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안에 플라스틱 10만 개 분해” 패션업계가 ‘플라스틱 분해 효소’에 관심 가진 이유는?

英·韓·美, 세계 각지 플라스틱 분해 효소 개발

플라스틱 분해를 촉진해 완전분해 시간을 단축하는 ‘효소(enzymes)’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효소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묘안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중에서도 파타고니아(Patagonia)·스텔라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등 유명 의류 브랜드들이 잇따라 플라스틱 먹는 효소 개발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2016년 일본서 처음 발견된 플라스틱 분해 효소” 🧪

효소란 쉽게 말해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촉매 역할의 단백질을 뜻합니다. 생물활동에 핵심인 만큼 효소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가능성은 2016년 제기됐습니다.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의 요시다 쇼스케 연구팀이 발견한 것.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란 박테리아가 페트(PET) 분해능력을 가진 효소 ‘페타제(PETase)’를 분비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플라스틱이 생명체의 주 영양소인 탄소로 이루어진 덕분입니다. 연구팀은 어떤 미생물에게는 플라스틱은 좋은 먹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구팀의 예측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일본 항구도시 사카이 소재 페트병 재활용 공장에서 페트를 분해해 기본 식량으로 사용하는 박테리아가 우연히 발견된 것. 섭씨 30℃에서 이 박테리아를 페트병에 두고 관찰하니 6주 만에 완벽하게 분해됐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 요시다 쇼스케 일본 교토공예섬유대 연구팀이 발견한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가 효소를 분비해 폐페트병을 분해하는 모습. ©2016 Kohei Oda, Kyoto Institute of Technology

英·韓·美 등 세계 각지 플라스틱 분해 효소 개발…“몇 시간 이내 분해 가능” 😮

이후 플라스틱 분해 효소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전 세계 유수 연구팀이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발에 나섰습니다.

2018년 영국 포츠머스대 생명과학대 연구팀은 위 박테리아 구조를 연구해 변종 효소를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2020년 미국 국립재활용에너지연구소(NREL)과 협업해 플라스틱을 최대 6배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는 ‘효소 칵테일’을 선보였습니다.

같은해 한국생명공학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연구진은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색미세조류의 유전자 형질을 바꿔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유전자 형질전환 기술을 위해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에서 분리한 특정 유전자가 사용됐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머신러닝(ML)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을 단기간 안에 분해하는 돌연변이 효소 ‘패스트-페타제(FAST-PETase)’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텍사스대 연구팀이 만든 이 효소는 50℃ 아래에 페트병을 두면 분해 시간을 몇 시간에서 며칠 내로 단축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평균 수백 년 걸리던 페트병 분해속도와 비교하면 성과입니다.

 

▲ 생명공학 기업 카비오스는 2021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지역 공장에 자사의 효소 재활용 기술 C-ZYME로 운영되는 시범 공장을 열었다. ©Carbios

효소 ‘바이오 재활용’ 내세운 카비오스 “20시간 안에 10만 개 분해 가능” ♻️

이같은 성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발견됐고, 이 효소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더 높이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산업계에서도 플라스틱 분해 효소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효소를 통해 플라스틱을 영원히 재활용하는 ‘바이오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재활용(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녹이면서 분자의 연결 구조가 짧아진단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효소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면 중합체를 단위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처음 재료와 동일한 속성을 지닌 플라스틱 생산이 가능하단 것. 플라스틱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이를 전문으로 내세운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프랑스 생명공학 스타트업 카비오스(Carbios)가 대표적입니다.

생명공학 전문 유럽 벤처캐피털(VC)인 트러플케피털(Truffle Capital)이 2011년 설립한 카비오스. 플라스틱 직물 수명주기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 기반 공정을 개발 중입니다. 카비오스는 자사의 바이오 재활용이 기존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단 점을 내세웁니다.

실제로 카비오스는 2021년부터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서 효소 재활용 공장 기반이 될 기술을 시험 중입니다.

알랭 마르티 카비오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20㎥(세제곱미터) 규모의 생물반응기에서 효소를 사용해 20시간 안에 1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을 분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공장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연간 5만 톤의 페트병 분해를 목표로 한다고 마르티 CSO는 덧붙였습니다.

 

▲ 생명공학 기업 카비오스는 효소 재활용을 통해 폐페트를 완전히 분해하고 영원히 재활용하는 공정을 개발 중이다. ©Carbios

“파타고니아·푸마·PVH 등 패션 브랜드 카비오스 ‘바이오 재활용’에 관심” 👛

카비오스의 플라스틱 분해 효소 공정에는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파타고니아, 푸마, PVH 등 의류 기업들입니다. PVH는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을 소유한 곳입니다.

이들은 카비오스와 ‘파이버-투-파이버(fiber-to-fiber)’ 컨소시엄을 맺은 상태입니다. 카비오스의 바이오 재활용 기술을 자체 제품에 시험하고 향상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목표인 것.

특히, 폐의류에서 유용한 폴리에스터(PET) 섬유를 추출해 공급망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PVH 등 의류 기업들의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 재활용 공정이 산업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단 것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카비오스 측은 밝혔습니다.

이와 별개로 올해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한 ‘PET 수명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카비오스의 시범시설에서 섬유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조치가 가동될 계획입니다.

한편, 지난달 2일(현지시각) 카비오스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5,400만 유로(약 767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은 페트 바이오 재활용 공장의 연구개발(R&D)과 건설 자금 조달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호주 생명공학 스타트업 삼사라에코는 플라스틱 폴리머를 분자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 기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Samsara Eco

플라스틱 분해 효소 공정 상업화 위해선? 🤔

플라스틱 분해 효소 공정을 개발 중인 곳은 비단 카비오스 뿐은 아닙니다.

지난 5월 캐나다 기능성 스포츠업체 룰루레몬(Lululemon)은 삼사라에코(Samsara Eco)에 소수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양사의 목표는 직물 간 순환재활용을 통해 영원히 재활용이 가능한 나일론과 폴리에스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호주 환경기술 스타트업인 삼사라에코는 카비오스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분해 효소 공정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업은 지난해 11월 시리즈 A에서 3,470만 달러(약 453억원)를 투자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삼사라에코는 호주 소매업체 울워스(Woolworth)와 협력해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응용할 수 있는 사업도 개발 중입니다.

영국 스텔라맥카트니는 미국 프로테인에볼루션(Protein Evolution)과 협력해 효소 재활용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남은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값싸고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선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강화돼야 합니다.

페트 이외의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도 분해할 수 있어야 하는 효소가 개발돼야 한단 것도 관건입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상용화되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한 원유 사용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동시에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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