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곰팡이나 버섯으로 만든 집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건축사무소 PLP 아키텍처(PLP Architecture) 산하 연구팀이 곰팡이와 버섯으로 튼튼한 벽돌을 만들어 화제입니다. 정확히는 ‘균사체(mycelia)’로 모듈식 벽돌을 만든 것인데요.
작은 실처럼 생긴 균사체는 올바른 조건만 갖추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균사체 자재는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클러큰웰 디자인 위크(Clerkenwell Design Week)’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PLP 아키텍처 산하 연구팀인 PLP 랩스(PLP Labs)는 곰팡이 등 균사체가 차세대 건축자재로 활용될 잠재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균사체 자재는 콘크리트나 강철과 달리 재생 및 생분해를 할 수 있을뿐더러, 가볍고 보온성·내화성·차음성 모두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균사체 자재가 기후대응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PLP 랩스는 강조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건축 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이중 11%는 철강·시멘트·유리 같은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배출됩니다.
지구 환경과 인류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건축자재에서부터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것이 PLP 랩스의 설명입니다.
디자인 위크에 해당 균사체 자재를 선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중에게 균사체 자재의 잠재성을 소개함으로써 실질적인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
PLP 아키텍처의 공동설립자인 론 베커는 “균사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재료 중에서도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며 “(기존 건축자재) 상당수가 환경에 큰 피해를 주는 반면 균사체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PLP 랩스는 균사체 자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먼저 PLP 랩스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나무 벽돌을 제작했습니다. 이 나무 벽돌은 나무껍질·톱밥 등 농업폐기물이 주원료로 제작됐는데요.
이후 나무 벽돌 안에 균사체를 넣어 배양하는 것. 균사체가 몇 주간에 걸쳐 성장하며 나무 벽돌을 더 튼튼하게 만듭니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강한 열로 나무 벽돌을 건조시켜 균사체가 더는 성장할 수 없도록 만들면 끝입니다.
벽돌로 만들어진 덕분에 레고 블록처럼 여러 방식으로 조립 및 분해가 가능하단 것도 장점인데요. 연구진은 이를 위해 약 1년간 균사체의 성장 및 구조적 특성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균사체 자재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생분해성 소재로 널리 알려진 균사체는 2007년부터 건축 및 포장재 업계로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4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회에서 농업폐기물과 균사체로 만든 건축 설치물이 전시된 바 있습니다.
해당 전시물 또한 농업폐기물로 만든 틀 안에 균사체가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균사체가 해당 폐기물을 먹고 자라며 내·외관 모두 단단해진 것.
이후 건축가와 과학자들은 균사체를 실제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실제로 2018년 ‘에코바디티프 디자인(Ecovative Design)’이란 한 스타트업은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스티로폼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2월부터 미래 달과 화성에 균사체로 기지를 만들기 위한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 건축기업 레드하우스(Red House)와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선 사례들 모두 실제 건축자재로 사용되기 보다는 포장재 혹은 건물 내부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되는데 그쳤습니다.
이에 PLP 랩스와 NASA 모두 궁극적으로는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균사체 자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PLP 랩스는 현재 더 강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균사체를 만드는 방법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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