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닭의 언어’로 써진 편지가 게재됐습니다. ‘꼬끼오 꼭꼭(Bawk bawk)’으로 시작된 편지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가 전면 광고로 실은 것인데요.
‘인간어’ 번역본에 따르면 편지에는 업사이드푸드의 세포 배양 닭고기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담겨있습니다. FDA가 해당 닭고기를 1년간 검토한 결과, ‘질문이 없다(No Questions)’는 서한을 보낸 것인데요.
FDA가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우마 발레티 업사이드푸드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식품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환영했는데요.
이 소식이 식품업계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그리니엄에서 정리했습니다.
업사이드푸드 닭고기 배양육, FDA서 안전성 승인받아 🔬
업사이드푸드가 FDA로부터 서한을 받은 건 지난 16일(현지시각)입니다. FDA는 “배양 세포로 만든 인간 식품에 대한 시판 전 상담을 완료했다”고 밝혔는데요. 업사이드푸드는 FDA로부터 ‘질문 없음’ 서한을 받았습니다. 이는 FDA가 ‘생물반응기에서 자란 동물 세포로 만든 닭고기’의 안전성을 승인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업사이드푸드(구 멤피스트미트·Memphis Meats)는 2015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됐습니다. 우마 CEO는 심장 전문의 출신으로, 줄기세포를 사용해 환자의 심장을 치료하는 시술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작은 세포에서 고기를 어떻게 재배한단 것일까요? 먼저 닭이나 닭의 수정란에서 세포를 채취합니다. 그중 우수한 세포를 선택해 맥주 탱크 형태의 세포배양기에 영양분과 함께 넣는데요. 그럼 세포는 적절한 온도와 산소를 공급받아 자라며 약 3주 뒤에 수확이 가능합니다. 발레티 CEO는 이 과정이 맥주를 발효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추후 수확된 배양육을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으면 끝인데요.
설립 후 7여 년 동안 업사이드푸드는 여러 배양육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2016년 소고기 미트볼, 2017년 닭과 오리고기 배양육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FDA 승인 넘은 업사이드푸드 배양육, USDA 승인 절차 앞둬 🍗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비롯해 다국적 농식품 대기업 카길(Cargill), 세계 최대 가금류 생산기업 타이슨푸드(Tyson Foods)로부터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지난 4월 업사이드푸드는 4억 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펀딩에도 성공했는데요.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총 6억 달러(약 7,971억원)에 달합니다.
업사이드푸드는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확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2021년에는 연간 5만 파운드(약 23톤) 이상의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생산·혁신 센터(EPIC)가 완공됐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3월에는 상용화 및 판매를 위한 준비를 밟아 나갔는데요. 설립 7여 년 만에 FDA 승인이란 성과를 거둔 것.
현재 업사이드푸드는 가공 및 라벨링 규정에 대한 미 농무부(USDA)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USDA가 배양육 생산공장을 검사하고 완제품 라벨을 승인하면 상품 출시가 가능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절차가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업사이드푸드는 USDA 승인 후 일반 시판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의 몇몇 식당에 배양육 닭고기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 잠깐, 배양육 승인한 나라, 미국이 처음은 아니라고?
배양육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축산업 해결할 솔루션 될 것!” 🐓
기후변화와 동물복지, 축산업의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체육이 기후대응 솔루션으로 떠올랐는데요. 이 때문에 업사이드푸드 배양육의 FDA 승인 소식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GHG) 중 축산업의 비중을 14.5%로 분석합니다. 우선 소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을 내뿜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돼지와 닭 또한 분뇨처리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합니다.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요.
반면, 배양육은 기존 축산업 대비 토지는 95% 적게, 물을 78% 덜 사용합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는 92%가량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네덜란드 환경연구·컨설팅단체 CE 델프트(CE Delft)가 배양육의 수명주기평가(LCA)를 수행한 결과인데요.
배양육은 동물을 도축하는 대신 세포를 추출해 재배하기 때문에 동물윤리 문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더욱이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잡을 솔루션으로 주목받습니다. 식물성 대체육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을 따라잡기엔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뿐만 아니라, 단위 생산성이 높고 기후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배양육은 식량안보와 기후적응 측면에서도 장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기업정보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최근 8년간(2015~2022년) 세계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40억 달러(약 5조 3,120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투자액 추이를 살펴볼 때 식물성 대체육 투자에 비해 더 견고한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
+ 업사이드푸드, 하필 ‘닭고기’를 선택한 이유는? 🐓
환경 및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육류는 소고기입니다. 그러나 업사이드푸드는 가장 먼저 상품화할 배양육 제품으로 닭고기를 선택했습니다. 종교의 제약을 받는 여타 동물과 달리, 닭고기는 가장 일반적으로 섭취되는 고기이기 때문입니다. 닭은 현재 세계적으로 약 230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데요. 영국 학술지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에는 인류가 살았던 지질시대인 인류세를 대표할 화석으로 닭뼈를 꼽은 논문이 실리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전 세계 배양육 생산 가속화 전망돼…”문제는 역시 가격” 💸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미국 FDA가 배양육을 승인함에 따라 배양육 시장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업사이드푸드 투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털(VC) 신서시스 캐피탈(Synthesis Capital)의 공동설립자 로지 워들은 미국이 트렌드세터*라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여러 국가들이 식품안전의 규제 지침을 미국에 기대기 때문입니다. 그는 향후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면서 식품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FDA는 이번 발표에서 배양육과 공정 개발에 관한 다른 기업들에게도 “안전하고 합법적임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업사이드푸드의 ‘시판 전 상담’ 승인을 계기로, 해당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지침도 발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푸드테크 기업들이 배양육 안전성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시대의 트렌드를 찾아내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란 뜻.
그러나 남은 문제는 가격입니다.
2013년 공개된 세계 최초의 배양육 가격은 25만 유로(당시 3억 3,600만원)입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배양육 소고기 햄버거를 공개하며 밝힌 생산 비용입니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배양액 가격이 높기 때문인데요.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높은 비용 문제로 배양육의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물론 배양육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단가는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업사이드푸드는 생산비용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유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발레티 CEO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1파운드(450g) 당 생산 비용을 2016년 1만 8,000달러(약 2,400만원)에서 2017년 2,400 달러(약 320만원)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투자조사기업 에디슨그룹(Edison Group)은 2020년 ‘수요 충족(Meating Demand)’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 배양육이 기존의 육류(Conventional Meat)와 동일한 가격(패리티)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배양육 시장이 2030년 140억 달러(약 18조원), 2040년 630억 달러(약 8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