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 재사용 실험, ‘일회용품’보다 더 편리한 재사용 모델 가능할까?

최근 이마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뷰티·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매장 내 리필매장을 설치하고 있는데요. 정부도 지난해 화장품 소분(리필)매장에 대한 규제 완화에 이어 올해 탄소실천포인트제를 시행하며 리필 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리필매장 이용률이 저조합니다. 일례로 수원 광교신도시 아모레스토어에 설치된 리필매장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0명 내외. 재방문율도 약 10% 수준인데요.

매장까지 용기를 들고 와야 하는 불편함과 위생 걱정 및 리필매장 홍보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편리성과 위생을 강화하면 리필매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침 이 질문에 답이 될만한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 테스코는 2020년 재사용 솔루션 기업 루프(LOOP)와 파트너십을 맺고 재사용 용기 실험을 시작했다. ©Tesco

일회용처럼 편리한 재사용 프로그램, 테스코와 루프의 실험 🛒

지난 6월,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TESCO)는 2년간의 ‘영국 최대의 재사용 용기 실험’을 종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실험은 2020년 7월 테스코가 재사용 솔루션 기업인 루프(LOOP)와의 파트너십을 맺으며 시작됐는데요.

파트너십으로 시작된 재사용 실험은 기존 리필매장과 달랐습니다. 소비자가 루프 온라인 매장에서 재사용 용기에 담긴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뒤 반납하는 방식인데요. 제품 가격에는 재사용 용기에 대한 보증금이 포함됩니다.

소비자는 사용 후 택배를 통해 재사용 용기를 반납하면 됩니다. 반납 시 보증금도 반환되는 구조인데요. 반환된 용기는 세척 후 내용물이 충전돼 다시 진열대에 오르는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소비자들은 보습제, 세제, 요구르트, 비누, 시리얼 등 150개 생필품이 담긴 재사용 용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루프가 제공하는 재사용 솔루션은 충전부터 회수, 세척 등 전 과정의 편리성을 높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LOOP

테스코는 이러한 방식을 ‘사전충전포장(Prefilled packaging)’이라 부릅니다. 기존 리필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세척하고 매장으로 가져와 내용물을 채워야 했습니다. 사실 이 방식에는 용기 위생 및 불편함에 대한 우려가 깔릴 수밖에 없는데요.

테스코는 루프와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씻고, 들고 와서 충전하는 과정을 없애는 데 성공했습니다. 루프는 재사용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재사용 용기의 수거·보증금반환·분류·반환까지의 역물류를 운영하는데요.

루프는 소비자가 다 사용한 제품을 수거해 세척 기업으로 운송하고, 세척된 용기를 다시 공급업체에게 전달해 재충전한 뒤 창고로 가져왔습니다.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미 내용물 충전이 끝난 제품을 구매하면 됐는데요. 덕분에 소비자는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면서도 이용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덜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매장을 운영한 지 1년 뒤인 2021년, 테스코는 10개의 매장에 사전충전 재사용 코너(The Reuse System)를 설치하며 오프라인 매장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확장했습니다. 프로그램 대상도 코카콜라, 퍼실(Persil), 하인즈 등 인기 브랜드 53개 라인과 테스코 자체 브랜드 35개 생필품으로 확대됐는데요.

 

▲ 테스코와 루프의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25개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LOOP 홈페이지 갈무리

테스코의 재사용 프로그램 실험, 2년간의 평가는? 🤔

테스코는 파일럿 프로그램 종료를 밝힌 지 2달이 지난 8월 15일, 2년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지속가능한 포장재의 필요성과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4R(Remove·Reduce·Reuse·Recycle) 전략의 일환으로써 파일럿 프로그램의 소개 및 평가가 담겼는데요.

테스코는 우선, 재사용이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훨씬 적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때문에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더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테스코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10개 매장에서 모든 소비자가 케첩, 콜라, 세제 등을 재사용 용기로 바꿀 경우 재사용 용기는 1년에 총 250만 번 가까이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또한 테스코는 보고서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 결과, 4가지의 인사이트를 확인했다고 말했는데요.

