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냉방 전력·온실가스 배출 ↑…‘에어컨 딜레마’, 차세대 냉방 기술로 해결 가능할까?

전력수요 급증 우려 계속 나와

기록적인 폭염이 세계 전역을 덮친 가운데 냉방수요가 급등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비영리 기후 싱크탱크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81%에 해당하는 65억 명이 지난 7월 최소 하루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클라이밋센트럴은 같은기간 미국 232개 지역에서 냉방수요가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냉방수요가 급등함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수 있단 점.

또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가 강력한 온실가스란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8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탓에 세계 에어컨 수가 2050년까지 24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시 IEA는 “향후 30년간 매초마다 10개의 에어컨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또한 2050년까지 미국 내 가정용 냉방수요와 상업용 냉방수요가 각각 71%와 30% 증가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증가하면서 에어컨 등 냉방수요의 필요성은 증가한 반면, 에어컨을 사용할수록 기후문제를 부추기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국제에너지기구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수요 증가로 2050년경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에어컨을 소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니엄

IEA “2030년 인구 3분의 2가 에어컨 보유할 것”…전력수요 급증 우려

세계기상기구(WMO) 등 주요 기상기구에 의하면, 지난 7월은 기상 관측 이래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습니다.

극심한 폭염에 전 세계 에어컨 수요도 급증했습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IEA는 논평을 통해 구글 검색에서 에어컨 검색이 지난 10년 평균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 내 논문을 인용해, 30℃를 넘는 초과일이 이어질 경우 에어컨 주간 매출이 16%가량 증가할 수 있단 점을 짚었습니다.

IEA는 그중에서도 에어컨 사용이 적었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단 점을 짚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가구의 90% 이상이 에어컨을 보유한 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15%에 불과합니다.

IEA는 2018년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에어컨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3개국이 냉방으로 인한 전력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 국가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과 달리,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2060년, 인도는 207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국가입니다. 즉, 아직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개도국에서 에어컨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단 것.

지난 6월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 폭염이 강타해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하이 내 와이가이차오(外高橋)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시간당 최대 800톤의 석탄이 사용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 에어컨 냉매로 쓰이는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가스는 이산화탄소(CO²)보다 수천배는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Jenny Nuss, Berkeley Lab.

기후변화 또 다른 주범, 에어컨 냉매였다고? 💭

더욱이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가 이산화탄소(CO²)보다 수천배는 더 강력한 온실가스란 점도 문제입니다.

냉매란 에어컨과 냉장고 등 냉각을 사용하는 가전기기에서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냉매는 증발기에서 열을 흡수하여 응축기(열을 방출)로 열을 운반하는 매체로 에어컨에는 주로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냉매가 사용됩니다.

가스인 냉매는 냉방 제품의 생애주기 내 천천히 누출됩니다. 냉매 교체와 제품 폐기 시 폐냉매 관리 부실로 누출되는 양도 상당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HFC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 1,700배 더 높습니다.

이 때문에 2016년 ‘제28차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170여개국이 HFC 냉매 생산 및 소비 감축을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명 ‘키갈리 개정의정서’입니다.

에어컨의 전력수요 증가 문제와 냉매에 대한 문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여러 스타트업들이 지속가능한 냉방을 위한 차세대 에어컨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블루프런티어의 초기 프로토타입 에어컨 기술을 연구 중인 모습. ©NREL

1️⃣ 빌 게이츠도 반한 ‘소금 냉매’ 개발한 ‘블루프런티어’ 🧂

차세대 냉각 기술개발 분야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블루프런티어(Blue Frontier)입니다.

작년 7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블루프런티어의 2,000만 달러(약 268억원) 가량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블루프런티어의 핵심은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액체건조제를 개발했다는 것.

고농도 소금 ‘액체건조제’가 공기를 제습하여 주변 온도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기체 냉매 사용을 최대 5분의 1가량으로 줄였습니다.

액체건조제 용기가 에너지를 저장할 수도 있어, 온실가스 배출은 85% 줄이고 연간 전기사용량도 6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블루프런티어는 설명합니다.

한편, 블루프런티어는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지원을 받아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 미국 예일대 산학협력단 산하 스타트업인 미믹시스템은 금속을 사용해 열을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무냉매 에어컨을 개발 중이다. ©MIMiC Systems

2️⃣ ‘반도체 장치’로 냉매 누출 원천 차단한 ‘미믹시스템’ 📀

기체 냉매를 사용하는 한 냉매의 대기 중 누출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에 기체 냉매를 없앤 무냉매 에어컨에 도전한 기업이 있습니다. ‘솔리드 스테이트 기술(solid-state technology)’을 사용하는 냉난방기를 설계한 미믹시스템(MIMiC Systems)입니다. 미 예일대 산학협력단 산하에 있는 기업입니다.

솔리스 스테이트 기술이란 반도체 장치를 사용해 기계 부품을 대체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기존 에어컨은 기체 냉매와 압축기를 사용해 열을 전달·방출 합니다. 이에 반해 미믹시스템은 금속을 사용해 열을 전달한다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압축에 사용되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더 작고 개인화된 모듈식 에어컨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금속을 사용하는지나 열 전달 및 제어 방법 등 자세한 기술에 대한 설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믹시스템 공동설립자인 베라르도 마탈루치 박사는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에어컨 한 대의 탄소배출량을 30년 사용 기준, 1.9기가톤(Gt)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플레어 스마트 벤트’는 공기 순환을 제어하는 스마트 벤트로 냉난방 효율성을 혁신해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Flair Smart Vent

3️⃣ ‘스마트 벤트’로 냉방 효율성 혁신한 ‘플레어’ 🧊

블루프런티어와 미믹시스템이 냉매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했다면, 냉방 효율성의 혁신에 주목한 기업도 있습니다.

냉난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벤트 시스템을 개발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플레어 스마트 벤트(Flair Smart Vent·이하 플레어)’입니다.

플레어는 중앙냉방식 시스템에서는 냉난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공간이 위치한 방향, 해의 위치, 창문의 수와 위치 등 다양한 이유로 에어컨 시스템의 기류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냉기를 제어할 수 없기에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만 냉방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에 플레어는 집안의 공기 순환을 제어할 수 있도록 스마트 벤트 및 이와 연결된 스마트 온도 조절기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에어컨은 그대로 둔 채, 기존 통풍구 커버만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간단한 방식이나 이를 통해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방지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플레어는 설명합니다.

 

+ 냉방 기술 발전과 함께 정부 지원도 필수라고! 💰
한편, 냉방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력수요 상승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필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냉방수요가 급증한 신흥국과 개도국에선 고가의 고효율 냉방기기 대신 저렴한 저효율 냉방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디나 아즈갈리예바 연구원은 보조금 지원 등 지속가능한 냉방을 위한 정책 개발·도입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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