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레이시아 간 CCS(탄소포집·저장) 프로젝트인 ‘셰퍼드 CCS 프로젝트’가 사업 진행에 추진력을 받습니다.
지난 11일 셰퍼드 CCS 프로젝트에 ▲한국석유공사 ▲한화 ▲에너지 기업 쉘(Shell) ▲에어리퀴드코리아 등이 새롭게 합류했단 소식입니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공동 추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 산업단지에 발생한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국내 허브에 집결한 뒤, 말레이시아로 이송해 폐가스전 등에 저장하는 사업입니다.
앞서 SK에너지, SK어스온, 롯데케미칼, GS에너지,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 등 7개 기업이 작년 8월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한-말레이 셰퍼드 CCS 프로젝트, ‘아시아 주도 CCS’로 주목 받아 💭
지난 4월 최종 의결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을 통해 1,12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CCUS 개발이 활성화됐습니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CCS 밸류체인(가치사슬) 전주기에 대한 개발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습니다.
참여사들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탄소저장소 탐색부터 국내 탄소포집과 이송 그리고 저장을 모두 개발한단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CO₂를 포집해 허브(Hub)로 집결시키고, 이를 전용 운송선으로 운송해 말레이시아 내 폐가스전이나 대염수층* 등의 저장소에 격리하는 방식입니다.
기업들은 밸류체인에서 각사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살려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업개발 및 허브 구축(삼성엔지니어링) ▲탄소포집(롯데케미칼·GS에너지·SK에너지) ▲액화 CO₂운송(삼성중공업) ▲저장소 탐색·선정(SK어스온·페트로나스) 등입니다.
여기에 지난 11일 업무협약(MOU)을 갱신하며 한국석유공사, 한화, 에어리퀴드코리아, 쉘 등이 새로 합류한 것.
이로써 프로젝트 참여사는 기술력과 전문성 강화, 잠재 탄소포집원 확보 등으로 사업 진행에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한국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을 추진한 경험을 보유했으며 에어리퀴드코리아는 CO₂ 포집 및 액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한화의 전남 여수 화학공장 등은 잠재 탄소포집원으로 프로젝트 규모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염수층: 지하 800m~3㎞ 정도 이하의 염수를 함유한 지층. 주입된 CO₂는 염수에 용해돼 격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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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들은 현재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 허브 부지와 말레이시아의 탄소저장소를 각각 1곳 이상 잠정 확정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 허브 부지와 탄소저장소를 추가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왜 하필 4,000㎞가량 떨어진 말레이시아 바다에 탄소를 묻으려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중규모 실증사업이 국내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국내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2021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CO₂ 저장 가능 용량은 최대 7억 3,000만 톤입니다.
반면, 페트로나스는 말레이시아 내 16개 폐유전의 탄소저장 용량이 약 46조 ft³(세제곱피트·약 1조 3,000억㎥)라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폐유전 등 탄소저장 용량이 높은 호주·북유럽에 비하면 비교적 근거리란 점도 이점입니다.
더욱이 말레이시아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탄소중립 전략으로 CCS를 주요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가 탄소저장소의 40%를 해외 기업에게 배분하겠다고 밝힌 이유 또한 이 때문입니다.
즉, 탄소제거 수요와 탄소포집 기술력은 있지만 국내 저장소가 부족한 한국과 에너지의 9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말레이시아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덕분인 것.
같은 이유로 인도네시아, 부르나이, 싱가포르 등 화석연료 의존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CCUS 프로젝트가 활발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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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 세계에서 CCUS 프로젝트가 활발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먼저 CO₂를 포집하고 액화해 운송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말레이시아 등 해외 저장소를 이용할 경우 해당 국가에 이용료도 지불해야 합니다. 고비용 뿐만 아니라, 포집·운송 과정에서 추가적인 온실가스가 배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CCUS가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고 유지시킨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작년 9월 내놓은 보고서는 이같은 비판을 뒷받침합니다.
IEEFA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CCS 사업의 69%가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 적용된 프로젝트였다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 포집된 탄소의 73%가 운영 중인 유정에 CO₂를 주입해 석유 생산을 늘리는 ‘석유 증산기법(EOR)’에 사용된다고 IEEFA는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를 포집하는 CCS 기술이 되려 천연가스와 석유 사용의 수명연장에 기여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단 것.
이에 전문가들은 CCS를 탈탄소가 어려운 일부 산업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