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확보 vs 환경오염’…니켈 공급망 두고 딜레마 빠진 전기차·배터리 업계, 해결책은?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그러나 최근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핵심소재인 니켈 확보와 환경오염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가공에서 석탄이 다량으로 사용돼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니켈 채굴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된단 사실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전기차에 필요한 여러 핵심광물 중에서도 니켈이 특히 문제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아동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지며 대안으로 니켈 비중을 늘리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1위 니켈 매장국·생산국인 인도네시아…“주요 기업들 투자 잇따라” 💰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의 60%는 니켈로 구성돼 있습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가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니켈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은 인도네시아, 호주, 브라질, 러시아 순으로 높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추정치는 2,100만 톤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기간 인도네시아의 연간 니켈 생산량은 76만 톤으로 세계 1위입니다.

 

▲ 코발트 주요 생산국에서 아동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지자 전기차 배터리에서 그 대안으로 니켈을 택하는 비율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Athul Alexander, Elements

세계 1위 니켈 매장국·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이는 니켈 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 가공되지 않은 광물 수출 금지 정책을 펼칩니다. 그 대신 니켈 채굴·제련 관련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합니다.

덕분에 주요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안정적으로 니켈을 확보하고자 대규모 투자에 나섰습니다.

  • 중국 🇨🇳: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도 약 6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 미국 🇺🇸: 테슬라(Telsa)와 포드(Ford) 역시 인도네시아 니켈 가공 공장에 각각 50억 달러(약 6조 원), 45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 한국 🇰🇷: 이차전지 기업 포스코홀딩스 역시 인도네시아에 4억 4,1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투자해 제련 공장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하나인 SK온 역시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공장을 짓고자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 행자야 광산 내 니켈 채굴 작업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삼림이 개간되고 있는 모습. ©Nickel industries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량 확대와 함께 덩달아 사라지는 열대우림” 🌴

문제는 주요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이 니켈 확보에 대량으로 뛰어들며 인도네시아 내에서 관련 환경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단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위치한 행자야 광산을 대표 사례입니다.

이 광산 소유 업체인 호주 ‘니켈 인더스트리(Nickel industries)’는 2021년 니켈 채굴 지역을 확대하고자 주변 열대우림을 개간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약 341헥타르)의 3배에 이르는 면적이 사라졌습니다.

니켈 인터스트리 측은 2021년 열대우림 개간으로 5만 6,000톤에 상당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다고 WSJ에 밝혔습니다. WSJ는 이는 내연기관차 1만 2,000대가 1년 동안 운행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회사 측은 해당 삼림이 이미 불법 벌채로 황폐화 됐기 때문에 채용이 허용된 것이고 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등 삼림복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 높은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니켈 공정 시, 탄소가 다량 배출돼 환경피해가 상당하다. ©Glencore

니켈 생산 위한 ‘고압산침출법’ 공정, 에너지소비량·폐기물 ↑ 📈

한편, 니켈 추출 방식이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끼친단 지적도 나옵니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압산침출법(HPAL·High Pressure Acid Leaching)’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HPAL은 높은 온도와 압력 그리고 황산을 사용해 니켈 원광으로부터 황산에 반응하는 금속을 침출하는 방식입니다. 비교적 최근 개발된 방식으로, 기존에는 배터리 소재로 가공하기 어려웠던 산화광의 순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즉, 더 많은 니켈을 배터리 소재로 가공할 수 있게 된 것.

문제는 이때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단 것입니다. 이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대량의 석탄이 주로 사용됩니다. WSJ는 핵심광물 추출 등 제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여기에 정제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를 놓고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니켈 전문가이자 컨설턴트인 스티븐 브라운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인근 지역에서 삼림 벌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독성 침전물이 해안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조달’ 나선 테슬라 ·포드…“니켈 딜레마 적극 대응할 것” 🚗

인도네시아 정부 또한 니켈 채굴 및 가공 산업 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이에 올해 3월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니켈 채굴에 대한 환경 기준 모니터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니켈 사업에 대한 관리·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일상적으로 평가를 실시해 (자국 내) 모든 광산업체가 국제 모범사례를 따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202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위치한 한 광산 기업이 니켈 생산 작업 지역 확대를 위해 삼림을 개간하는 모습. ©Antara

주요 전기차 업체들도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니켈 조달에 나섰습니다. 그중에서도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든 광산 회사는 니켈을 더 많이 채굴해달라”며 “니켈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채굴하는 기업과 장기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포드 역시 올해 초, 핵심광물 공급망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니켈을 조달에 나섰습니다.

배터리 업계도 지속가능한 니켈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광물 관련 글로벌 협의체인 ‘책임감 있는 광물 구매연합(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에 가입해 핵심광물 가치사슬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포스코그룹·LG에너지솔루션·LG화학, 해외 기업은 포드·화유코발트 등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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