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640억 달러로 몸값 낮춘 쉬인, 패스트패션 가고 순환패션 오나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쉬인(Shein)의 기업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패스트패션 산업이 끝물에 다다른 것이 아니냔 전망이 나옵니다.

쉬인이 30억 달러(약 3조 7,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사의 기업가치를 640억 달러(약 78조 8,000억원)로 하향했다고 지난 1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습니다. 이는 직전 자금조달 당시의 평가액에서 36% 급락한 것입니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이어 세계 3위의 민간기업에 등극했던 쉬인의 하락. 패스트패션의 유행이 저물고 지속가능한 패션이 뜨고 있는 걸까요?

쉬인을 비롯해 격변 중인 패션업계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1,000억→640억 달러, 몸값 낮춘 쉬인 💰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이전 자금조달 협상에서 인정받은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어 투자받는 것을 다운라운드(Down Round)라고 합니다. 기업가치 하락으로 기업의 성장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많은 기업들이 다운라운드를 꺼려왔습니다.

지난해 4월 쉬인은 1,000억 달러(약 12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했습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구매한 옷을 자랑하거나 리뷰하는 ‘쉬인하울(sheinhaul)’ 콘텐츠 마케팅으로 읻기를 얻은 덕분입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와 중국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차이나(Sequoia China) 등이 투자에 참여했는데요.

FT에 따르면, 최근 쉬인은 이들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조달하기 위해 협상 중입니다. 해당 투자를 받기 위해 쉬인은 기존보다 몸값을 낮춰 투자를 받는 다운라운드을 택한 것입니다.

 

▲ 2020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액 추이 변화 그래프. 2021년 11월 한 달 700억 달러(약 86조원)를 기록하며 절정을 찍었던 투자액은 2022년 같은달 220억 달러(약 27조원) 조달에 그치며 최저점을 찍었다. ©Crunchbase

쉬인의 기업가치 하향 원인, 3가지를 꼽자면 🔍

쉬인이 다운라운드를 선택해야 했던 이유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FT는 그 이유를 크게 3가지를 꼽았습니다.

 

1️⃣ 얼어붙은 투자 시장 💰

주요 원인은 전반적인 투자 시장의 위축입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원인입니다. 투자데이터 기업 프리퀸(Preqin)에 따르면, 2022년 1월~11월 사이 신규 VC 투자는 2,860억 달러(약 35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습니다

스타트업은 더 심각합니다. 데이터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의하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220억 달러(약 27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의 700억 달러(약 86조원) 대비 69% 급감한 것이라고 크런치베이스는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쉬인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업가치를 대폭 하향 조정 중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입니다.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는 2021년 자금조달에서 950억 달러(약 117조원)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스트라이프가 최근 자금조달 협상에서 550억~600억 달러(약 67조~73조원)로 평가받을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 급격한 매출 부진 📉

쉬인의 급격한 매출 부진도 기업가치 하락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쉬인은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지난 5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쉬인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31억 달러(약 3조 8,000억원)에서 2021년 157억 달러(약 19조원)로 급증했습니다. 2022년에는 매출액 300억 달러(약 37조원)를 기록해 1년 만에 2배가량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연말부터 쉬인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어니스트애널리틱스(Earnest Analytics)에 의하면, 2022년 3월부터 쉬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증가율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나아가 2022년 6월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증가율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3️⃣ 부정적 뉴스로 브랜드이미지 하락 📢

틱톡과 쉬인하울로 인기를 얻은 쉬인. 동시에 열악한 품질과 환경오염, 저임금 등으로도 악명을 떨쳐왔습니다. 인권·환경단체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쉬인을 향한 여러 문제 제기도 계속됐습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영국 공영방송 채널4가 쉬인의 저임금·장시간 노동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해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영국 패션 전문매체인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이 SNS 대화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 지난 4년간(2020년~2023년) 쉬인 관련 전체 온라인 대화의 70%가 부정적 표현이었습니다. 이러한 인식 악화 또한 쉬인의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 2022년 인플레이션과 수요 하락으로 쉬인, H&M, 자라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다. ©Earnest analytics

“패스트패션 업계 혼란? 업계 간 경쟁 더 심화될 것!” 💥

어려움을 겪는 건 비단 쉬인만의 일이 아닙니다. 여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 모두 에너지 가격을 비롯해 원자재 비용 상승과 고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유지될 기조에서 소비 감소와 경쟁자 증가로 촉발된 패스트패션 업계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 H&M: 세계 최초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불리는 H&M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22년 회계연도 기준 순이익은 36억 크로나(약 4,253억원)로, 전년 대비 68% 급감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결정이 H&M에 큰 타격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 🇪🇸 인디텍스: 자라(ZARA)의 모기업으로, 제품 가격 인상 덕분에 회계연도 기준 2022년 첫 9개월간 순이익은 24% 증가했습니다. 허나, 소비 환경 악화로 매출 증가 속도는 둔화했습니다. 재고 비용 또한 2021년 10월 기준 37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에서 2022년 같은달에는 47억 달러(약 5조 7,000억원)로 증가했습니다.

  • 🇯🇵 패스트리테일링: 모든 패스트패션기업이 하락한 건 아닙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7.9% 증가한 2조 3,000억 엔(약 21조 8,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할인 중단 및 고정 가격 정책과 재고 관리 등의 접근 전략 변경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 아디다스(왼)와 H&M(오)이 재생섬유 ‘인피나’로 만든 의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패션 포 굿 뮤지엄’에 ‘뉴 코튼 프로젝트(New Cotton Project)’와 함께 소개(아래)됐다. ©Adidas·H&M

패스트패션 산업의 시대, 이제 끝난 걸까? 🤔

이 가운데 패션산업의 관심은 패스트패션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Business Research Company)는 지속가능한 패션 시장이 2025년 98억 달러(약 12조원)에서 2030년 151억 달러(약 18조 6,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관은 지속가능한 패션 시장이 연평균 9.1%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러한 전환이 패스트패션과 지속가능한 패션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주요 기업 상당수가 패스트패션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 재생섬유 스타트업 인피니티드파이버(Infinited Fiber)가 있습니다. 이 기업은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 H&M 등 주요 패션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아디다스·H&M과 협업한 ‘뉴 코튼 프로젝트(New Cotton Project)’에서 순환패션 의류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패스트패션 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하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로 지속가능한 염료를 만든 컬러리픽스는 H&M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섬유 재활용에 성공한 리뉴셀은 자라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유니클로 또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수선 스튜디오를 출시해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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