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명품은 오래 입을 수 있는 고품질 의류라는 인식으로 대변됩니다. 중고패션 시장을 베스티에르콜렉티브 같은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이 선도하고 있단 점도 이를 방증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명품패션 브랜드가 대중의 인식과 달리 탄소중립 노력에 소홀했다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케이팝(K-pop) 팬들의 기후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국제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와 함께 지난 9일 공개한 ‘명품 언박싱: 그린워싱 에디션’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케이팝 팬, 명품브랜드 저격한 까닭? “블랙핑크 앞세운 ‘K-워싱’ 막아야” 📢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기후대응에 케이팝 아티스트와 팬덤의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결성된 단체입니다.
전 세계 4만 6,000여명 이상의 케이팝 팬들과 함께 여러 기후대응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MZ세대(1981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가 기후대응에 앞장서면서 이런 흐름이 문화예술산업에도 반영됐단 평가를 받습니다.
케이팝 아티스트 또한 기후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습니다.
2021년 블랙핑크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공식 홍보대사 위촉과 방탄소년단(BTS)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고위급회의 연설이 상징적입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기후대응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상황. 케이팝포플래닛은 이들을 홍보대사를 둔 명품패션 브랜드의 기후대응을 분석한 결과, 이들 브랜드가 정작 탄소중립에 소홀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아티스트를 통해 탄소중립 소홀을 숨긴다는 점에서 ‘K-워싱’이라 꼬집었습니다.
케이팝포플래닛 “명품패션 브랜드 기후대응, 6가지로 평가함!” 🔍
보고서는 개별 브랜드가 아닌 모기업을 기준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각 기업들이 패션브랜드가 아닌 기업 단위로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기후약속 등을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블랙핑크 멤버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을 분석했습니다. 샤넬(제니), 생로랑(로제)과 셀린느(리사)를 소유한 LVMH, 디올(지수)을 소유한 케어링 등입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기후연구단체 ‘뉴클라이밋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의 기업 기후책임 모니터링에 근거했다고 단체는 밝혔습니다.
또 분석 대상은 2020년과 2021년 각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및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기후변화 설문자료로 한정됐습니다.
보고서는 각 기업들의 기후대응 수준을 6가지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①2021년 스코프 1~3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②2030 공급망 배출량 감소 목표 ③2030 공급망 100% 재생에너지 목표 ④공급망 탈탄소화 조치 ⑤바이오매스 소비 보고 ⑥공급업체 탈탄소화 금융지원 제공 여부 등입니다.
기준에서 알 수 있듯, 보고서는 특히 스코프3 배출량과 재생에너지 사용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의하면, 패션 산업의 배출량 대부분이 공급망에서 발생합니다. 그중 52%가량이 소재 생산 단계에서 배출됩니다.
“패스트패션 나무란 명품브랜드, 사실은 탄소배출 ↑” 📈
분석 결과, 패스트패션보다 지속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명품패션 기업 3곳 모두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증가했습니다. 또 탈탄소화 약속과 투명성이 부족하단 점도 한계로 드러났습니다.
결과를 요약하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F를 받은 샤넬입니다. 그에 뒤이어 LVMH는 E, 케어링은 D를 받았습니다.
단적으로, 3개 기업 모두 2021년 탄소배출량이 2020년보다 증가했습니다. 샤넬과 LVMH, 케어링 모두 각각 전년 대비 67%, 34%, 12% 증가했습니다.
이들 3개 기업이 2021년 배출한 온실가스를 모두 합하면 약 930만 톤에 달합니다. 이는 같은해 중남미 온두라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약 975만톤)과 맞먹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루스 맥길프 액션스픽스라우더 캠페인 매니저는 “명품 브랜드는 (자신들이) 제품 가격과 품질로 인해 패스트패션보다 지구에 더 낫다고 주장했지만 탄소배출량은 계속 증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밖에도 각 기업에 대해 보고서가 지적한 점은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 샤넬: ▲2021 온실가스 배출량 67% 증가 ▲스코프3 감축 목표 40%(실질 10%) ▲재생에너지 조달 투명성 부족 ▲중간목표 부재 ▲공급망 탈탄소 금융지원 정보 미공개
- ☑️ LVMH: ▲2021 온실가스 배출량 34% 증가 ▲스코프3 감축 목표 55%(실질 30%) ▲공급망 재생에너지 100% 목표 부재 ▲중간목표 부재 ▲공급망 탈탄소 금융지원 정보 미공개
- ☑️ 케어링: ▲2021 온실가스 배출량 12% 증가 ▲스코프3 감축 목표 70%(실질 40%) ▲2030 공급망 재생에너지 100% 목표 설정 ▲중간목표 부재 ▲공급망 탈탄소 금융지원 정보 미공개
명품산업 내 MZ세대 영향력 ↑, “기후노력 요구 더 거세질 것” 💪
이번 보고서는 최신 정보가 아닌 2021년 자료에 기반했습니다.
또 바이오매스·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 일반적으로 친환경이라 인식되는 기준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MZ세대가 주도하는 케이팝 팬덤이 나서서 패션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요구했단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MZ세대가 명품패션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는 2023년 세계 명품 시장이 MZ세대의 주도로 전년 대비 21% 성장한 1조 4,000억 유로(약 2,008조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습니다.
2030년이면 MZ세대가 전 세계 명품패션 매출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로는 MZ세대의 소셜미디어(SNS) 트렌드와 함께 가치소비 성향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딜로이트그룹이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MZ세대의 30% 이상이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패스트패션 구매를 지양하고 있단 답변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과연 이번 보고서가 명품패션업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방안 중 하나로 사용된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