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국, 미국 등 북반구 주요국이 전례 없는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올여름 세계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실제로 선선한 날씨로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이 5%에 불과했던 영국은 폭염 직후 에어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더가디언 등 외신은 영국 최대 백화점 존루이스(John Lewis) 발표를 토대로 7월 셋째주 에어컨 판매량이 525% 증가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우리나라 관세청 또한 올해 1~7월 에어컨 수출 금액이 3억 4,375만 달러(약 4,615억원)로 전년 동기(3억 797만 달러)보다 12%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에어컨 보급률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GHG)도 같이 늘어난단 사실입니다.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가스가 온실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에어컨 수가 약 20억 대에 이르며, 이 수가 오는 2050년에는 약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렇다고 폭염 속에서 에어컨 사용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인 상황.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에어컨을 만들고 있는 테크 스타트업 블루프런티어(Blue Prontier)를 소개합니다.

 

© greenium

美 NREL, 에어컨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약 4% 차지해…원인은 ‘냉매’ 🌡️

현재 에어컨에 주로 사용되는 기술은 ‘증기압축 냉동사이클’ 방식입니다. 냉매가 압축·응축·팽창·증발하는 과정을 통해 실내공기를 냉각시키는 것인데요.

에어컨에는 대개 CFC(프레온가스)HFC(수소불화탄소) 계열 냉매가 사용됩니다. 1세대 냉매로 알려진 CFC는 지구 오존층을 파괴한단 사실이 알려지며 규제 대상에 올랐는데요. 1987년 세계 각국은 CFC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 2010년 중국을 포함한 모든 개발도상국에서 생산·사용을 금지한 상황입니다.

그 대체제로 개발된 2세대 냉매가 HFC입니다. HFC는 오존층 파괴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요.

반면, 온실가스 배출 등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CO2) 보다 높습니다. 6대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HF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HFC가 CO2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40~1만 1,700배 더 높다고 분석했는데요.

 

© 국제에너지기구는 현재 전 세계에 20억대의 에어컨이 있고 중국 8억대로 가장 많은 에어컨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미국약 4억 4000만대 일본약 1억 7000만대 인도약 4000만대 인도네시아약 2000만대 순이다 한국은 20위로 알려졌다 IEA 보고서 캡처

지난 3월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팰로앨토연구센터(PARC)에어컨이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를 차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기관은 개도국 내 에어컨 수요가 늘면서 배출량이 늘고 있단 점도 언급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연간 에어컨 가동에서 배출되는 19만 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가운데 5억 3,100만 톤이 냉방에 사용되고 5억 9,900만 톤이 수분 제거에 사용된다고 두 기관은 밝혔습니다.

여기에 냉매 누출과 에어컨 제조 및 운송 과정에서 추가로 8억 2,000만 톤의 온실가스이 배출됩니다.

 

© 친환경 에어컨을 개발 중인 블루프런티어 Blue Frontier 홈페이지 캡처

블루프런티어, 액체건조제 사용해 온실가스 낮춘 에어컨 개발 🧪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곳이 바로 블루프런티어입니다. 블루프런티어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어컨 개발에 나선 테크 스타트업인데요.

이 스타트업이 개발 중인 ‘블루프런티어 시스템(Blue Frontier System)’은 제습 기능이 반영된 간접냉각방식을 활용합니다. 장치에 설치된 히트펌프가 열을 공급하면, 고농도 소금 ‘액체건조제’가 공기를 제습하여 주변 온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즉, 수분 제거를 통해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단 뜻입니다.

블루프런티어의 다니엘 베츠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물질은 탄저균을 죽이기 위한 실험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베츠 CEO는 “액체건조제는 뛰어난 방부제와 살균제다. 탄저균이 액체건조제에 접촉하면 죽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 연구가 블루프런티어 기술의 기초를 이루는 발견과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블루프런티어 시스템에 냉매가 일부 사용되는데요. 이에 회사 측은 냉매는 액체건조제 염분농도를 조절하는 히트펌프 작동에 사용된다고 밝혔는데요. NREL에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를 사용됩니다. 이마저도 최대 5분의 1가량 적게 사용하도록 에어컨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실험 중인 블루프런티어 시스템왼과 시제품으로 개발된 블루프런티어 에어컨의 모습오 Blue Frontier

블루프런티어 에어컨 장점? 에너지 저장도 가능해 ⚡

블루프런티어의 또다른 장점은 에너지를 저장한단 것입니다. 액체건조제가 에어컨 내부에 있는 소형플라스틱용기에 보관되는데요. 이 용기가 에너지 저장 역할도 수행해, 에너지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단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블루프런티어에 의하면, 저장된 에너지로 에어컨을 돌릴 수 있는 최대 7시간인데요. 전력 사용이 높은 시간, 즉 피크(Peak) 시간 때 전기를 저장해 피크 수요를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은 85% 줄이고, 연간 전기사용량도 60%가량 줄일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블루프런티어는 주장했습니다.

 

© 블루프런티어 시스템의 작동원리 Blue Frontier 보고서 캡처

베츠 CEO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전력망(그리드) 혼잡도가 낮을 때 에너지를 소비하고, 화석연료발전소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피크 타임에 전력소비를 피하게 해준다”고 말했는데요.

최근 블루프런티어에 투자를 한 벤처투자사 볼로어스벤처스(VoLo Earth Ventures)는 “(에너지) 저장 기술이 블루프런티어의 매력적인 이유”라며 “새로운 냉각 및 에너지 저장 기술이 결합된 덕에 오후의 냉방 수요를 낮춰 소비자와 전력회사 모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블루프런티어 시스템으로 구성된 상업용 에어컨 프로토타입 구상도 Blue Frontier 제공 greenium 편집

빌 게이츠도 투자한 블루프런티어 에어컨…가정용 제품 2027년 출시 예정 🧊

한편,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도 블루프런티어에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블루프런티어는 시리즈A펀딩에서 2,000만 달러(약 268억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7월 28일(현지시각) 밝혔는데요. BEV와 볼로어스벤처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마이클 로버츠 BEV 대표는 성명에서 “냉각은 이미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결국 난방 수요를 능가할 것이다. 블루프런티어의 혁신은 효율과 유연성을 모두 극대화해 전력망 부하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 블루프런티어는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정용 제품은 늦어도 2027년에는 출시될 계획임을 밝혔다 Blue Frontier

베츠 CEO는 이번 시리즈A펀딩을 바탕으로 상업용 제품 개발에 나선 상황입니다. 현재 블루프런티어는 미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와 NREL에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실험 중인데요.

블루프런티어는 일부 시험 장비는 올해 안으로 설치할 예정이며, 상업용 건물을 위한 제품은 오는 2025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정용 제품의 경우 늦어도 2027년까지 나올 계획인데요.

베츠 CEO는 “지속가능한 투자자들과의 파트너십 덕에 전 세계 건물에 저렴하고 효율적인 에어컨을 제공해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베츠 CEO, 블루프런티어 설립 이전 실패한 경험 있어! 💼
베츠 CEO는 미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에너지 분야 경력을 쌓던 도중 에어컨 냉매가 온실가스를 배출한단 문제를 알게된 것인데요. 2016년 그는 또다른 에어컨 스타트업인 비파워테크(Be Power Tech)를 설립했습니다.

다만, 당시 기술 및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실패했는데요.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되려 친환경 에어컨 개발에 더 몰두했고, 다시 재창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어 블루프런티어를 설립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