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2022년 유럽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6만 1,000명 이상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ISGLOBAL) 호안 발레스테르 박사와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같은 연구결과를 게재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은 유럽에서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됐습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1991~2020년 여름 평균기온보다 2.43℃ 높았습니다. 스위스(+2.30℃), 이탈리아(+2.28℃), 헝가리(+2.13℃) 등도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탯(Eurostat)도 이 기간 비정상적인 높은 초과 사망률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허나, 그간 더위로 인한 사망자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2022년 여름, 유럽 35개국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만 6만 1672명 🔥
먼저 연구팀은 최근 8년간(2015~2022년) 유럽 35개국 인구 5억 4,300만 명에서 발생한 사망자 4,518만 4,044명의 사인과 기온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폭염으로 사망했는지 추정했습니다.
분석 결과, 2022년 5월 30일부터 9월 4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열 때문에 숨진 사람은 모두 6만 1,67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중에서도 폭염이 가장 심했던 기간(7월 11일~8월 14일) 중 사망자는 3만 8,881명에 달했습니다. 7월 18일~24일 일주일 사망자만 1만 1,637명을 기록했습니다.
“이탈리아 등 지중해 국가들일수록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 📈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탈리아(1만 8,010명)였습니다. 이어 스페인(1만 1,324명), 독일(8,173명), 프랑스(4,807명), 영국(3,469명), 그리스(3,092명), 루마니아(2,455명) 순으로 사망자가 높았습니다.
인구 100만 명당 폭염 사망자도 이탈리아가 29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스(280명), 스페인(237명), 포르투갈(211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유럽 전체로 보면 100만 명당 114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63%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기간 폭염으로 인한 조기사망 여성은 3만 5,406명이었고, 남성은 2만 1,66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와 성별 차이로 인한 수치에 대한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어 “성별과 연령, 사회경제적 수준, 교육 및 기본 건강상태 등이 사망률의 규모와 분포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정보 공개 등 데이터 가용성 문제로 (기후)취약성과 사회 결정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와 건강 간의 불평등 문제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가용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폭염대책 없으면 2050년 유럽 내 폭염 사망자 12만명에 달해” 🧑🤝🧑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대륙입니다. 지난 6월 세계기상기구(WMO)와 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럽 평균기온은 파리협정 기준선으로 사용되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2.3℃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유럽 내 여러 국가가 폭염 예방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2022년 여름 유럽에서만 6만 1,6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단 사실은 현재 기후적응 전략이 여전히 불충분하단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연구팀은 현재보다 나은 폭염대책이 없을 경우 폭염으로 인한 유럽 내 사망자가 2030년까지 평균 68,116명, 2050년까지 12만 61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여름 2022년보다 더워…WMO “기록상 가장 더운 7월 1주, 엘니뇨 탓” 🌡️
문제는 올해 여름은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도 폭염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이는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WMO이 올린 세계 평균기온 잠정분석에서 “7월 초의 일일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달의 기록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7월 4일 지구 평균기온은 17.23℃를 기록했고, 이어 8일에는 17.24℃까지 상승했습니다.
WM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 여름 들어 평균기온이 경신되는 현상은 육지와 바다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생태계와 환경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WMO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을 고온 현상의 배경으로 짚었습니다.엘니뇨가 도래하면 온실가스 효과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부추겨 기록적 고온이 발생할 수 있단 것이 WMO의 설명입니다.
이미 스페인·프랑스·독일 등에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40℃를 넘어섰습니다.
지중해 섬인 시칠리아·샤르데냐의 기온은 최대 48℃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스페인 남부 지역의 기온은 44℃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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