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후위기를 논하면 에너지만 이야기한다. 기후대응은 곧 모든 것에 대한 전환이기에 각계각층 전문가 9인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지난 8일 녹색전환연구소가 주최한 ‘2023 기후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에서 사회를 맡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남긴 말입니다.
당초 이날 행사는 대면으로만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1,000여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유튜브 실시간 동시 중계도 진행됐습니다. 행사 당일 유튜브 최대 동접자 수도 500여명에 이르렀는데요. 이는 기후문제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단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과학 ▲국제정세 ▲재난 ▲경제 ▲금융 ▲노동 ▲에너지 정책 ▲언론 ▲정치 등 9개 발표 주제에 맞춰 연사들의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이후 30여분간 온·오프라인 질의응답이 진행됐는데요. 크게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조천호 교수 “1.5℃ 억제할 기술 이미 보유…기후탄력적개발 필요” 🧪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오늘날 인류의 기술력이 지구 평균온도를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파리협정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조 교수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1.5℃를 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현재 과학기술 측면으로 볼 때, 인류는 1.5℃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의 95%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또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적응(Adaptation)과 함께 ‘기후탄력적개발(CRD·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 개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을 분석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기후탄력적개발은 감축과 적응을 이행하는 동시에 모든 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한단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기후대응 및 지속가능한 개발 등에 맞게 정치·사회·경제와 같은 모든 체제를 담대하게 전환해야 한단 것인데요. 생물다양성 유지, 토지·해양생태계 보호 등의 활동도 포함됩니다.
조 교수는 지구 평균온도가 1.5℃를 넘으면 이상기후 등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극단적으로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위기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여러 경로에서 기후대응을 위한 최적의 경로를 탐색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또 향후 10년 동안 인류의 선택이 기후탄력적개발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조 교수는 밝혔는데요.
그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며 기후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오늘날 산업계 생존 위해 기후·환경문제 바라보는 중” 👀
“10년 전과 비교해 오늘날 기후·환경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관점이 매우 다르단 것을 알 수 있다.”
컨설팅 기업 에코앤파트너스의 이한경 대표가 남긴 말입니다. 이 대표는 탄소중립이 산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트렌드로 탄소중립이 왔다”며 “(이 트렌드가) 금융·산업 부문 환경 규제로 다가와 기업의 재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기후·환경문제를 봤다면, 이제 산업계는 생존을 위해 문제를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금융기관은 태생적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곳이 아니”라며 “허나, (금융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투자한 자산이 피해를 보길 원하지 않아,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서 금융기관은 투자의 기회를 보고 있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 흐름을 국제금융기관이 주도하고 있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 협의체(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대표는 피력했습니다.
TCFD는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이를 조직 내 의사 결정에 반영하도록 권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입니다. 2015년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했는데요. 해당 협의체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이 ESG 의무공시 등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美 IRA·EU 그린딜 산업계획’ 같은 한국판 녹색산업 정책 필요 ⚖️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을 골자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내 녹색산업 성장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산업계획처럼 우리나라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이나 EU와 달리 국내 녹색산업 정책이 부재함을 지적했습니다. 김 전 소장은 “미국 IRA, EU 그린딜 산업계획, 일본 녹색전환(GX) 등이 쏟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어떻게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녹색 제조업을 만들 것인가” 생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탈탄소 사회로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김 전 소장은 “이제는 기후위기와 경제위기가 따로 있지 않다”며 “(기후와 경제가) 서로 함께 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 2023년 세계경제포럼 핵심 키워드 ‘다중위기(Polycrisis)’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핵심은 디테일에 있어” 🔎
한편, 오는 3월 발표될 예정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과 관련해 전 부문에서 세부사항이 담겨야 한단 제언도 나왔습니다.
에너지 및 환경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의 이주헌 수석정책전문위원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기후대응을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다”라며 “탄소중립 시나리오별에 맞춰 발전·수송 등 부문에서 얼마만큼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가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녹색산업 성장을 위한 정책과 재원 조달 방법과 시기 모두 기본계획에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부문별·연도별 이행로드맵과 감축대책과 기후적응, 정의로운 전환 등 관련 내용이 종합적으로 포함됩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심의 등을 거쳐 3월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