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와 식량안보에 맞서 신산업으로 떠오른 대체식품과 푸드테크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지난달 29일 발간한 ‘기후위기로 부상한 대체식품과 푸드테크’ 보고서 이야기입니다.
보고서는 대체식품과 푸드테크의 발전이 기후대응 및 식량안보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식량이 수확·가공·운송·소비되는 전 과정에 걸쳐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단 점을 고려했을 때, 대체식품 및 푸드테크 기술 발전이 환경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현 트렌드가 단기간 유행했다가 급격하게 발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습니다.
+ 잠깐! 대체식품? 푸드테크를 구분한다면! 🤔
- 대체식품: 크게 ▲배양육 ▲식물성 ▲곤충 ▲해조류 ▲미생물 기반 단백질 제품 등 5개로 분류됩니다. 시장조사기관 메티큘러스마켓리서치(MMRP)는 세계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약 178억 달러(약 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일부 기관은 2040년에는 대체식품이 기존 육류 비중의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푸드테크: 농업·어업·축산업 및 식품 관련 산업에 여러 종류의 4차 산업 기술이 접목돼 식품의 전 과정에 걸쳐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체식품, 스마트팜,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 등도 모두 푸드테크 안에 들어갑니다.
인플레로 식물성 대체육 수요 감소…대표 기업 ‘비욘드미트’ 인력 19% 감원 🍖
보고서는 세계적인 고인플레이션이 대체식품 및 푸드테크 산업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게 된 상황을 언급했는데요.
특히, 대체식품의 대표 주자인 식물성 대체육의 소비 하락세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 9월 딜로이트가 미국 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의 47%가 ‘때때로’ 식물성 대체육을 구매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3% 감소한 수치라고 딜로이트는 밝혔는데요.
같은기간 식물성 대체육 소비에 대한 추가적인 프리미엄 가격 지불 의사를 지닌 소비자 비율은 9%p 하락했습니다. 또 같은기간 식물성 대체육을 건강한 이미지로 인식하던 비율은 8%p 하락, 식물성 대체육이 지속가능성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던 비율은 5%p 줄었습니다.
보고서는 대체육 선도기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인력 감축에도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비욘드미트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19%에 해당하는 200명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인플레이션으로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딜로이트그룹은 보고서에서 “대체식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크게 둔화됐다”며 “기존의 장및빛 성장 전망이 과도했던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미국의 상황과 같이 한국 역시 대체식품과 푸드테크 시장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과 정부는 적극적인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축산업·농업 등 이해관계자간 갈등도 문제…“이해관계 조율 문제가 핵심” 🤝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와는 별개로 대체식품 및 푸드테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언급했습니다.
먼저 대체육·배양육 등 대체식품의 경우 기존 축산업 종사자와 관계자 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습니다.
당장 대체육의 표기를 놓고 국내에서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한우 농가 단체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식물성 대체육은 “고기와는 다른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정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현행법상 대체육은 별도의 표기법이 없습니다. 식품표시광고법상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은 대체 단백질 제품은 ‘육’ ‘고기’ 표기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비건’이란 점을 표시하면 ‘식물성 대체육’으로 쓸 수 있습니다.
대체육의 표기를 놓고 이해관계자별로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 이에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축산단체 및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해당 협의체에서 대체식품의 표시기준을 논의할 것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은 기존 육류 시장의 주체인 축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체육·배양육 산업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대체육·배양육 생산 기술 및 시스템을 (축산업계에) 제공·교육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스마트팜의 개발 및 도입 과정에서도 기존 농업 종사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딜로이트가 유럽연합(EU)의 농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응답자 중) 약 70%가 스마트팜에 대해 알고 있고 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스마트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고 경제적인 이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스마트팜 도입을 꺼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영세농·고령층 농업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기에 스마트팜 도입에 심리적 장벽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는데요. 이에 스마트팜 기업과 정부가 기존 농업종사자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청년 농업 종사자를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대기업도 반한 푸드테크”…정부 푸드테크 10대 핵심기술 R&D 본격화 🌽
또한,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 제조 부산물과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더 큰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한편, 우리 기업들도 대체식품을 포함한 푸드테크 분야에 앞다투어 투자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을 빠르게 확장 중입니다.
풀무원의 경우 2021년 식물성 단백질 전담부서인 ‘PPM(Plant Protein Meal)’을 신설해 2023년까지 3단계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또 지난해 5월부터 풀무원과 농심은 각각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농심은 아예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잉니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인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해 북미 현지 생산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푸드테크 연구개발(R&D) 사업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푸드테크 10대 핵심기술 분야 R&D에 올해에만 4억 8,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푸드테크 10대 핵심기술 분야는 ▲세포배양식품 생산기술 ▲식물기반식품 제조기술 ▲간편식 제조기술 ▲3차원 식품 인쇄(프린팅) 기술 ▲스마트 제조기술 ▲스마트 유통기술 ▲식품 맞춤제작 서비스 기술 ▲외식 푸드테크 기술 ▲푸드 업사이클링 ▲친환경 포장기술 등입니다.
농식품부는 올해 푸드테크 기술개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해당 지원규모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1,000억 원 규모의 푸드테크 전용펀드를 조성해 오는 2027년까지 ‘유니콘기업’ 30개를 육성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