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Global Risk Report 2023)’에서 장단기 위험요소로 환경 이슈가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향후 10년간 세계가 당면할 장기리스크 중 상위 1~4위에 ▲기후완화 실패 ▲기후적응 실패 ▲이상기후 ▲생물다양성 손실이 차례대로 차지했습니다. 보고서는 “획기적인 정책 변화나 투자가 없다면 기후변화 완화, 식량안보 불안정, 생물다양성 손실 등은 더 가속화돼 생태계 붕괴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고서는 이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하는 ‘다중위기(Polycrisis)’의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이 다중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주목받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기반솔루션(NBS·Nature-based Solution)입니다. NBS는 개발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보호와 복원을 통해 인류에게 다친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단 개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 심기부터 이탄지복원·재생농업 등 낯선 솔루션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요. 찾아볼수록 알쏭달쏭한 자연기반솔루션을 그리니엄이 3편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자연기반솔루션, 국제사회 핫 트렌드로 떠올라! 🌐
NBS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당시 COP27 의장국인 이집트와 독일 그리고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ENACT*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일본 등도 참여했는데요. ENACT는 NBS를 통해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이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같은 시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최초의 국가적 NBS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로드맵은 기후변화 대처 및 지역 경제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내 NBS 확장을 위한 전략이 담겼습니다.
그 결과, 유엔 기후총회(COP) 사상 최초로 COP27 결의문에 NBS가 언급됐습니다. 사실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NBS가 언급된 바 있습니다. NBS는 당시 COP26 결의문 초안에만 언급됐고, 최종안에서는 빠졌는데요.
COP27 결의문에 NBS가 언급됨으로써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NBS를 지원하고 감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같은해 12월에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2부 회의에서도 NBS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196개 당사국이 서명한 ‘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2가지 목표에도 NBS가 포함됐습니다.
*ENACT: Enhancing Nature-based Solutions for a Accelerated Climate Transformation
세계가 주목하는 ‘자연기반솔루션’이란? 🔍
그렇다면 자연기반솔루션(NBS)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NBS의 정의는 기관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NBS란 용어는 2008년 세계은행(WB)의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첫 사용 됐습니다. 이후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문제가 주목받으며 여러 국제기구·협약에서 저마다의 개념과 기준 등을 구체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개발계획(UNDP),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에서 내린 NBS의 정의가 조금씩 다른데요.
그러던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NBS의 공식적인 정의가 정립됐습니다. NBS가 다자간포럼에서 국가별로 논의되고 합의된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UNEA 결의안은 자연기반솔루션, 즉 NBS를 ‘인간의 복지, 생태계 서비스 및 복원력 및 생물다양성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효과적이고 적응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 또는 변형된 육상, 담수, 해안 및 해양 생태계를 보호, 보존, 복원, 지속적으로 사용 및 관리하는 조치’로 정의했습니다.
보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며
2️⃣ 문제해결 수단으로 생태계 보호, 관리, 복원 등의 조치를 사용하여
3️⃣ 인류의 복지(Wellbeing)와 생물다양성에 동시에 혜택을 제공하는 솔루션.
NBS 장점? ‘비용효율적’으로 탄소감축 가능해! 💰
NBS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식량위기 ▲감염병 대유행 등 오늘날의 다중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분야는 단연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입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에게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주요 온실가스 흡수원인 산림을 복원·확대해야 한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18년에 내놓은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에도 산림 복원·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산림면적을 2030년까지 매년 2,400만ha(헥타르) 증가할 경우,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에 필요한 탄소제거량의 4분의 1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NBS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비용효율성 때문입니다. 일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제거하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은 확실한 탄소감축 수단입니다. 그러나 DAC 플랜트 가동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돼 운영비용이 높습니다.
이에 비해 조림·도시녹화·습지 복원 등 생태계에 기반한 NBS에는 자원과 에너지가 덜 사용됩니다. 무엇보다 당장 적용 가능한 솔루션입니다. WRI는 NBS를 활용한 탄소제거 비용을 CO2 포집 톤당 50달러가량으로 추정했습니다.
NBS의 탄소감축 효과가 주목받자 2010년대를 전후해 산림 복원 및 식재사업이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됐습니다. 2011년 독일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350만㎢(제곱미터)의 산림 복원을 목표로 시작한 ‘본 챌린지(Bonn Challenge)’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플랜트포더플래닛 등 여러 시민단체에서 1조 그루 나무심기 이니셔티브를 시작했습니다.
*1ha = 10,000㎡
NBS, 탈탄소화 경로 위한 장기적 솔루션 될 것! 💡
NBS가 탄소감축 수단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비단 비용 때문만은 아닙니다. NBS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이익을 줄 수 있단 점도 주목받는데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500억톤 내외에 달합니다. 대부분은 에너지 생산과 산업 등이 차지하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다배출 분야를 탈탄소화하더라도 식품 생산 등 일정 분야에서 인류의 인위적 배출량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것.
즉, 향후 에너지·제조·건축·수송 등 인간 활동 전반을 탈탄소화하더라도 총배출량 측면에서 탄소배출을 완전히 제로(0)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인데요.
순배출량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유지하기 위해 인류의 탄소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솔루션으로 NBS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후적응·생물다양성·식량안보 등 사업다양화로 재조명받는 중 💡
최근 들어 산림복원 및 조림(造林) 기반의 NBS와 관련한 탄소감축 효과의 연구 결과가 과장됐단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대규모의 상업적 단일 식재와 외래종 식재 등 잘못된 사업 방식으로 오히려 생물다양성 손실 및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지적이 잇달았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 NBS 사업은 숲과 나무 등 탄소감축 중심에서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생물다양성 회복, 식량안보 등의 목표로 다양화 됐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이자 파도 에너지를 분산시켜 해안 침식을 막는 산호초 복원, 홍수 위험을 막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도시녹화, 토양의 탄소격리 능력을 회복시키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재생농업 등이 있는데요.
한편, 탄소감축 NBS 사업에서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 결과를 측정하고 가속화하도록 돕는 기술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NBS를 활성화, 가속화, 스케일업할 수 있는 기술인 자연기술(Nature tech)인데요. 인공위성 열대우림 모니터링, 나무 심기 드론, 탄소 신용거래 소프트웨어 등이 해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