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뉴캐슬대, 곰팡이로 만든 건축자재 ‘마이코크리트’ 개발…‘자라는 건축물’ 개념증명 실험 진행

곰팡이가 지속가능한 건축자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영국 뉴캐슬대 생명공학과 연구팀이 곰팡이 등 균사체의 복잡한 뿌리 네트워크를 사용해 만든 건축자재 ‘마이코크리트(Mycocrete)’를 개발했습니다.

해당 소재에 대한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바이오테크놀로지 바이오엔지니어링(Biotechnology and Bioengineering)’에 발표됐습니다.

마이코크리트는 곰팡이와 곰팡이의 성장을 돕는 곡물을 주재료로 만들었습니다. 단단함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덕에 실제 건축물 제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연구팀은 마이코크리트 개발 계기에 대해 건설 산업으로 인한 기후문제 영향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기준 건설 산업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이중 상당수는 콘크리트나 철근 등 건축자재를 생산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종이 등 바이오 재료가 섞인 거푸집 안에 균사체가 성장하면서 마이코크리트로 만들어지는 모습. ©BBE

균사체 건축자재 ‘마이코크리트’, 제조 방법은? 🤔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균사체였습니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곰팡이와 같은 균사체로 건축자재를 개발하려 했습니다.

당시 곰팡이를 주축으로 실 모양의 세포 덩어리인 균사체와 거푸집을 이용한 건축자재가 개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균사체 망 형성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단하며 형태 변형이 가능한 균사체 구조를 만들어지기 위해선 산소가 필요하나 기존 거푸집은 산소 투과성이 떨어졌던 것.

이는 곧 균사체가 사방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한계로 드러났습니다.

 

▲ HBBE 연구팀이 마이코크리트를 활용해 바이오니트 돔을 만드는 모습. ©HBBE

실패를 거듭한 연구팀은 균사체에 톱밥·섬유소·종이 등 여러 바이오 재료를 섞은 뒤 뜨개질한 직물 형태로 만들어 산소 투과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산소 투과성을 향상시킨 거푸집 제작에 공을 들였습니다. 3D 프린팅을 사용해 거푸집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진은 완성된 거푸집에 포자가 들어간 반죽 덩어리를 넣었습니다. 이후 포자가 균사체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거푸집을 습하고 어두운 따듯한 환경에 노출시켰습니다. 포자가 균사체로 성장하며 뿌리를 단단히 내리며 단단해진 것.

마지막으로 균사체가 버섯으로 자라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거푸집을 건조시킨 뒤 멸균 처리하면, 마이코크리트가 완성됩니다.

 

▲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이 마이코크리트를 가지고 내구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거푸집 등이 있는 경우 기존 균사체 재료보다 더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BBE

英 연구팀 “마이코크리트, 절연재·단열재 등으로 활용 가능” 🏘️

연구팀은 마이코크리트가 “균사체로 만들어져 생산이나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마이코크리트는 생분해가 가능해 사용 후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마이코크리트는 건조 과정을 통해 목재나 플라스틱과 비슷한 내구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구성 비교 실험을 위해 연구팀은 대조군으로 기존 균사체 복합 재료를 생산했습니다.

다만, 마이코크리트는 콘크리트 등 일반 건축자재와 비교하면 내구성이나 실용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단 점을 인정하면서도 “압력이나 굴곡성 면에서는 건축물에 사용될 수 있는 합격점을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덕분에 마이코크리트가 절연재나 단열재 등의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 마이코크리트로 만들어진 ‘바이오니트’ 돔 한가운데에 앉은 과학자들의 모습. ©HBBE

‘바이오니트’, 마이코크리트 기반 ‘자라는 건축물’ 개념증명 실험 진행 😮

한편, 뉴캐슬 연구팀과 영국 노섬브리아대 연구팀은 마이코크리트를 사용해 말 그대로 자라는 건물을 만들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해당 실험은 두 대학이 2019년 공동설립한 ‘건축환경 내 생명공학을 위한 연구 허브(HBBE·Hub for Biotechnology in the Built Environment)’에서 진행됐습니다.

HBBE는 최신 생명공학 기술을 건축 설계와 운영방식에 접목해 자연 말그대로 ‘살아있는 건물(Living Buildings)’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HBBE는 설립 당시 영국 연구혁신위원회로부터 800만 파운드(당시 한화 약 1119억원) 규모의 연구기금을 유치한 바 있습니다.

뉴캐슬대와 노섬브리아대 공동 연구팀은 HBBE에서 셀룰로오스 기반 천에 곰팡이 균사체를 키워 ‘바이오니트(BioKnit)’란 이름의 돔을 완성했습니다.

이 실험은 마이코크리트 같은 균사체 기반 자재를 사용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스스로 자라는 건축물’을 만드는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바이오니트는 약 1.8m 높이의 돔으로 균사체가 자라며 알록달록한 무늬를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 바이오니트를 만들기 위해 마이오코크리트가 거꾸로 매달려 건조되는 모습. ©HBBE

개념증명(PoC)을 위해 제작된 이 돔은 천과 마이코리트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연구팀은 이 돔을 만들기 위해 마이코크리트를 엮은 후 거꾸로 매달아 건조시켰습니다. 이후 건조되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천도 목재마냥 단단해진 것.

결과적으로 마이코크리트가 다른 균사체 자재보다 내구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 소재를 개발한 뉴캐슬대의 제인 스콧 박사는 마이코크리트가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기존 건물에 비해 탄소발자국이 훨씬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접합소재 없이 단일 재료로만 만들어진 덕분입니다.

스콧 박사는 “(추후 마이코크리트가 상용화된다면) 건설 현장에서 자재 관련 운송이나 부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며 “친환경 건축은 물론이고 다양한 건축 외관을 설계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 2019년 네덜란드 최대 디자인 축제 더치 디자인 위크에 전시된 그로잉 파빌리온은 외관에 균사체 패널이 부착돼 화제를 모았다. ©Oscar Vinck

균사체 기반 ‘자라는 건축물’, 가까운 미래 볼 수 있을까? 🏛️

균사체를 사용해 자라는 건축물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 네덜란드 최대 디자인 축제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선보인 ‘그로잉 파빌리온 (Growing Pavilion)’이 좋은 예입니다.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뉴히어로즈(Nieuew Helden)가 만든 전시관입니다. 균사체가 건물 외관을 뒤덮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당 벽은 농업폐기물을 압착해 목재처럼 단단하게 만든 후 그 위에 곰팡이를 배양해 만들었습니다.

곰팡이가 균사체로 성장함에 따라 뿌리가 단단하게 내린 것이 특징이며, 마찬가지로 단열재로서 성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균사체로 건축자재나 건물을 만들려는 시도는 최근 주요 기관이나 기업들로 확산됐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과 화성에 균사체로 기지를 만들기 위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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