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9개국이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 완화와 탄소배출량 감축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북해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유럽 9개국은 벨기에 오스텐드에서 ‘제2차 북해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은 계획을 담은 ‘오스텐드 선언(Ostend Declaration)’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회담에는 벨기에·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룩셈부르크·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 비회원국인 노르웨이와 영국이 참여했습니다.
유럽 9개국은 구체적으로 북해 해상풍력시설의 발전 용량을 현행 30GW(기가와트) 수준에서 2030년 120GW, 2050년 300GW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앞서 2022년 벨기에·덴마크·독일·네덜란드 등 4개국이 발표한 2050년 북해 해상풍력 발전 용량 확대 프로젝트에 5개국이 추가되고, 발전 용량 목표치가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된 것입니다.
북해 해상풍력발전소 2023년 30GW → 2050년 300GW ⚡
현재 유럽 내에서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소를 보유한 곳은 영국입니다. 영국은 45개 해상풍력발전소에서 현재 14GW 규모의 전력을 생산 중입니다. 영국은 이를 2030년까지 50GW 규모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이어 독일 8GW, 네덜란드 2.8GW, 덴마크와 벨기에가 2.3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운영 중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유럽 9개국은 북해 해상풍력시설의 발전 용량을 현행 30GW에서 2050년 300GW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금번 선언문에는 북해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수소 생산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이를 통해 북해에 인접하지 않은 유럽 국가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수소기반시설 및 효율적인 수소시장을 구축할 것이란 내용이 선언문에 명시됐습니다. 한편,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북해가 EU 전체 에너지수요의 20%, 청정수소의 40%를 공급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각국 정상들은 이 계획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단 점도 인식했습니다. 최근 EU가 내놓은 추정치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300GW까지 확대하기 위해선 8,000억 유로(약 1,178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합니다.
영국·네덜란드, 양국 잇는 유럽 최대 해저전력케이블 건설 🌊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해상풍력시설과 연결되는 유럽 최대 국경 횡단 해저전력케이블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일명 ‘라이언링크(LionLink)’란 이름이 붙은 프로젝트는 203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영국 정부는 라이언링크 프로젝트가 “최대 1.8GW 규모의 전력을 운반할 것”이라며 “이는 영국 내 180만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유럽에는 독일과 덴마크를 잇는 전력케이블이 건설돼 있습니다. 이 케이블은 0.4GW의 전력을 공급합니다.
참가국들은 국가간 전력망 연결을 북해에 한정하지 않고 대서양 등 다른 인접 해역까지 확대하고자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장비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인식했습니다.
유럽 정상들 “해상풍력발전시설? 유럽에서 나온 핵심광물로 만들어야” ⛏️
선언에 참여한 유럽 9개국은 한목소리로 유럽 산업 중심의 풍력발전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해상풍력발전시설이 유럽에서 생산돼야 하는 것은 물론 유럽에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구 반대편에서 장비를 조달하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원자재 의존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또한 핵심광물 공급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 풍력발전 부문 협회인 윈드유럽(WindEurope)은 이번 계획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다만, 충분한 자금을 조달 여부 및 인력 부족 문제 등에 우려를 보였습니다.
윈드유럽은 작년 유럽 5개 풍력발전 제조사 모두 손실을 기록했단 점을 꼬집으며, ▲복잡한 허가 절차 ▲공급망위기 ▲비효율적인 전력망 등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U·노르웨이, CCS 협정 체결…“노르웨이서 핵심광물 가져올 계획” 🤝
한편, EU와 노르웨이는 CCS(탄소포집·저장) 및 청정에너지 전환 협력을 위한 ‘그린 얼라이언스(Green Alliance)’를 출범시켰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CCS에 대한 공동 작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노르웨이는 유럽 전역에서 포집한 탄소를 선박과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해 북해 해저 지층에 저장하는 ‘롱십(Longship)’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밖에도 EU는 노르웨이와 기후적응 및 생물다양성 손실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EU는 2021년에도 일본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특히, EU는 북해 해상풍력시설 제조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노르웨이에서 가져온다는 계획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핵심광물이 녹색 전환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중요 원자재와 배터리 공급망에 중점을 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상시설 보안 문제 선언문 담겨” 💣
이와 별개로 선언문에는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 폭파 사건 등 해상시설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기반시설 보안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일부 요소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선언문에서 강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스파이 선박이 북해를 돌아다니며 해상풍력발전소와 해저케이블 등을 염탐하며 파괴공작(사보타주)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19일(현지시각) 영국 BBC가 보도했습니다.
이는 덴마크 DR, 노르웨이 NRK, 스웨덴 SVT 등 북유럽 공영방송사들의 공동 탐사보도 내용을 일부 인용한 것입니다.
북유럽 현지매체들은 러시아가 서방과의 전면 충돌로 파괴공작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잠재적 목표물인 북해 일대 기반시설에 접근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BBC는 민감한 지역에 대한 정찰 활동은 드문 일이 아니고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를 상대로 비슷한 활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