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직면했던 EU 자연복원법, 유럽의회서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던 이유는?

입법 무산 위기에 놓였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이 유럽의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됐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유럽의회에 따르면, 유럽의회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 자연복원법안 협상안은 찬성 336표·반대 300표·기권 13표로 가결됐습니다.

EU 집행위가 작년 6월 공개한 자연복원법은 기후대응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2030년까지 육지 및 바다의 20%를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는 2019년 출범한 EU 집행위의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계획의 핵심 법안이기도 합니다. 그린딜은 2050년 기후중립 달성 및 지속가능한 산업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그간 유럽의회 다수당인 유럽인민당그룹(EPP)과 농어업 이해관계자들은 법안 예산부족 및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법안에 주도적으로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유럽의회 표결서 협상안이 가결됨에 따라 유럽의회와 EU 집행위 그리고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이사회는 3자 협상을 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EU에서 유럽의회·EU 집행위·EU이사회 간 3자 협상은 EU 새 법률 제정을 위한 최종 관문입니다.

 

2030년까지 EU 역내 육지·바다 20% 복원…“유럽의회서 갈등” 🥊

자연복원법이 적용되면 2030년까지 EU 회원국은 국경 안에 있는 육지와 바다의 최소 30%를 복원해야 합니다. 회원국은 또 2050년까지 복원 조치 적용 대상을 EU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한단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 2030년까지 ▲꿀벌 등 꽃가루 매개체 개체수 회복 ▲살충제 사용 절반 감소 ▲삼림·해양 등 생태계 복원 등의 목표가 담겼습니다.

EU 집행위는 자연복원을 위해 1유로(약 1,400원)를 투자하면 최대 38유로(약 5만 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허나, EU 집행위의 기대와는 달리 자연복원법으로 인해 유럽의회에서는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법안 중 핵심인 농지 10%를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해 할애할 경우 식량안보에 위협이 될수 있단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열린 유럽의회 산하 농어업위원회와 환경위원회 회의에서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한 바 있습니다.

 

▲ 유럽의회 다수당인 유럽인민당그룹과 농어업 이해관계자들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부 앞에서 자연복원법 반대 시위를 연 가운데 이튿날인 지난 12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자연복원법 투표가 가결됐다. ©EP 2023

EU 자연복원법, 유럽의회서 극적 가결될 수 있던 이유는? 🤔

이 때문에 당초 법안 자체가 폐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일부당이 함께 초안 수정에 나섭니다. 의원들이 제출한 수정안만 2,30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정안에서는 당초 초안에 포함됐던 EU 농지 면적의 10% 초지 전환 목표는 삭제됐습니다. 또 재생에너지 시설 구축 시 자연복원법보다 사업을 먼저 추진하도록 하는 등 유연성이 부여됐습니다.

여기에 지난 9일(현지시각) 과학자 6,000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자연복원법에 찬성한단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들은 자연복원법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 증거가 부족할뿐만 아니라 과학적 증거와 모순된다”며 자연복원이 식량안보 강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투표 전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스 유럽의회 건물 앞에서는 시위가 열리는 등 자연복원법 찬반 진영은 막판까지 기싸움을 보였습니다.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찬성 측은 유럽의회 앞에서 자연복원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트랙터를 끌고 온 농부 등 반대 측은 식량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연복원법 제정에 반대의사를 피력했습니다.

 

▲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부 앞에서 자연복원법 지지 시위에 참석해 발언한 가운데 이튿날인 지난 12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자연복원법 투표가 가결됐다. ©EP 2023

유럽인민당그룹(EPP)은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몇 달간 강력한 반대 캠페인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안 최종투표 직전 EPP 내 일부 보수파 의원들이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조건으로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했습니다.

EU 집행위가 법안에 따른 예산을 12개월 이내에 마련하고, 예산 부족에 따른 문제를 미리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됐습니다.

또 법안 실행에 앞서 장기적 식량안보 달성을 위한 환경을 갖추고, 회원국 개별로 복원이 필요한 지역과 서식지 종류에 따른 목표치를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프란시스 피츠제럴드 EPP 의원은 입장을 바꾸며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나는 양심에 손을 얹고 이번 법안에 반대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앞으로 이 법안을 두고 더 건설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연복원법, 3자 협상 남아…“협상 과정서 일부 내용 수정될 수 있어” 🤝

자연복원법 가결 직후, 유럽의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소속 세자르 루에나 의원은 “엄청난 사회적 승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루에나 의원은 이어 “자연복원법은 그린딜의 필수 부분이며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과학적 합의 및 권장사항을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자연복원법은 법 제정 최종 관문인 3자 협상만 남은 상태입니다. EU 집행위, 유럽이사회 그리고 유럽의회가 자연복원법 내용을 검토합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법안은 즉시 효력을 발휘하나, 협상 과정에서 법안 일부가 수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법안 발효 후 회원국들은 2년 이내에 목표 달성 방법이 담긴 ‘국가 자연복원 계획’을 EU에 제출해야 합니다. 또 개별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보고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환경청(EEA)은 연례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할 계획입니다.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스페인은 자연복원법 3자 협상 마무리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현재 회원국 그리고 주요 부처별로 자연복원법을 바라보는 입장이 엇갈립니다.

유럽 현지매체 유랙티브(Euractive)에 의하면, 슬로바키아 환경부는 자연복원법이 기후대응에 효과적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슬로바키아 농업농촌개발부는 살충제 사용 감소 등을 담고 있는 자연복원법으로 인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슬로바키아 외교부 또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상황입니다.

EU 내 농어업 이해관계자들의 계속되는 반발도 넘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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