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동차 시장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 초기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로즈타운모터스(Lordstown Motors ·이하 로즈타운)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법원에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로즈타운의 몰락으로 인해 북미 전기차 시장에는 선두주자인 테슬라(Tesla)를 제외하면 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기성 제조사들만 남은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로즈타운은 미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회사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파산보호 신청은 로즈타운 최대주주이자 주요 협력 파트너인 대만 폭스콘(Foxconn)과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나온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폰 위탁생산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은 로즈타운을 디딤돌 삼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었습니다.
로즈타운과 결별 선언한 폭스콘, 그 이유는? 🤔
2018년 GM의 미 오하이오주 공장을 2,000만 달러(약 263억원)에 인수해 창업한 로즈타운. 도널드 트럼프 전(前)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한 기업입니다.
2020년 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우회상장한 로즈타운은 2021년 2월 시가총액이 약 50억 달러(약 6조 5,95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허나, 파산보호 신청 당일 시총 규모는 4,749만 달러(약 626억원)에 불과합니다.
로즈타운은 2021년부터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였으나 곧 자금난에 시달립니다. 당시 회사 측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전기차 대량생산으로 인해 연말 전까지 모든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즈타운이 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는 “앞으로 1년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습니다. 로즈타운은 생산목표로 당초 10만 대를 제시했으나, 실제 생산 대수는 일부에 그쳤습니다.
결국 그해 6월 로즈타운의 스티브 번스 최고경영자(CEO)와 훌리오 로드리게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이 줄사임을 결정합니다.
같은해 11월 로즈타운은 자사 공장을 폭스콘에 매각합니다. 당시 양측은 전기차 개발에 협력하고, 로즈타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로즈타운은 2억 3,000만 달러(약 3,034억원)를 받고 폭스콘에 공장을 팔았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11월 폭스콘은 로즈타운에 1억 7,000만 달러(약 2,242억원)를 추가 투자하고 이 회사 지분 19.3%를 취득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합의에 따라 폭스콘은 2022년 로즈타운에 5,270만 달러(약 695억원)를 지불했습니다. 현재 폭스콘의 로즈타운 지분율은 8.4%입니다.
허나, 올해 봄 4,730만 달러(약 623억원)의 투자 약속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로즈타운, 폭스콘 상대로 소송…美 정부 “전기차 공장 보호에 2조 투자” 💸
이같은 결정에 로즈타운은 폭스콘을 상대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같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폭스콘이 로즈타운에 추가 투자(1억 7,000만 달러)를 하겠단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기 행각을 벌였단 것이 회사 측의 주장입니다.
로즈타운은 폭스콘이 “미 스타트업의 사업을 의도적으로 파괴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폭스콘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폭스콘은 로즈타운이 투자합의 이행에 미적거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추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가운데 로즈타운 주력상품인 ‘인듀어런스 전기 픽업트럭’의 생산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최근 상황이 어려워진 자국 내 전기차 공장들을 되살리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로즈타운 파산보호 신청 다음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발표됐습니다.
미 에너지부(DOE) 산하 차량기술실(VTO)은 의향서를 통해 최근 가동을 중단했거나 곧 폐쇄 예정인 제조공장을 개조하거나 재정비하는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별 지원금은 2,500만 달러(약 330억원)에서 5억 달러(약 6,500억원) 사이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조금은 2031년 9월까지 이용될 수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에너지부가 발표한 의향서는 초안입니다. 이와 유사하거나 상당히 다른 보조금 지급 등의 발표가 뒤따르거나 아예 공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 폭스콘, 베트남에 별도 전기차 공장 건설 투자해! 💰
로즈타운과 결별은 선언한 폭스콘. 그렇다고 전기차 시장과 결별을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폭스콘은 베트남 북부 꽝닌성(Quang Ninh)에 2억 160만 달러(약 2,659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5년 1월 완공 후 곧바로 가동할 계획입니다.
리비안·루시드 등 美 전기차 스타트업 자금줄 막혀…테슬라만 ‘순풍’ 🚘
한편, 로즈타운이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처한 어려움이 재부각된 상황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시작함에 따라 시중 자금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전기차 스타트업의 자금줄이 막혔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로즈타운에 비해 사정이 비교적 좋은 미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 루시드그룹(Lucid Group) 등도 보유 현금이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리비안의 경우 주가 약세가 이어지며 핵심 기술주 100개를 모아 만든 지수인 ‘나스닥 100(Nasdaq-100)’에서 탈락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 및 자체 생산 문제까지 겹치며 생산계획에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리비안, 루시드 모두 이전에 제시한 생산목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테슬라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생산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긴 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6월 자사 기가팩토리가 ‘돈을 태우는 거대한 용광로’라며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마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러 손실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성장 중인 것은 분명합니다. 데이터 통계업체 익스페리안(Experian)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미국 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총 34만 8,258대입니다. 이중 테슬라 전기차는 21만 1,842대가 등록됐습니다. 지난해 대비 52% 증가한 수치입니다.
여기에 지난 6월 포드·GM 등이 테슬라 급속충전기 시스템인 ‘북미충전표준(NACS)’ 사용에 합의하며 충전소 시장에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현대차그룹 역시 NACS 채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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