구축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환경부의 가뭄 대비 사업인 해수담수화사업, 나눔지하수사업에 대해서도 미래 가뭄 위험을 고려해 대상 지역을 선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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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기후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 모아보기]
① “정부, 물·식량 정책 추진 시 미래 기후변화 영향 반영 안 해”
②: 감사원, 농식품부·해수부 기후변화 요소 미반영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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