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산폐기물 年 1억 3000만 개 “업사이클링 가방으로 재탄생한다면?”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서 편의점과 마트 매대 가장 앞자리를 우산이 차지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에 우산을 깜박하거나, 장대비에 우산이 망가졌을 땐 5,000원 안팎의 일회용 비닐우산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비닐우산은 쉽게 망가지거나 분실돼 막대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2017년 자원순환사회연대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2,000~3,000만 개의 우산이 버려집니다.

연간 1억 3,000만 개의 우산을 소비하는 일본에서도 우산폐기물 문제로 오랜 시간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도 등장했는데요.

얇고 부실하단 이미지의 일회용 비닐우산을 튼튼한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한 ‘플라스티시티(PLASTICITY)’를 소개합니다.

 

▲ 업사이클링 브랜드 플라스티시티는 버려진 비닐우산을 재활용해 만든 ‘글라스 레인’ 소재로 가방과 지갑 등의 패션소품을 제작한다. ©PLASTICITY

일본은 오래전부터 일회용 비닐우산 폐기물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일본 날씨예보사이트 웨더뉴스에 따르면, 2014년 일본의 연간 우산 소지량은 3.3개입니다. 이는 세계 평균 2.4개를 웃돌았습니다. 당시 일본의 연간 우산 소비량은 1억 3,000만 개로, 그 중 일회용 비닐우산이 90%를 차지했습니다.

사이토 아키 디자이너의 브랜드 ‘플라스티시티’는 이러한 일회용 비닐우산 폐기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플라스티시티는 버려진 비닐우산을 수거해 재활한 업사이클링 브랜드인데요. 버려진 일회용 비닐우산을 가방과 지갑 등 패션용품으로 탈바꿈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 플라스티시티에서 회수한 우산을 글라스 레인 소재로 만드는 과정. ©PLASTICITY

일회용 비닐우산으로 패션용품을 어떻게 만든단 걸까요?

먼저 수거된 비닐우산에서 뼈대를 제거해 세척합니다. 그리고 각각 재질과 두께를 확인합니다. 검품을 거친 비닐을 두께와 크기 등에 따라 4~6장을 겹쳐 압착해서 한 장의 단단한 소재로 만듭니다.

여러 층이 압착하는 과정에서 유리창에 빗방울이 흐르는 듯한 독특한 무늬가 생성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이토 디자이너는 이 무늬가 마치 비오는 도시의 유리창 광경을 나타낸다며 ‘글라스 레인(Glass rain)’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우산 소재였던만큼 방수·방오 기능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소재는 숄더백과 토트백 등 다양한 형태의 가방과 지갑, 핸드폰 케이스 등으로 재탄생하는 것.

플라스티시티 측은 지하철역 분실물이나 쇼핑몰 등에서 분실돼 폐기되는 비닐우산을 중심으로 회수해 원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불필요하거나 고장난 비닐우산을 해체해 보내면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재활용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이토 디자이너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폐비닐우산이 사용되는 만큼 소재마다 두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균일하지 않은 소재를 하나의 제품으로 봉제해야 하는 만큼, 부위마다 봉제의 강도를 신경 써야 한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 플라스티시티가 일본 의류매장 ‘하우스@미키리 하신(ハウス@ミキリハッシン)’과 협업해 선보인 리파인(Re:find)시리즈. 해당 시리즈에는 녹슨 비닐우산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PLASTICITY

동시에 폐비닐우산을 재자원화하고 있기 때문에 녹슨 우산살로 인한 갈색 오염 등 사용감이 남아있을 수 있단 점도 분명히 합니다. 그럼에도 오염이 적은 제품을 희망할 경우, 최대한 선별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다만, 사전에 제품 오염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플라스티시티는 지난해 일본 의류매장과 협업해 ‘녹슨 비닐우산’만을 사용한 업사이클링 가방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녹슨 비닐우산은 사용된 과거를 이야기한다”를 주요 메시지로 내세웠는데요.

업사이클링이 깨끗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녹슨 모양을 개개인의 개성으로 살려 물건의 가치를 재정의한다는 취지였다고 플라스티시티 측은 설명했습니다.

 

▲ 2019년 사이토 디자이너가 학교 축제에 선보였던 시제품 모습. ©齊藤明希

그런데, 버려진 비닐우산은 어떻게 다양한 생활소품의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플라스티시티의 시작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사이토 디자이너가 2019년 디자인 전문학원 히코미즈에서 선보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친환경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사이토 디자이너는 일본에서 매년 수천만 개의 비닐우산이 버려진단 사실을 듣고 비닐우산에 주목했습니다. 반년에 걸쳐 개발한 끝에 비닐우산을 열로 압착해 소재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데요.

2019년, 그가 비닐우산 소재로 만든 가방을 학교 축제에서 선보였을 때 여러 패션기업들이 주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업사이클링 소재 및 디자인에 주력해왔던 몬도디자인(Mondo Design)과 협업한 끝에 2020년, 플라스티시티 브랜드가 탄생한 것.

 

▲ 2021년 플라스티시티는 일본의 무민밸리파크와 협업해 전시에서 사용된 1,200개의 우산을 재활용해 만든 토트백을 선보였다. ©PLASTICITY

몬도디자인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플라스티시티가 재활용한 비닐우산은 3만 개에 달합니다.

이밖에도 이벤트에서 사용된 우산을 사용하거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자투리·폐원단 등과 믹스매치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이토 디자이너는 이 브랜드가 10년 후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낭비가 사라지고, 버려지는 우산이 없어진다면 제품의 원료 공급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든다 해서 낭비되는 우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제품과 콘셉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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