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양국간 기후협력이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미 본토에 침입한 중국 정찰풍선을 계기로 미중 고위급회담이 전면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는 지난 4일(현지시각)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인근 대서양 상공에서 격추됐습니다. 중국은 기상용 관측장비가 예기치 못하게 경로를 이탈했다고 해명하나, 미국 내에서는 이 풍선이 첩보 장비란 점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배출량에서 중국은 27%·미국은 11%를 차지해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배출국들 간의 기후협력이 필수란 점을 강조합니다. 허나,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미중 양국의 기후협력은 중단된 상황입니다. 같은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기점으로 미중 양국간 기후협력 재개가 논의 중이었으나, 다시 연기된 것.
북미 가로지른 중국 ‘정찰풍선’에 화들짝 놀란 미 정부 🎈
발단은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을 포착한 1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 주변 방위망을 정찰하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캐나다 북서부로 넘어간 풍선은 나흘 뒤인 31일 미 북부 아이다호주로 진입합니다.
이튿날인 2월 1일 풍선이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 상공에 도달하자 미 정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해당 기지에 핵미사일을 포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관·운용하는 격납고 150개가 소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풍선을 즉각 격추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잔해로 인한 지상 피해를 우려해 잠시 보류합니다. 이후 2일 미 국방부 발표와 언론 보도를 통해 중국 정찰풍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집니다.
中 ‘정찰풍선’ 계기로 미중 양국 기후협력 재개 위한 고위급회담 전격 연기 😥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기 이틀 전인 2월 3일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당초 방중 계획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회담의 후속 조치 성격을 갖습니다.
미중 양국은 대면 정상회담 직후 기후협력 재개를 모색해 왔습니다. 존 케리 미 기후특사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특사는 고위급협력과 관련한 화상 회의를 나눴습니다.
또 지난달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재닛 옐린 미 재무부 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기후대응 및 금융부문간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의 핵심현안 중 하나도 기후협력이었습니다. 지난 1일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과 관련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취소된 (양국간) 군사 및 기후변화와 같은 여러 문제에 대한 회담의 복구 또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찰풍선을 계기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연기된 상황입니다. 방중 일정이 연기된 지난 3일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 정찰풍선의 존재는 미국의 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무책임한 행위”라며 “현시점에서 건설적인 방중을 위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불붙은 미중 갈등…美 국무차관 “(그래도) 기후문제 협력하길 희망” 🤝
‘정찰풍선’ 사태로 미중 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미 하원에서는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이튿날인 10일 미 상무부는 중국 정찰풍선과 비행체 개발 등을 이유로 베이징 난장우주기술 등 중국 기업 5곳과 연구소 1곳을 수출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미국 정부는 중국이 세계 40개국에 고고도 정찰풍선을 보내 정보를 수집했고, 배후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있다고 지목하며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는 등 중국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 하원 결의안 채택에 대해 “완전한 정치적 농간이자 부풀리기”리며 “강력한 불만을 표명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정찰풍선 관련 기업과 연구소를 제재한 것에 대해 중국 관영매채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중 수출 규제의 빌미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피고 있습니다.
다만, 미중 양국간 기후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습니다.
지난 9일 미 상원 외교워원회가 개최한 미국의 대중 정책 점검 청문회에 참석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은 미중 양국이 기후문제에 대해 “계속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중 양국간 기후협력 사례와 관련된 내용이 중국 관영매체 CGTN에 계속 보도된단 점도 주목할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