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조류 바이오연료’ 개발 및 자금 지원 돌연 중단…“그린워싱 논란 불거져”

미국 에너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은 지난해 에너지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엑손모빌의 2022년 순이익은 557억 달러(약 68조 7,000억원)입니다. 실적이 발표된 기업 가운데 엑손모빌을 뛰어넘은 곳은 빅테크 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뿐이었습니다.

최근 엑손모빌이 기후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자금 조달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엑손모빌이 미 바이오테크 기업 비리도스(Viridos)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습니다.

2005년 설립된 비리도스는 미세조류를 원료로 바이오연료를 개발 중인 곳입니다. 엑손모빌과 비리도스는 조류 바이오연료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위해 10여년 넘게 협력했습니다.

엑손모빌이 돌연 자금 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비리도스는 조류 바이오연료 개발에 난항을 겪게 됐습니다. 실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비리도스는 미 캘리포니아주 사막에 있는 야외 실험실을 폐쇄하고, 지난해 말 전체 직원의 60%를 해고했습니다.

 

▲ 바이오테크 기업 비리도스는 2018년 엑손모빌의 지원을 받아 캘리포니아주 임페리얼 사막 한가운데에 미세조류 재배를 위한 실험장을 설치했다. 엑손모빌의 자금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이 실험장은 결국 폐쇄됐다. ©Viridos

‘2030 조류 바이오연료 상용화’ 선언한 엑손모빌, 자금 지원 돌연 철회! 🤔

조류 기반의 바이오연료는 석유와 비교해 배출량이 절반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은 일찍이 조류 바이오연료 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엑손모빌과 비리도스는 조류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10여년 넘게 협력해 왔습니다. 비리도스는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이는 바이오연료 개발을 위해 박테리아 개발, 게놈 합성, 합성세포 생성 등의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8년 엑손모빌은 2025년까지 일일 1만 배럴 규모의 조류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2021년 10월에는 조류 바이오연료를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당시 엑손모빌은 비리도스의 바이오연료를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대형 화물차 및 상업용 항공기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목표 발표 후 2년이 채 안 된 시점, 엑손모빌이 비리도스의 자금 조달을 중단한 것입니다. 엑손모빌의 저탄소 사업부(Low Carbon Solution)는 조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철회하고 있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엑손모빌은 미 콜로라도광산학교(CSM)에서 진행 중인 조류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했습니다. 미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와 함께 진행 중인 조류 관련 지원금도 조만간 종료될 예정이라고 엑손모빌은 밝혔습니다.

비제이 스와럽 엑손모빌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탄소포집, 수소, 바이오연료를 상업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곡선에 도달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조류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그간 엑손모빌은 조류 바이오연료를 ‘차세대 미래 에너지원’으로 소개했다. 2025년까지 조류 바이오연료 1만 배럴 생산, 2030년 상용화 목표도 선언했다. 허나, 비리도스 등 조류 관련 자금 지원이 돌연 철회됨에 따라 이 목표들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ExxonMobil, 유튜브 캡처

“조류 바이오연료 상용화” 말뿐이었다…그린워싱 지적 잇따라! 📢

이에 대해 올리버 페처 비리도스 최고경영자(CEO)는 반박했습니다. 페처 CEO는 최근 몇 년간 연구를 통해 조류 생산성이 7배 증가하는 등 연구 성과가 상당한 진전을 보였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엑손모빌이 조류 바이오연료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사용했다고 지적합니다. 로버트 브륄레 미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조류 바이오연료 상용화가) 확실치 않음에도, 엑손모빌은 조류 바이오연료가 (온실가스 감축) 해결책의 일부라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엑손모빌이 2030년까지 조류 바이오연료 상용화 목표를 내걸자 이에 대한 비관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영국 플리머스해양연구소(PML)의 케빈 플린 교수는 조류로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만큼 많은 연료를 추출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조류를 재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비료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비리도스의 야외 실험장에서 생산된 바이오연료는 1갤런(3.785리터)도 채 되지 못했습니다. 야외환경 탓에 조류 재배를 위한 온도와 조명 조절이 어려웠을뿐더러, 유기체가 침입하는 등 여럿 악조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관론에 대해 그간 엑손모빌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덜한 깨끗한 에너지를 찾기 위한 자사의 노력이 진심인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일단 엑손모빌 관계자는 그린워싱이란 비판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스와럽 부사장은 “(엑손모빌이) 지금까지 이룩한 진전은 놀랍다”며 “(허나) 우리의 목표는 기술을 상용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임페리얼 사막에 위치한 비리도스의 미세조류 재배를 실험장의 모습. ©Viridos

엑손모빌 조류 자금 지원 사업 철회…과학계 ‘우려 목소리’ 🧪

로얄더치쉘(Shell), 셰브론(Chevron),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주요 에너지기업들도 일찍이 조류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쉘은 2011년 투자를 철회했고, 셰브론과 BP의 연구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곳이 엑손모빌이었습니다. 엑손모빌의 자금 지원 덕에 비리도스는 조류 기반 바이오연료를 계속 연구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이 조류에 대한 자금 지원을 포기한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대응 솔루션 중 하나인 조류에 관한 연구 지원을 포기한 것은 과학 및 민간업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미 애리조나주립대 산하 조류 기술 및 혁신센터(AzCATI)의 존 맥고윈 이사는 엑속모빌의 지원이 사라진 지금 과학계의 노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류 연구와 관련해) 노력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비리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성공하지 못하단 것은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엑손모빌의 ‘에너지 농부(Energy Famer)’ 광고 속 조류 농장의 모습. 엑손모빌은 조류 바이오연료 개발을 위해 현재까지 3억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중 6,000만 달러는 광고비로 지출됐다. ©ExxonMobil, 유튜브 캡처

2022년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한 엑손모빌, 기후대응 노력 한참 부족해! 🚨

한편, 엑손모빌을 떠난 익명의 임원은 그간 회사가 진지하게 조류 바이오연료 지원을 고려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블룸버그에 밝혔습니다. 조류 바이오연료 상용화를 목표로 했다면 더 많은 자금이 해당 연구에 지원됐어야 한단 뜻입니다.

엑손모빌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까지 조류 바이오연료 개발에 3억 5,000만 달러(약 4,548억원) 이상을 지출했습니다. 이중 6,000만 달러(약 779억원)가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에 사용됐습니다.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탄소배출 감축에 최대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수소·탄소포집·바이오연료 개발 등에 70억 달러(약 8조원)의 예산도 책정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엑손모빌이 역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기후대응을 위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이 재생에너지 전환 및 탄소포집 등 기후대응을 위해 더 많은 재원을 쏟아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쏟아졌습니다.

 

👉 40년전 지구온난화 예측한 엑손모빌 “알고도 침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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