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직격탄을 맞은 곳, 바로 인도네시아 최대 휴양지인 발리입니다.
발리는 10월과 11월이면 몬순과 서풍으로 인해 바닷속 쓰레기들이 해변으로 밀려옵니다.
발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쿠타(Kuta)와 레기안(Legian) 등 해변에는 매년 최대 6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일 정도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발리로 몰리고 있습니다. 오늘 그리니엄은 여러 창의적인 협업 프로젝트로 ‘순환디자인의 성지’가 된 발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발리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환디자인 명소를 고르라면 단연 ‘데사포테이토헤드(Desa Potato Head)’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곳은 2010년 발리 유명 관광지인 스미냑 해변에 문을 연 리조트입니다. ‘데사(Desa)’는 인도네시아어로 마을이란 뜻합니다. 즉, 포테이토헤드의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데사포테이토헤드가 주변 리조트와 다른 점은 제로웨이스트를 기반으로 설계됐단 것입니다. 네덜란드 메트로폴리탄건축사무소(OMA)는 건물 설계에서부터 내부 장식 나아가 가구와 소품까지 모두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리조트 내 식당마저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운영됩니다. 가령 생선 비늘로 크래커를 만들고, 자투리 재료를 모아 수프를 만드는 식입니다.
데사포테이토헤드에서 가장 독특한 공간은 발리에서 수집한 폐기물을 사용한 외관장식이 특징인 ‘비치클럽’입니다.
이 클럽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공수해온 6,600여개의 낡은 창문을 재사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색색의 플라스틱 프레임으로 꾸며진 창문들은 모두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이었던 때 만들어진 빈티지 창문들을 재사용한 것인데요.
이 클럽의 독특한 외관은 그 자체로도 멋졌지만, 다양한 협업을 통해 순환디자인의 도화지가 될 때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데사포테이토헤드의 연구개발(R&D) 워크샵인 ‘스위트포테이토랩’은 세계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폐기물 업사이클링 설치물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은 사례는 2017년 음악페스티벌 ‘써니사이드업 트로피칼 페스티벌(Sunny Side Up Tropical Festival)’ 개최와 함께 전시된 ‘사랑의 꽃다발(Bouquet of Love)’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시각예술가 에코 누그로호는 버려진 텔레비전과 폐타이어, 고장 난 세탁기 등 다양한 폐기물을 재료 삼아 아름다운 설치물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약 3개월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전역의 쓰레기 수거함과 재활용 시설을 돌며 폐기물을 수거했습니다.
스위트포테이토랩은 이듬해인 2018년에는 독일 출신 예술활동가 리나 클라우스(Liina Klauss)와의 협업을 통해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현실을 전달했습니다.
발리 해안가에 떠밀려온 플라스틱 슬리퍼를 모아 대규모의 설치물을 만들었는데요. 6번의 해변 청소 만에 약 5,000개의 슬리퍼가 모였습니다.
클라우스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버린 모든 것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자라는 토양을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클라우스는 해변에 버려진 슬리퍼만을 사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는 슬리퍼가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반영하며, 전 세계 모두가 사용하는 슬리퍼처럼 플라스틱 또한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드러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가 널리 알려지자 많은 디자이너와 기업가들이 앞다퉈 발리로 향했습니다.
그 중 한 곳이 2019년 설립된 에콜라보8(eCollabo8)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류하고 분쇄, 성형해 벽돌 같은 건축 자재와 가구, 소품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업입니다. 디자이너인 케빈 비니에와 조던 비니에 형제가 설립했습니다.
에콜라보8은 지역 화장품기업으로부터 수거된 폐플라스틱 용기와 더불어 현지 강에서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합니다.
에코콜라보8은 현지의 폐기물을 수거해 환경을 살리고, 동시에 농촌 여성들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발리를 순환디자인 성지로 만든 건 디자이너만이 아닙니다. 플라스틱을 직접 강과 해안에서 수거하는 단체들의 도움이 있었는데요.
발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단연 순가이와치(Sungai watch)입니다. 순가이와치는 2020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수로 보호 비영리단체입니다. 순가이는 인도네시아어로 ‘강(River)’을 뜻합니다.
순가이와치는 일종의 쓰레기 장벽인 플로팅배리어를 사용해 하천에 유입된 플라스틱을 수거합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발리에서 150개, 동부 자바에 20개 이상의 플로팅배리어를 설치해 지금까지 95만㎏의 플라스틱을 수거했다는데요. 향후 연간 100톤 이상을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여러 기업·단체의 프로젝트를 통해 발리는 ‘신들의 낙원’에 이어 순환디자인 커뮤니티의 성지로 변모했습니다. 다양한 순환디자인 프로젝트가 지금도 발리를 거점으로 진행 중입니다.
그리니엄에서 소개한 ‘순환디자인 박물관’을 표방하는 사용가능한 공간의 박물관(MoSA)도 그 중 한 사례였다는 것. 설립자인 다니엘 미첼은 데사포테이토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이력을 가졌는데요.
그는 MoSA 박물관이 발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광산업이 멈춰 섰을 때,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고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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