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바다 30% 보호구역 지정 등 유엔 국제해양조약 제정…“19년 간 논쟁 끝에 체결”

19년간의 협상 끝에 국제사회가 세계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존협약(BBNJ)* 제5차 비상회의에서 레나 리 유엔 해양·해양법 대사는 회원국들이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헌법은 체결·공포된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3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된 이번 조약의 골자는 공해(公海)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해양 자원을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해는 배타적해양경제수역(EEZ) 너머, 대양으로 뻗은 해양을 뜻합니다. 통상 각국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km) 밖에 있는 해역만 여기에 속합니다. 공해에 대해서는 국가 관할권이 없습니다.

공해는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나, 이중 1.2%만이 남획과 자원 난개발로부터 보호받고 있습니다 또 어업·관광 등 인간 활동을 불허하는 절대보전해역은 단 0.8%에 불과합니다.

*BBNJ: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 옅은 하늘색으로 칠해진 바다는 모두 공해(公海·High seas)다. 공해는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중 1.2%만이 난개발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Pew Charitable trust

2004년부터 국가 간 입장차 선명했던 ‘해양보호 조약’…“극적으로 타결돼” 🤔

공해의 해양생태계를 보호하자는 논의는 2004년 유엔 총회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유엔은 당시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작업반도 설치했으나, 국가별 입장 차이로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해양생태계 악화의 심각성에 관한 인식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공유했으나, 구체적인 수단 및 방법에 관하여 의견 차이가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양자원 발굴에서 나오는 이익 분배와 관련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 마찰이 주요 갈등 사안이었습니다.

이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습니다. 2015년 BBNJ 준비위원회가 설립됐고,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회의가 진행됩니다. 제4차 회의를 앞두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회의가 무기한 연장됐다가 지난해 다시 열렸는데요. 작년 3월과 8월에 각각 열린 4차·5차 회의 모두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연이어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지난해 8월 참여국들은 5차 회의를 휴정하고 재개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에 올해 2월에 ‘제5차 비상회의’가 열린 것.

 

▲ 지난 4일(현지시각) 38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존협약(BBNJ)이 극적으로 체결됐다. BBNJ 제5차 비상회의의 의장을 맡았던 레나 리 레나 리 유엔 해양·해양법 대사는 “배가 해안에 도착했다”는 표현으로 회원국들이 조약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사진은 조약 합의 당시 레나 리 대사를 축하하는 각 회원국 대표들의 모습. ©Ministry of Foreign Affairs, Singapore

이번 비상회의에서는 해양유전자원**의 금전적 이득에 대한 공정한 공유가 최대 쟁점이 되면서 마지막까지 합의에 난항을 거듭했습니다. 최종 협상에만 2주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요.

다행히 회의에 참여한 국가들이 지역적인 차이를 뛰어넘으며 해양보호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뜻을 모았습니다. 3월 3일 종료 예정이었던 회의는 하루를 넘긴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합니다.

회의 의장을 맡았던 레나 리 대사는 “배가 해안에 도착했다”는 표현으로 조약 타결 소식의 기쁨을 전했습니다.

**해양유전자원(Marine genetic resources): 바다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물학적 물질로 의약품과 산업 공정 및 식품 등에 도움이 된다.

 

▲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존협약(BBNJ)은 공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공해생물다양성협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Edwar Herreño 제공, greeenium 편집

공해 등 바다 30% 보호구역 지정…해양보호 조약에 무슨 내용 담길까? ⚖️

타결이 극적으로 이뤄진 만큼 조약에 담길 구체적인 문구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체적인 협정안은 향후 문안 정비 작업을 거쳐 유엔의 6개 공식언어로 번역된 후 속개 회의에서 공식 채택됩니다. 또 조약이 정식으로 발효되기까지는 회원국들이 비준 등 절차가 남은 상태입니다.

현재 공개된 해양생물다양성보존협약(BBNJ) 잠정 협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공해를 포함한 해양의 지속가능성 보존을 위한 해양보호구역 설치 🐟

이번 조약을 통해 각국은 공해와 심해저에 해양보호구역(MPA) 등 보존·보호구역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공식 문구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조약은 2030년까지 공해를 포함한 세계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해역에서는 어획량·항로·심해 광물 채굴 등이 제한됩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합의된, 2030년까지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자는 ‘30×30’ 목표를 이루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환경영향평가 실시요건 및 절차 규정 📝

조약에는 공해 및 심해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실시요건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또 관련 결과를 각국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당사국은 환경영향평가 실시 여부 및 평가 결과를 고려한 활동의 수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과학기술기구가 평가의 일정 단계에서 의견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됩니다.

과학기술기구는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들로 구성될 계획입니다.

 

▲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는 대표적인 해양유전자원 중 하나다. 투구게의 파란 혈액은 의약용품과 백신 등을 위해 상업적으로 채취되고 있다. 혈액 채취 뒤 바다로 돌려보내진 투구게 중 상당수는 결국 죽고 만다. 현재 세계자원보전연맹(IUCN)은 투구게를 멸종위기종(Endagered)으로 구분하고 있다. ©Ariane Mueller

3️⃣ 해양유전자원 이용 및 개도국 지원 위한 기금 조성 🧪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해양유전자원에 접근 및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공유 체계가 수립됩니다.

선진국이 해양유전자원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중 일부를 개도국의 해양기술 개발 등에 지원한단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해양유전자원과 디지털염기서열정보(DSI·Digital Sequence Information)에 대한 접근과 이익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등 이익 공유를 위한 다자 메커니즘이 수립됩니다.

또한, 개도국의 해양기술 개발 및 공해상의 해양환경 보호 등을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특별 기금이 조성됩니다.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조약의 비준과 조기 이행을 위해 4,000만 유로(약 553억원) 상당의 기금을 약속했습니다.

 

“환경보존에 역사적인 날”…우리 정부, 관련 입법 정비할 계획 📝

환경단체들은 조약 합의 소식을 일제히 반겼습니다. 로라 멜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해양 캠페인 담당자는 “환경보존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영리재단 퓨자선기금(Pew Charitable trust)의 리즈 캐런 프로젝트 디렉터 또한 “획기적인 성취”라며 “공해 보호가 기후변화의 충격에서 지구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약 합의 소식에 우리 정부는 서명 및 비준 절차를 적극 추진하면서 필요한 국내입법도 정비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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