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기반 탄소제거(CDR) 기술 개발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투자를 체결했다는 소식입니다. 또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해양 기반 탄소제거 설비를 선보인 곳도 있습니다.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브카본(Ebb Carbon)은 2,000만 달러(약 268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에브카본은 글로벌 기업 구글 내부에서 혁신 서비스를 연구하는 구글X와 테슬라 전(前) 경영진이 공동으로 설립한 곳입니다. 탄소제거 기술 촉진을 목표로 하는 기업간 이니셔티브 프런티어(Frontier)는 에브카본과 150만 달러(약 20억원) 상당의 탄소제거 크레딧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다시마를 활용해 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미 기후테크 스타트업 러닝타이드(Running Tide) 또한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닝타이드는 MS를 대신해 1만 2,000톤의 이산화탄소(CO2)를 2년간 제거하게 됩니다.
해양 탄소제거? 크게 6가지로 구분돼! 🌊
이들 기업이 잇따라 해양 기반 탄소제거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해양이 훌륭한 탄소저장고(Carbon Stock)이기 때문입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인류가 내뿜은 CO2의 30~40%는 바다가 흡수했습니다. 해양 탄소제거는 바다의 탄소흡수력 및 저장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 국립과학원(NAS)은 탄소제거를 위한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 해양 기반 탄소제거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NAS는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산림 등 토지 기반 탄소제거 기술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현재 NAS는 해양 기반 탄소제거 방법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합니다.
- 영양소 비옥화 🦠: 해수면에 인질소 등 영양소를 추가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증가시켜 탄소흡수력을 높입니다. 이후 플랑크톤이 해수를 타고 심해에서 격리되는 것. 최대 100년 이내로 심해에 머뭅니다.
- 인공 대류 🌊: 영양소와 CO2가 풍부한 심해수를 인공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도와 탄소흡수력을 높입니다. 반대로 탄소를 흡수한 해표수는 심해로 보냅니다.
- 해초류 재배 🌱: 다시마 등 해초류를 대규모로 재배함으로써 탄소흡수력을 극대화합니다.
- 생태계 복구 🐠: 갯벌 등 해양생태계 복원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탄소흡수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 해양 알칼리성 개선 🧪: 해수를 화학적으로 변환시켜 대기 중 탄소흡수력을 극대화하는 것. 다만, NAS는 바다의 알칼리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환경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 전기화학 기술 ⚡: 해수에 전류를 통과시켜 알칼리성을 증가시킴으로써 탄소흡수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허나, 규모 확대에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NAS는 덧붙였습니다.
MIT·UCLA 등 해양 기반 탄소제거 실증 실험 진행 중…“투석과 비슷해” ♻️
스콧 도니 미 버지니아대 환경과학 교수는 “과학자·시민단체·기업가들 사이에서는 해양 탄소제거 전략이 이미 잠재적인 기후대응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 또한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바닷물 속 CO2 농도가 공기보다 100배 높은 것이 이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IT 연구진은 “공기 중으로부터 CO2를 포집하려면 CO2를 농축해야 하나, 바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는 해양 내 탄소제거 기술을 위한 프로토타입(시제품) ‘씨 체인지(Sea Change)’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UCLA 탄소관리연구소의 가우라브 산트 연구소장이 직접 해당 시설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시설은 로스앤젤레스 항구 내 해양벤처 혁신 캠퍼스 ‘알타 씨(Alta Sea)’ 에 위치해 있습니다.
산트 연구소장은 기술에 대해 “바다를 일종의 스펀지처럼 활용하는 것”이라며 “물이 가득찬 스펀지를 짜서 다시 물을 빨아들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기후테크 스타트업 캡츄라(Captura)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서 일찌감치 해양 탄소제거 기술 관련 실증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캡츄라가 만든 장치는 해양에서 연간 1톤가량의 CO2를 제거할 수 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센서와 장비가 부착돼 있습니다.
MIT, UCLA, 캡츄라 모두 6가지 해양 탄소제거 중 ‘전기화학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이 기술은 해수를 끌어올린 후 전기 자극을 가합니다. 이를 통해 해수를 분리합니다.
UCLA의 경우 해수를 ▲탄산칼슘 ▲물(산성수·알칼리수)로 분리합니다. MIT와 캡츄라의 경우 해수를 ▲소금 ▲물(산성수·알칼리수)로 분리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과물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이들 기술 모두 CO2가 추출된 알칼리수를 바다로 배출해 다시 탄소를 포집한단 공통점이 있습니다.
캡츄라의 경우 이 전 과정을 ‘투석’에 비유했습니다. 투석과 마찬가지로 해수 속 농축된 CO2만 포집한 뒤 다시 알칼리성 해수를 방류하는 과정을 반복한단 것이 핵심입니다.
UCLA, ‘씨 체인지’ 기술 부산물로 수소 나와…“DAC보다 저렴·간단” 😮
UCLA의 씨 체인지 기술의 장점 중 하나는 해당 공정에서 부산물로 수소가 생산된단 것입니다. 해당 수소를 청정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산트 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양 기반 탄소제거는) 광물 형태로 CO2를 영구 저장하는 DAC(직접공기포집)와 전혀 다르다”며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기존 방식보다 저렴하고 간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산트 소장은 또 “항공·철강 등 구조적으로 탄소중립이 어려운 산업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술이 이들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캘리포니아와 함께 싱가포르에서도 기술을 실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 위스콘신대 에너지연구소의 그레고리 네멧 교수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2100년까지 최소 4,500톤에서 최대 1조 1,000억 톤에 달하는 탄소를 포집해야 한다”며 “해양 탄소제거 기술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양 탄소제거 기술이 해양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공존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