첫째로, 테스코는 “많은 소비자들이 재사용 가능한 용기 제품을 구매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천 명의 소비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년간 8만여개 이상의 제품을 구매했는데요.

둘째로는 사전충전포장이 공급업체가 제품을 차별화하면서도 제품 고유의 품질을 전달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별도의 세척 및 사전 충전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충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변질 문제를 해소했기 때문인데요.

테스코는 셋째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의 참여를 위해 매장 직원과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단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직원들이 재사용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과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지구에 더 나은 이유를 설명한 뒤,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테스코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형태의 재사용 프로그램이 더 많은 매장에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 소비자가 사용 후 재사용 용기를 반환할 수 있는 수거함. ©LOOP

재사용 확장 위해 테스코가 제안한 팁 4가지! 📦

테스코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재사용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더 확장된 규모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테스코는 ‘친환경 소비자’ 이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재사용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를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1️⃣ 고객 경험 단순화

테스코는 가장 먼저, 고객의 경험을 더욱 단순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에서의 사전충전포장이 기존의 리필매장에 비해 편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증금 지불 및 용기 반품이라는 새로운 행동이 수반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를 더욱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 테스코는 그 예시로 ▲보증금 환급을 위한 별도 어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필요성 제거 ▲보증금 환불 가속화 또는 용기 반환을 상기시키는 대체 수단 개발 ▲용기 반품 방법 및 장소 확대 ▲고객 편리에 맞춘 반품 매장(스테이션) 배치 ▲운송 최적화 용기 개발 등을 소개했습니다.

 

2️⃣ 가격 경쟁력 달성

대부분의 소비자는 재사용 용기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테스코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현재 규모에서는 세척 및 사전충전 비용이 실제 제품보다도 비쌀 수 있단 점을 보여줬다고 말하는데요.

이에 규모의 경제 달성과 효율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가격의 일부가 환불 가능한 보증금이란 것을 설명하기 위해 라벨링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는데요. 테스코는 그러면서 시민단체(NGO)와 소매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3️⃣ 재사용에 대한 문화적 변화

테스코 자체 설문조사 결과, 많은 소비자가 재사용과 재활용의 환경 영향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단 점이 발견됐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사전충전제품 중 일부가 기존 포장(용기)과 동일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점을 구분하기 더욱 어려웠는데요.

테스코는 재활용 대비 재사용의 ‘환경적 이점’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지면 재사용을 위한 소비자의 쇼핑 습관 변화가 더 쉽게 일어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4️⃣ 산업, NGO, 정부 간 협업 확대

마지막으로 테스코는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테스코의 파일럿 프로그램은 제품을 제공한 25개의 브랜드, 운송기업, 용기 세척 기업 등 30개 이상의 기업이 협업한 결과인데요. 테스코는 영국 전역에서 재사용이 주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NGO는 대중을 교육하고 재사용이 주류가 되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정책입안자는 규제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데요. 테스코는 이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테스코는 파일럿 프로그램 종료를 밝히며 다음 단계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Tesco

한편, 테스코는 앞으로도 4R 전략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4R 전략의 4R은 제거(Remove), 감소(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의 줄임말입니다. 가능한 한 포장을 제거하고, 제거할 수 없다면 줄이고, 더 많이 재사용하고 남는 것은 재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은 이 중에서 재사용에 해당되는데요.

아쉰 프라사드 테스코 최고제품책임자(CPO) 보고서에서 “사전충전포장 제안이 장기적으로 접근가능하고 저렴한 선택지로 성공하려면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소비자가 사용한 용기를 반품할 수 있는 공통 기반시설(인프라)을 개발하고 공유한다면 물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테스코는 재사용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재사용 확장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라며 이번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COP, 정책

2030년 세계 전력 생산 절반가량 재생에너지가 차지…‘중국·인도’ 주도, 한국은?

그린비즈, 경제

글로벌 자산운용사 8곳, 금융위에 2026년 ESG 공시 의무화 촉구

그린비즈, 산업

자금난 속 노스볼트 자회사 파산…기가팩토리 CEO 사임까지

많이 읽은 기사