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기 위해 충전소에 들르거나 충전기를 꽂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전기차 충전 기술 중에서도 차를 몰고 도로 위를 달리기만 하면 배터리가 충전되는 ‘동적 무선 충전 시장’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는 동적 무선 충전 기술은 나아가 ‘무선 충전 전기 도로(이하 전기 도로)’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에 그리니엄이 전기 도로와 관련돼 국내외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2편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동적 무선 충전 기술 실용화 성공한 나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
사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가 전기 도로, 즉 동적 무선 충전 기술에 있어 종주국이란 점입니다.
동적 무선 충전의 원천기술은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개발했으나 이를 실용화한 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입니다.
200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세계 최초로 달리며 무선 충전하는 온라인 전기차 올레브(OLEV)’입니다.
올레브는 도로 지표면 아래 전원 공급장치를 구축하고 전기차가 주행하며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운행하는 원리입니다. 이듬해 2010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세계 50대 발명품’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 무선 충전 기술은 물론 전기차 역시 생소했던 시기인 터라 투자비 문제로 상용화되진 못했습니다.
이후 2021년 올레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을 받아 대전광역시 일부 노선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1시간에 150㎾를 충전, 150㎞를 달릴 수 있습니다.
과기부와 대전시는 2년간 시범운행을 거쳐 기술적 문제 및 시민 편의성 등을 검증한 후 일반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韓 전기차 무선 충전 상용화 지연…정부 “활성화 위해 규제 완화” ⛽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전기 도로는 물론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 상용화 자체가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무선 충전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산하 고급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는 작년 2월 서울 강남 및 경기 용인·고양 등에 자체 무선 충전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올해 6월, 무선 충전 시범 사업 기간이 끝나자 일부 시설에 설치된 무선 충전기를 즉각 철거했습니다. 고객 만족을 위한 무선 충전 속도 개선 등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단 것이 그 이유로 드러났습니다.
업계에선 아직 제네시스의 무선 충전 상용화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무선 충전이 가능한 제네시스 전기차의 일반 판매 시기는 2024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무선 충전 시장 활성화가 다소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자 규제 개선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9일 과기정통부는 “무선 충전기 관련 규제를 현행 설치 장소별 허가에서 제품 모델별 인증으로 개선하겠다”며 “전기차용 11㎾ 이하의 무선 충전기에 한해 시행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무선 충전기 설치 때마다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던 기존과는 달리 설치 시 인증 한 번만 받으면 동일한 충전기를 향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입니다.
높은 비용·안정성 등 우려…“전기 도로, 무선 충전 ‘게임체인저’ 될까” ⚡
앞서 언급한 대로 전기 도로는 시범 운영 단계입니다. 짧은 길이에 한해 구축을 늘려가는 상황. 그러나 여러 한계도 제시된 상황입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높은 비용’입니다. 전기 도로의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은 도로를 뜯어 관련 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주요 도로에 적용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ENRX가 미국 플로리다주 4차선 고속도로의 1.6㎞(1마일) 구간에 전기 도로를 설치하기 위해 수주한 금액만 해도 1,360만 달러(약 174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선 충전 장치를 전기차에 설치하는 비용도 다소 높습니다. 전기 도로에서 충전하기 위해선 전기차들은 별도의 장치가 설치돼야 합니다.
오토테크드라이브(autotechdrive) 등 자동차 전문매체에 따르면, 무선 충전에 필요한 수신기 설치 예상 비용은 3,000~4,000달러(약 384~512만 원)로 추정됩니다.
전기 도로 구축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일렉트레온은 해당 비용을 1,000~1,500달러(약 128~192만 원)로 낮추기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안전 문제도 관건입니다. 전기 도로의 무선 충전 과정에선 전자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비나 눈이 오는 경우 감전 위험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도로에 깔린 무선 충전 패드는 아스팔트 내 매립돼 있어 훼손 위험이 적다고 하지만 비나 눈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시설을 찾을 필요 없이 주행 중에도 편리하게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만큼 전기 도로가 무선 충전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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