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라질 음식 맛볼 수 있도록 돕는 미세조류? ‘랜드리스푸드’

디자이너들이 미래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식품이 무엇일지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그리니엄이 소개한 ‘인류세 요리책’ 가 좋은 사례입니다. 이 책은 여러 디자이너들이 탐구한 미래의 요리법을 모아 저술한 책입니다.

최근 이 인류세 요리책에 추가될 법한 프로젝트가 소개됐습니다. 기후변화로 농업과 어업 모두 어려워질 미래, 미세조류를 사용해 ‘2050년이면 사라졌을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돕는 ‘랜드리스푸드(Landless Food)’ 프로젝트입니다.

 

▲ 랜드리스푸드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3가지 미세조류를 활용한 요리들. ©studio.malu

독일 섬유디자이너 말루 뤼킹가 진행한 랜드리스푸드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영국 종합예술대학인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에서 바이오디자인 석사 학위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디자인위크 전시회에도 소개됐는데요.

뤼킹은 이 프로젝트에서 쓴맛이나 풋내, 비린내로 외면 받아온 미세조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그는 프로젝트에서 3가지의 미세조류를 활용한 요리들을 선보였는데요. 크게 붉은색에서 게 맛이 나는 ‘로도모나스 살리나 🦀’, 초록색에서 새우 맛이 나는 ‘테트라셀미스 추이 🦐’, 노란색의 꽃 풍미가 나는 ‘두날리엘라 살리나 🌻’입니다.

 

▲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게 맛이 나는 ‘로모도나스 살리나’, 새우 맛이 나는 ‘테트라셀미스 추이’, 꽃 향기가 나는 ‘두날리엘라 살리나’ 등의 미세조류가 사용됐다. ©studio.malu

먼저 붉은 미세조류의 일종인 로도모나스 살리나(Rhodomonas salina)는 신기하게도 게 맛이 납니다. 여기에 뤼킹은 게 다리 모양의 한천(우뭇가사리를 이용한 우묵) 껍데기를 사용해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게살을 발라 먹는 경험을 재현했습니다.

초록색의 테트라셀미스 추이(tetraselmis chuii) 또한 해산물 향이 특징인데요. 새우와 홍합이 어우러진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인 두날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도 미세조류의 일종입니다. 주황색을 띠며 독특하게도 강렬한 꽃 향기를 맛볼 수 있다고 뤼킹은 설명했습니다.

 

▲ 식용 젤 케이스에 미세조류를 주입하는 모습(위). 배양기(왼)에 들어간 미세조류는 약 2주가량 재배하면(오) 섭취할 수 있다. ©studio.malu

스피루리나, 클로렐라 등으로 잘 알려진 미세조류는 영양분이 풍부하나, 맛과 향이 떨어지는 탓에 주로 영양제로 만들어 소비됐습니다.

뤼킹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이 “게·새우·꽃과 같은 자연이 제공하는 맛의 경험을 크게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뤼킹은 미세조류를 더 대중적인 식품으로 만들기 위해 랜드리스푸드 프로젝트를 착수했습니다.

이를 위해 뤼킹은 벨기에 플랜더스 농업·어업·식품연구소(ILVO)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해당 연구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수십 만종의 미세조류의 다양한 맛을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뤼킹은 ILVO의 연구를 활용해 맛과 외관을 아름답게 디자인했는데요. 동시에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미세조류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했습니다.

여러 실험 끝에 그는 재사용 가능한 3D 프린팅 식용젤에 미세조류 용액을 주입해 재배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경우 미세조류를 약 2주 만에 수확해 섭취할 수 있는데요. 식용젤이 미세조류의 염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짠맛이 줄고, 가공 단계가 없어 더욱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뤼킹은 설명했습니다.

 

▲ 미세조류의 일종인 ‘클라도포라(Cladophora)’. ©studio.malu

그런데 이렇게까지 복잡한 방법으로 미세조류를 먹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뤼킹은 미세조류가 영양분이 풍부할뿐더러, 지속가능한 재생식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미세조류는 시설재배를 통해 좁은 땅에서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다시마, 미역 등 3m 이상 자라는 일반적인 해조류와 달리 미세조류는 부피와 크기 모두 적습니다.

또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포집·격리할 수 있단 이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품 외에도 바이오연료, 섬유, 제약 등 다양한 산업에서 미세조류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 아이슬란드에선 ‘탄소네거티브’ 해조류 수직농장도 등장함!

 

▲ 독일 섬유 디자이너 말루 뤼킹이 미세조류로 섬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 왼쪽부터 미세조류를 채취해 건조하고 옷으로 만드는 과정. ©studio.malu

섬유 디자이너였던 뤼킹 또한 랜드리스푸드 프로젝트에 앞서 2020년 미세조류로 섬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양모 같은 촉감이 특징인 ‘클라도포라(Cladophora)’라는 미세조류를 활용해 부직포, 직물 등 다양한 섬유 소재를 개발했는데요.

해당 경험을 통해 그는 미세조류의 다양한 가능성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세조류의 식품화로 발을 넓히며 2022년 랜드리스푸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입니다.

뤼킹은 향후 요리사들과 협력해 미세조류 음식의 요리법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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