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리니엄은 해양 기반 탄소제거(CDR) 기술 개발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투자를 체결했단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중 굵직한 기업들로부터 계약을 잇달아 체결한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러닝타이드(Running Tide)입니다.
주요 고객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 타이틀을 가진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 등이 있습니다. 스트라이프의 경우 탄소제거 톤당 250달러(약 33만원)에 러닝타이드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2년간 1만 2,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CO2)를 제거하는 내용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해당 계약은 MS의 첫 해양 기반 탄소제거 계약이란 점에서 더 주목받았습니다.
MS는 정확한 거래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DAC(직접공기포집) 방식의 클라임웍스보다 낮은 가격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클라임웍스의 탄소배출권은 1톤당 약 1,000달러(약 132만원)로 추정됩니다.
비용효율적인 탄소제거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테크 기업 러닝타이드를 살펴봤습니다.
고등어잡이 배 선장 꿈꾸던 청년, ‘해조류’ 사용한 탄소제거에 뛰어들다! 🎣
2017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 설립된 러닝타이드.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티 오들린은 사실 어부를 꿈꾸던 공학자입니다.
포틀랜드에 살던 그의 가족 대대로 어업에 종사했습니다. 미 다트머스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오들린 또한 대학 졸업 후 어업에 종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진로를 바꾸게 한 건 기후변화로 인한 어종의 변화였습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배를 사려고 했지만 “기후위험이 너무 높아” 포기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오들린은 “고등어는 (수온 상승으로) 모두 아이슬란드로 떠나고 없었다”는데요. 이에 오들린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해양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생물학적 탄소펌프(BCP·Biological Carbon Pump)’였습니다. BCP란 CO2 등의 무기 탄소가 광합성을 통해 플랑크톤·해조류 등 유기물질에 고정된 다음, 어류의 배설·분비를 거쳐 심해로 가라앉으며 대기에서 격리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오들린은 해조류를 통해 이 생물학적 탄소펌프를 가속화하고자 했습니다. 해조류를 양식한 뒤, 이를 해저에 가라앉혀 퇴적물로 저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러닝타이드의 핵심, 빠른 주기 → 느린 주기로 탄소 장기간 격리해” ⏰
오들린은 이러한 러닝타이드의 해조류 기반 탄소제거 방식이 자연의 탄소고정을 빠른 주기에서 느린 주기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합니다.
‘빠른 주기 탄소고정(Fast Cycle Carbon Fixation)’이란 식물의 광합성과 토양·해양의 탄소흡수처럼 흡수·배출의 주기가 빠른 활동을 말합니다. 일례로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빠르게 자라 탄소를 저장하지만 부패나 소각을 통해 대기에 쉽게 방출됩니다.
반대로 ‘느린 주기 탄소고정(Slow Cycle Carbon Fixation)’이란 중력, 압력, 해류 등을 통해 탄소가 격리되는 것을 말합니다.
빠른 주기와 달리 탄소가 장기간 격리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러닝타이드는 해조류를 사용해 탄소를 포집합니다. 쉽게 말해 빠른 주기의 탄소고정에서 시작하지만, 이를 심해로 격리한다는 점에서 느린 주기로 변화시킨다는 것.
고대의 동식물이 장기간 열과 압력을 받아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로 재탄생한 과정도 이와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들린은 “우리가 하는 일은 석유 산업을 거꾸로 운영하는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해조류와 ‘탄소부표’ 이용한 탄소격리, 비용↓ 효율성↑ 💸
러닝타이드는 해조류를 활용한 탄소격리를 실현하기 위한 탄소부표, 일명 ‘마이크로팜(microfarms)’을 설계했습니다. 이 부표는 해조류가 자라는 곳일뿐더러, 자연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나무 조각으로 구성된 이 탄소부표는 겉면은 석회석으로 코팅돼 해조류 씨앗이 부착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다로 떠내려 보냅니다. 약 7개월이 지나면 탄소부표가 충분히 자란 해조류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면서 저절로 해저로 가라앉게 됩니다.
러닝타이드는 탄소부표에 사용된 나무 조각과 석회석도 해양의 탄소제거를 촉진하는데 기여한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목재를 해저에 가라앉는 부표에 사용함으로써 탄소격리를 느린 주기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석회석의 경우, 주성분이 알칼리성인 탄산칼슘(CaCO3)입니다. 탄산칼슘은 해수면에 용해되면서 바닷물의 산성도를 중화하는데 역할을 합니다. 그 결과,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증가하도록 돕습니다.
이에 더해 해조류의 성장 추적을 위한 검증 시스템, 모듈식 재배 시스템, 대량 처리를 위한 머신비전(Machine Vision)*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머신비전: 고성능 카메라와 딥러닝 영상분석 기술을 조합하여 사람의 눈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체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 종합하면, 러닝타이드의 솔루션은 매우 단순합니다. 해조류 씨앗 심은 부표를 띄우고 추적합니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이점이 바로 많은 기업들이 러닝타이드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스테이시 카우크 쇼피파이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러닝타이드의 접근 방식을 알게 됐을 때, 단순함에 압도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닝타이드의 방식이 기업과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탈탄소화할 수 있게끔 도울 것이라고 카우크 책임자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닝타이드의 솔루션은) 매우 간단하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단 점에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이슬란드로 향한 러닝타이드, ‘조개 양식’까지 확장 중! 🐚
러닝타이드는 연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현재 해조류와 탄소부표를 실행할 장소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러닝타이드는 해저에 가라앉은 후, 탄소격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위치는 수심 약 1,000m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하는데요.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해양 기반 탄소격리를 실행하는데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단 점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는 폐기물 등의 해양 투기에 관련된 허가가 있을 뿐, 해양 복원 등을 고려한 제도가 없습니다.
당초 러닝타이드는 수심 1,000m를 충족하면서 미국에서도 가까운 캐나다에서 탄소부표를 개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는 이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러닝타이드는 해양 복원에 호의적인 정부가 자리한 북유럽 아이슬란드에 해조류 연구·생산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작년 7월에는 아이슬란드 정부는 정보 공유를 전제로 러닝타이드의 탄소부표를 4년간 최대 5만 톤까지 아이슬란드 해안에 방출할 수 있는 허가를 부여했습니다.
이밖에도 러닝타이드는 로봇공학을 활용한 자동화 조개 양식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굴 하나는 매일 최대 50갤런(약 189리터)의 바닷물을 정화할 수 있는데요.
러닝타이드는 자동화된 조개 양식 기술을 통해 해양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자들, 러닝타이드에 ‘생태학적 위기 초래’ 경고하기도 🚨
한편, 지난해 6월 기술 전문 월간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러닝타이드가 해양에 부정적인 생태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례로 러닝타이드는 대형 해조류의 포자와 산화철을 물에 방출할 수 있는 부유 장치에 대한 특허 출원을 신청했는데요. 해당 행위가 ‘해양 시비(Ocean fertilization)’가 아니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해양 시비란 해양에 철, 요소 등의 영양분을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해 탄소격리를 유도하는 지구공학의 일종입니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은 2008년 과도한 해양산성화, 물 속 산소가 고갈된 데드존(Dead Zone)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해양에 대한 철분 시비 프로젝트에 모라토리엄(정지)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다만, 오들린 CEO는 러닝타이드가 해당 특허를 구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과학자들은 막대한 양의 나무와 해조류를 심해에 가라앉힐 경우, 어떤 생태적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연구가 적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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