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이 1970년대부터 이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 위험을 알았으나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이를 감추고 부정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소속 연구진이 국제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13일(현지시각) 게재했습니다.

엑손모빌은 1999년 엑손(Exxon)이 모빌(Mobil)을 인수합병한 기업입니다. 2010년대에는 애플과 시가총액 1위를 두고 다퉜는데요. 엑손모빌은 최근까지도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모델링의 신뢰성 및 과학적 결론의 불확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엑손모빌은 2000년부터 유럽 내 기후대응조치를 지연 및 약화시키기 위해 유럽의회에 전방위적 로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2019년 3월에는 유럽의회가 ‘기후변화 거부와 그 영향(Climate change denial and its impact)’에 대한 공청회를 마련했지만 엑손모빌은 끝내 참석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살펴봤습니다.

 

▲ A는 1982년 엑손 과학자들이 보고한 지구온난화 예측과 비교하여 역사적으로 관측된 온도 변화(빨간색) 및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파란색). B는 1977년부터 2003년 사이 회사 내부 메모 7개와 상호 검토 간행물 5개를 예측 요약(회색선)한 그래프. C는 과거 지구평균 온도 기록을 15만년 도안 모델링한 시뮬레이션 그래프. ©Supran et. al.

엑손모빌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를 침묵했다. 🔇

연구팀은 엑손모빌 측 과학자가 1977~2003년 작성한 내부 문서를 분석했습니다. 엑손모빌이 자체 개발한 기후모델을 통한 예측치와 실측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엑손모빌은 지구 기온이 10년에 섭씨 0.2°C씩 오를 것(0.04°C 불확도)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1990년과 2007년 학계 및 정부기관의 예측치와 동일한 수준입니다.

1970년대는 어느 누구도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기후모델링을 구축·예측하지 않던 시기입니다. 오늘날 기후 관련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설립된 시기는 1988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하고 있단 것을 인지한 IPCC가 해당 내용을 담은 제2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한 시기는 1995년, 교토의정서 채택 시기는 1997년입니다.

엑손모빌은 IPCC 등 국제기구보다 일찍이 화석연료로 사용으로 인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인지했고 이와 관련한 정량적인 기후모델링도 구축했습니다. 엑손모빌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전과 비교해 2℃ 안으로 억제하기 위한 탄소예산(Carbon Budget) 추정치에 대한 당시 문건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 관찰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비교한 그래프. 붉은색은 실측치, 회색은 엑손모빌이 추정한 수치 12개 예측치이다. ©Supran et. al.

“이번 발견으로 엑손모빌 경영진 위선 분명히 드러나” 🚨

연구진은 “엑손모빌이 내놓은 예측은 정부나 학계에서 내놓는 (기후) 모델과 일치했으며 또 그만큼 능숙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엑손모빌은 내부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인지했고 관련 정보를 경영진에게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엑손모빌이 여태껏 화석연료와 기후변화 간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는 것입니다.

엑손모빌은 대외적으로 기후조치를 지연시키기 위한 각종 선전 및 로비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2010년 초까지 엑손모빌은 잠재적 온실효과에 대한 과학적 결론이 불확실함을 강조했습니다. 2000년 초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리 레이몬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충분치 않아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없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조치가 정당화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후임 CEO인 렉스 틸러슨 또한 2013년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불확실하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의 공동저자인 하버드대 과학사학자 나오니 오레스케스는 “이번 발견으로 엑손모빌 경영진의 위선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꼬집었습니다.

 

▲ 2006년 미 텍사스주 댈러스의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에서 열린 엑손모빌 연례 주주총회 밖에서 시위대가 표지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 ©Rex Curry, Greenpeace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 기후소송 급증…“우리 기업도 유념해야 해” 👀

이번 연구로 엑손모빌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미국 곳곳에서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에게 기후영향에 대한 책임으로 수십 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2019년 마우라 힐리 전 미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현 매사추세츠 주지사)은 엑손모빌이 “소비자에 대한 기만적인 광고와 위험에 대해 주 내 투자자를 오도한 혐의”로 엑손모빌을 고소했습니다. 그는 엑손모빌이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오랫동안 과학적 지식을 보유했으나 이 지식을 잘못 전달해 대중을 기만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엑손모빌은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엑손모빌이 먼저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대중에게 오해의 소지를 유발한 혐의로 엑손모빌은 현재 고객·주주·정부 등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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